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 다자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과 전망
코로나19 시대 다자주의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과 전망
  • 김국진 기자
  • 승인 2020.07.24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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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서론

 

2020년 상반기, 코로나19의 확산과 더불어 국가들 사이에서 다자주의가 쇠퇴하고 있다는 진단이 널리 퍼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브레튼우즈체제(Bretton Woods system) 구축을 통해 국제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 IMF), 국제부흥개발은행(International Bank for Reconstruction and Development: IBRD), 그리고 ‘관세 및 무역에 관한 일반협정(General Agreement on Tariffs and Trade: GATT)’을 설립함으로써 다자주의 체제를 주도하였던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주도 아래 자신이 설립했던 다자주의 체제에서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틈을 노려 중국은 그동안 미국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어온 각종 국제기구들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높이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또한, 중견국들은 코로나19가 지속적으로 확산되는 가운데 위기극복을 위해 다자주의 움직임을 되살리려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코로나19 시대를 맞아 국가들이 다자주의 원칙을 포기하고 자국우선주의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다자주의 체제에서 이탈하려는 미국의 행보만으로도 다자주의 체제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측면도 분명히 존재한다.

II. 코로나19 시대 다자주의를 대하는 국제기구들의 자세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됨에 따라 2020년 상반기 세계무역량은 급감하였다. 더불어, 현재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둔화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감안하였을 때 세계무역량은 2020년 하반기에도 계속해서 전년도 대비 낮은 추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대해 2020년 4월 호베르투 아제베두(Roberto Azevêdo) 세계무역기구(World Trade Organization) 사무총장은 “국가들이 힘을 합한다면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것보다 (세계경제가)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며 위기극복을 위한 다자간 협력을 강조하였다.

또한,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은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다자간 자유무역체제 유지가 중요함을 강조하는 성명을 2020년 5월 5일(43개국)과 5월 29일(47개국)에 발표하였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될수록 상품과 서비스가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 수 있는 자유무역체제의 중요성이 더욱 강조되는 이유는 위기극복에 필요한 식량, 의료용품, 및 각종 생필품 등이 이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제약 없이 전달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성명서에 참여한 국가들은 중국, 일본, 한국, 호주, 영국과 같은 경제·무역 대국에서부터 솔로몬제도, 베냉, 북마케도니아 등 경제·인구 소국까지 다양하다. (다만 미국은 본 성명에 동참하지 않았다.)

한편, 세계은행은 2020년 4월 2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 25개국에게 19억 달러를 지원한다고 발표하였다. 더불어, 개발도상국들에게 다음 15개월에 걸쳐 1600억 달러를 지원함으로써 이들이 보건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후속조치도 시행하겠다고 발표하였다.

국제통화기금 역시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1조 달러 규모의 대출여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재해 억제 및 부채경감 기금(Catastrophe Containment and Relief Trust: CCRT)’의 규모를 14억 달러로 증대하여 저소득 국가가 부채위기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발표하였다.

더불어, 데이비드 맬패스(David Malpass) 세계은행 총재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Kristalina Georgieva) 국제통화기금 총재는 2020년 3월 25일 공동성명을 통해 국제개발협회(International Development Association: IDA) 소속 저소득 국가들을 대상으로 채권국들이 채무상환 일시 유예 등의 관용을 베풀 것을 요청하였다. 이에 G20 국가들은 2020년 4월 15일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의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하였으며 동시에 민간채권자들에게도 저소득 국가들의 채무상환 유예에 동참해줄 것을 촉구하였다.

그리고 G20 각국 정상들은 이 이전인 2020년 3월 26일에도 특별화상정상회의를 개최하고 공동성명을 통해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공동으로 대응해 나가기로 합의하였다. 특히 G20 국가들은 유엔(United Nations: UN), 세계보건기구(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국제통화기금, 그리고 세계은행과 적극적으로 협력할 것임을 표명하였다.

