독립운동의 생활일기 "서간도 시종기"의저자 고 이은숙 여사!
독립운동의 생활일기 "서간도 시종기"의저자 고 이은숙 여사!
  • 장수익 기자
  • 승인 2018.08.08 18: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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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광복절 73주년에 "건국훈장 독립장" 추서
이은숙 여사님의 부군은 독립운동가 우당 이회영 선생
친손자는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은숙 친할머니가 돌아가신지 20년여만에 오는 15일 광복절에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 받게 되셨습니다. 부군이었던 우당이 1962년 건국훈장 독립장이 추서되었으니, 56 성상이 더 지나고 난 후에야 독립운동의 공적을 인정받으시게 된 것입니다.

저는 비로소 마음 속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느낌이 듭니다.

어린 시절을 할머님과 함께 살았습니다. 지금은 안양9동이 된 병목안의 초가집에서 할머님과 같은 방을 썼습니다. 초등학교도 입학하기 전이었습니다. 어느 날 아버지는 목재를 사서 직접 좌탁(坐卓) 같은 것을 만드셔서 방에다 놓고, 며칠 후에는 큰 화선지를 여러 장 사오셨습니다. 할머니는 언제나처럼 함께 놀아주시다가 “이제 글을 써야 하니 그만자라” 하시면서, 좌탁에 앉아 화선지에 붓으로 무엇인가 쓰기 시작하셨습니다. 계절이 바뀌고 해가 바뀌어도 할머니는 계속 글을 쓰셨습니다. 어린 저에게는 남성도 아닌 할머니가 붓글씨로 한문을 섞어서 무언가를 쓴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어린 손주와 놀아주시다가 틈틈이 쓰셨던 글이 할머니가 86세 되시던 1974년에 펴내신 《서간도 시종기》라는 자서전이었습니다. 독립운동을 증언하는 귀중한 자료가 저와 할머니 사이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할머니의 작은 체구에 저렇게 수많은 경험이 축적되어 있었던 것이 놀라왔습니다.

최근 읽기 편하게 편집되어 재간행된 《서간도 시종기》를 다시 읽어보았습니다. 이 책은 할머니께서 손수 기록한 한 부부의 고난의 연대기인 동시에 남편 우당의 일대기이며, 한 가문의 흥망기이고, 독립운동 가족의 핍진한 생활기입니다.

읽을수록 먹먹해졌습니다. 한 두 페이지 읽다 할머님 생각에 중단하고 다시 읽기를 반복했습니다. 독립운동을 하셨다는 자긍심의 반대편에 있는 할머님의 짙은 회한과 분노의 심경이 생생하게 전해왔습니다.

조국이 해방된 후에 대가를 바라면서 만고풍상을 견디셨던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하지만, 할머님에게는 해방된 한국의 모습에서 크게 실망하셨을 것입니다. 일제 강점기 때 독립운동가의 살림은 초라했고 항상 쫓겼습니다. 해방 후에도 살림은 빈한했고, 의로운 일에 나서봤자 본인만 손해라는 주변의 ‘충고’를 들어야 했습니다. 청산되어야 할 친일파가 오히려 부와 지위를 다 차지하면서 애국자들을 탄압하는 현실을 볼 때, 얼마나 참담하셨겠습니까? 책에는 그런 심경이 오롯이 담겨 있었습니다.

뒤늦게나마 훈장을 받게 되신 할머님께 손주가 그 혼백을 위로해드립니다. 훈장이 추서된다고 해서 할머님이 희생하신 것의 백분지 일이라도 보답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할머님의 삶을 후세의 사람들이 존경한다는 의미를 가진 것이기에 무엇보다도 소중합니다.

이번에 같이 추서가 되신 스물다섯 분의 여성 독립운동가 어르신들께도 존경의 마음을 표합니다. 여성이었기에 더 엄혹한 삶을 살았지만 잊혀졌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더 알려지고 재조명되는데 관심을 기울여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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