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대외관계, 문화접근법 변화에 따른 한국의 문화교류 지역 허브로서의 전략
EU 대외관계, 문화접근법 변화에 따른 한국의 문화교류 지역 허브로서의 전략
  • 장수익 기자
  • 승인 2018.10.14 0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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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최근 EU의 대외관계에서 나타난 ‘문화’위상 변화

최근 유럽연합(European Union, EU)은 국제관계에서 문화의 역할과 위상을 공식적으로 승격시켰다. EU 외교안보정책 위원장 모게리니(Federica Mogherini)는 “오늘날의 세계에서 문화는 접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이와 같은 만남과 교류를 최대한 활용할 의무가 있습니다. 유럽 전체가 이러한 문화교류 감각을 공유해야 합니다. 문화적 외교는 배우고, 듣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함께 성장시킵니다.”라며 EU 대외정책에서 문화가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강조한다.1)

기본적으로 EU에서 문화적 권리는 회원국들의 권한으로 여긴다. TFEU 167조 6항에 따르면 EU는 보조성의 원칙에 기반하며 회원국들이 문화를 존중하고 정책을 지원 및 보완하는 기능을 갖는다. 따라서 EU의 문화관련 정책에는 전권이 부여되지도 않고 각국의 강제성도 약하므로 정부 간 협력에 해당한다. 그러나 최근 TFEU 167조 3항에서 EU 회원국은 제3국 및 국제기구와 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한 점과 4항에서 EU는 협약의 다른 부분을 다룰 때에도 문화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근거로 교류에서 ‘문화’의 역할에 비중을 높이고 있다. 또한 EU는 2005년 문화다양성의 보호 및 장려를 위한 UNESCO 협약의 당사자이며, 해당 내용은 EU의 주요 법안이 초석이 되는 바, EU의 근본적인 가치인 인권, 성평등, 민주주의, 표현의 자유, 법치주의, 문화 및 언어적 다양성 등을 반영하고 장려하는 정책을 추진해 왔다.

EU에서 문화적 의제가 본격적으로 채택된 것은 2007년 ‘유럽문화어젠다(European Agenda for Culture)’로 EU는 각국, 관련기관, 시민사회에게 국제관계에서 문화를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접근하도록 요구하였다.2) 비유럽 국가와의 문화적 관계, 특히 아시아에 대해서는 효과적인 전략을 고안하기 위해서 이를 위한 전문가 그룹을 구성하였고, 중국을 시범사례로 선정하는 등 관련하여 다양한 준비조치를 시행하였다. 집행위원회는 54개국에 대해 대규모 매핑과정(Culture in EU External Relations, 2013-2014)을 통해 각국과 협의 프로세스를 형성하였고, 이들 중 EU 회원국 및 인접국 13개국과 한국, 중국, 일본을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국 10개국을 선정하여 ‘대외적 문화관계를 위한 준비 강령(Preparatory Action for Culture in External Relations, 2014)’ 보고서를 발표하여 EU차원에서 각국에 대해 문화를 활용하여 보다 효과적인 접근이 가능한 전략을 제시하였다.

이러한 결과를 바탕으로 2016년 6월 8일 집행위원회는 ‘국제문화관계를 위한 EU전략(Towards an EU strategy for international cultural relations)’ 공동전달문을 발표하였고,3) 2017년 EU 각료이사회(Council of Europe)가 공식적으로 승인함으로써 EU가 대외관계에서 문화의 역할과 위상을 실질적으로 높였다고 볼 수 있다.4)

