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을 ‘수입’하겠다는 행정, 그 말의 무게
사람을 ‘수입’하겠다는 행정, 그 말의 무게
  • 박병철 기자
  • 승인 2026.02.08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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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해법을 말하며 놓친 것…존엄을 존중하는 언어의 책임
최영남 시사포커스 전남취재본부 국장

[퍼스트뉴스=전남도 박병철 기자] 김희수 전남 진도군수가 지난 4일 ‘광주·전남 행정통합, 찾아가는 타운홀 미팅’ 자리에서 한 발언이 파장을 낳고 있다.

“광주·전남이 통합할 때 인구소멸에 대한 것도 법제화해, 정 뭣하면 스리랑카나 베트남 젊은 처녀들 ‘수입’해 농촌 총각 장가도 보내고 특별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이었다.

인구 감소와 농·어촌 총각의 결혼 문제라는 현실적 고민을 전제로 했다고 해도, 표현은 지나치게 가볍고 무책임했다. 사람을 ‘수입’의 대상으로, 여성을 ‘처녀’라는 성적·소유적 개념으로 호명한 순간 정책적 고민은 혐오와 차별의 언어로 변질됐다.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한 말실수에 있지 않다. 지방 소멸이라는 절박한 상황 앞에서 행정 책임자가 어떤 인식으로 문제를 바라보고 있는지가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제결혼과 이주 여성은 이미 우리 사회의 중요한 구성원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이들을 ‘해결책’이나 ‘공급 대상’으로 인식하는 시선이 남아 있음을 이번 발언은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특히 공직자의 언어는 개인 의견에 머물지 않는다. 행정의 얼굴이 되고, 지역의 공식 인식으로 받아들여진다. 김 군수의 발언 이후 다문화 가정과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존엄을 짓밟는 발언”이라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발언의 여파는 곧 지역 이미지 훼손과 주민들의 상처로 돌아온다.

인구 문제는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삶의 문제다. 사람이 줄어드는 이유는 결혼 상대가 없어서가 아니라, 그 지역에서 살아갈 미래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일자리와 교육, 의료와 문화에 대한 고민 없이 ‘외국인 신부’만을 해법처럼 꺼내 드는 접근은 문제 해결은커녕 갈등만 키울 뿐이다.

말은 생각의 거울이다. 그리고 권력자의 말은 정책의 예고편이다. 이번 사태가 해프닝으로 끝나선 안 되는 이유다.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성찰이다. 사람을 대상으로 한 행정이 무엇을 전제로 해야 하는지, 공직자의 언어가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반성이 뒤따라야 한다.

지방 소멸을 걱정한다면, 먼저 존엄을 존중하는 언어부터 회복해야 한다. 그것이 공동체를 살리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선이다.

출처 : 시사포커스(http://www.sisafoc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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