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연휴가 시작되면 전남의 도로는 길게 멈춘다. 고속도로와 국도, 읍·면을 잇는 지방도까지 차량이 겹친다. 귀성 행렬은 이어지고 정체는 일상이 된다. 그 정체 속에서 사이렌이 울린다. 앞차는 망설이고, 뒤차는 방향을 고민한다. 그 몇 초가 쌓이면 1분이 되고, 1분은 생명을 가른다.
장성소방서(서장 최동수)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설 연휴 기간 전남에서 126건의 화재가 발생했다. 인명피해 4명, 재산피해는 16억8천여만 원에 이른다. 연휴라고 해서 사고가 멈추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동량 증가와 난방·조리기구 사용 확대로 위험은 더 커진다.
화재는 분 단위로 확산되고, 심정지는 초 단위로 생존율이 낮아진다. 구조와 구급은 시간과의 싸움이다. 골든타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그래서 ‘길터주기’는 배려가 아니라 기본이다.
방법은 어렵지 않다.
편도 1차로에서는 오른쪽 가장자리로 최대한 붙어 일시 정지한다.
편도 2차로에서는 1차로 차량은 좌측으로, 2차로 차량은 우측으로 이동해 중앙에 통로를 만든다.
편도 3차로 이상에서도 원칙은 같다. 1차로 차량은 좌측 가장자리로, 나머지 차로 차량은 우측으로 이동해 차로 사이에 긴급 통로를 확보한다.
중앙선을 따라 주행하는 것이 아니다. 차로 사이에 길을 만드는 것이다. 교차로와 나들목 진입로를 막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한 대가 진입부를 점유하면 전체 흐름이 멈춘다. 그 몇 초의 지연이 구조 시간을 늦춘다.
최동수 장성소방서장은 “길터주기는 소방차를 위한 배려가 아니라 우리 가족의 시간을 지키는 행동”이라고 강조한다. 긴급차량이 향하는 곳은 결국 누군가의 부모, 자녀, 이웃이 있는 현장이다.
설 연휴, 귀성길에서 사이렌이 들리면 기억하자. 머뭇거림은 지연이고, 지연은 위험이다. 정체 속 10초. 그 10초가 전남의 골든타임을 지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