이와 같은 변화는 EU가 글로벌 행위자로서 보다 강력한 영향력과 역할을 하고자 ‘문화’라는 새로운 전략을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근간 두 가지 상황에 직면하였는데, 첫째는 국제관계에서 유럽의 영향력 약세이다. 2000년대 초기만 해도 EU의 확대와 함께 유럽사회가 국제사회에서 많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 거라는 낙관주의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었으나 최근 트럼프식 질서와 더불어 미국과 동아시아에서 유럽의 영향력이 줄어들었다. 둘째는 유럽사회를 비롯하여 소통에 대한 전반적인 문제가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유럽사회의 분리주의적 경향으로 그간 EU가 진행해왔던 다양한 문화 간 소통과 대화에 대한 본질적인 의미와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고 문화적 다양성과 상호주의를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대되었다. 때문에 EU가 대외관계에서 활용하는 문화교류 및 접근법을 추진하는데 있어서도 이와 같은 기본 정서 안에서의 협력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2. EU의 대외문화 프레임과 아시아 접근의 새로운 국면

EU가 외교와 대외관계에서 문화와 소프트웨어 측면의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2016년 발표에서 다섯 가지의 원칙을 세웠는데, 지역적 차원에서 살펴볼 기준은 크게 두 가지이다.5) 먼저 두 번째로 제시된 원칙으로 상호존중과 다문화소통 증진을 위해 비유럽 문화와의 연대 필요성을 주장하며 문화적 맥락과 지역적 민감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다섯 번째 원칙에서 제시된 EU가 기존에 추진한 양자 및 다자간 협력체계를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EU가 이미 맺고 있는 다양한 파트너십 체제를 활용하되, 특히 아시아 지역에 대해서는 남아시아, 동아시아, 중앙아시아와의 협력이 언급되었다.6) 파트너국의 협력 강조는 2018년 5월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새로운 유럽문화 어젠다(A New European Agenda for Culture, 2018)’ 발표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난다.7) 유럽사회에서 발생되고 있는 위기와 갈등의 해결책으로 문화를 인식하고, 급변하는 기술과 디지털 커뮤니케이션이 생활양식, 소비패턴, 권력관계까지 영향을 미치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파트너 국가들과의 문화협력을 필수적 요소로 보았다. 특히 문화가 효과적으로 촉진될 수 있도록 EUNIC(European Union National Institutes for Culture)을 활용한 유럽의 모범사례를 확대해야 한다고 언급한다. 지역협력에 있어서는 기존 체제 활용방안이 지속적으로 논의되고 있는데, 동아시아 지역에 있어서는 이전과는 다른 차별점이 발생했다. 2016년 전략안에서는 동아시아 지역협력에 대한 관심을 두고 있었으나 2018년 새로운 어젠다에서는 중국과 일본 개별국가에 대한 탐색을 제시하고 있다.8) 아프리카, 지중해 국가들, 중앙아시아의 경우 여전히 동일한 패턴의 지역협력을 강조하는 데 반해, 유독 동아시아에서 한국을 제외한 개별 국가로 관심이 선회하였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EU와 한국과의 문화교류는 EU가 2014년 전략적 파트너 국가로 선정하였고, 2011년 한·EU 자유무역협정(Free Trade Agreement, FTA) 발효 이후, 문화협력의정서(Protocol on Cultural Cooperation)에 의거하여 2013년부터 제5차 한·EU 문화협력위원회를 통한 교류를 공식화하고 있다. 양자 간 문화교류의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에 대한 지역적 관심이 약화되고 개별 파트너 국가로서 한국이 전략적 대상국에서 제외되면서, 한국이 EU와의 문화교류에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지 조심스럽게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까지 EU와 아시아의 대표적인 문화교류는 아세프(Asian Europe Foundation, ASEF)를 중심으로 형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지역협력은 역내 지역 협력을 강화시키면서 개별적 주요 국가들과의 협력 체계도 병행하는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ASEF의 협력은 유럽에 있어 아시아의 색깔과 상호이해를 높이는 데는 영향력이 약하다는 평가가 있으며, 최근 EU의 신지역주의 경향은 국가와 민간 중간단위인 단체나 네트워크, 싱크탱크(think tank), 도시 간 협력, 나아가 면대면 접촉과 시민들과 직접 교류하는 형태로 확대되는 추세이므로 새로운 관점에서 논의할 필요가 있다.
 

*< 이 글에 포함된 의견은 저자 개인의 견해로 제주평화연구원의 공식입장과는 무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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