유럽연합(European Union) 또한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G20 국가 간에 통화정책 및 재정정책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더불어 유럽연합집행위원회(European Commission)는 2020년 5월 4일 ‘코로나바이러스 글로벌 대응(Coronavirus Global Response)’ 공약 추진을 통해 각 회원국 정부들과 유럽투자은행(European Investment Bank) 등으로부터 159억 유로를 모금하였다. 이를 통해 유럽연합집행위원회는 코로나19 백신 개발·분배 및 경제·보건 위기를 겪고 있는 국가들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창립 75주년을 맞은 유엔의 안토니오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 사무총장은 2020년 6월 10일 영상메세지를 통해 코로나19 위기극복, 세계경제 회복, 그리고 나아가 코로나19 2차 파동을 막기 위해 국가 간 연대에 기반한 다자협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다자주의 연대(Alliance for Multilateralism)’는 2020년 5월 25일 공동성명을 발표하여 코로나19에 대항하기 위해 국제협력과 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함을 강조하였다. 본 공동성명에는 유럽 국가들(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네덜란드, 벨기에,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중남미 국가들 (아르헨티나, 칠레, 멕시코 등), 아시아 국가들(한국,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등), 및 아프리카 국가들(남아프리카 공화국, 나미비아, 코트디부아르 등) 등 총 60개국의 장관급 인사들이 서명하였다. 이들은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세계보건기구, 유엔, 세계은행, 그리고 기타 국제 및 지역기구들의 활동을 지지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처럼 여러 국제기구들은 전 세계 국가들이 코로나19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자간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다양한 정책을 기획 및 시행하는 등 다자협력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보이고 있다.

III. 코로나19 시대 다자주의를 대하는 국가들의 자세

그렇다면 과연 국제기구 외에 개별 국가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위기극복을 위해 어떤 행보를 보이고 있는가.

우선 미국의 경우 트럼프 행정부의 지휘아래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전부터 국제무대에서 일방주의적인 행보를 보여왔으며 코로나19 사태 발생 이후 그 일방주의적 행보를 더욱 강화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 행정부는 2020년 4월 15일,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사태에 제대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음과 동시에 중국을 옹호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며 4억 달러 분담금 납부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어서 미국은 마침내 2020년 7월 8일 세계보건기구 탈퇴를 공식 통보하였다. 이외에도 세계무역기구와 관련해서 미국의 트럼프는 2019년 말부터 현재까지 계속해서 무역분쟁 상소기구(Appellate Body) 기능 마비에 일조하고, 세계무역기구가 중국과 개발도상국에 특혜를 주는 한편 미국에게는 불이익을 주고 있다고 비판해왔다. 그리고 트럼프 행정부는 계속해서 미중 무역갈등을 격화시키면서 세계무역량 회복과 글로벌가치사슬(global value chain) 유지 및 재건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더불어 미국은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이 다자간 자유무역체제 유지의 필요성을 강조한 2020년 5월 5일과 5월 29일 공동성명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또한, 미국은 ‘다자주의 연대’의 2020년 5월 25일 공동성명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이처럼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는 코로나19 확산 저지를 위해 국가 간 협력을 촉진·장려하기보다는 중국책임론 및 국제기구가 미국에게 정당한 대우를 해주지 않고 있다고 비판하는데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결국,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신이 설립·구축한 다자주의 체제를 이제는 거부하고 이탈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 틈을 타서 중국은 국제기구에서 자신의 영향력을 넓히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공백을 틈타 2020년 세계보건기구에 코로나19 퇴치를 위해 총 5천만 달러를 기부하였다. 더불어 중국은 (앞서 언급한) 세계무역기구 회원국들이 2020년 5월에 두 차례 발표한 공동성명에도 모두 참여하여 코로나19 위기 가운데 다자간 자유무역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향을 보이기도 하였다. 이외에도 상대적으로 전 세계 다른 국가들보다 코로나19 위기를 빠른 속도로 극복해낸 중국은 2020년 2분기부터 미얀마, 방글라데시, 헝가리, 인도, 및 다수의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의료용품과 자금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중국의 시진핑 주석은 2020년 5월 18일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앞으로 2년간 국제사회에 20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중국은 전 세계 국가들 및 국제기구들을 다방면으로 지원함으로써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한 다자간 협력 체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한편, 미국과 중국 외에 중견국들은 위기극복을 위해 다자간 협력을 추구하는 모습들을 보이고 있다. 우선 다수의 중견국들은 세계무역기구, ‘다자주의 연대’ 등이 발표하는 공동성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더불어 핀란드는 세계보건기구에 분담금 납부를 거부한 미국을 대신해 자신이 추가로 550만 유로의 분담금을 납부하겠다고 2020년 4월 15일 발표하였다. 그리고 프랑스와 독일 또한 2020년 6월 25일 위기극복을 위해 세계보건기구에 올해 각각 1억 5천만 달러와 5억6천만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일본은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짐바브웨, 베트남, 유엔팔레스타인난민구호기구(United Nations Relief and Works Agency for Palestine Refugees in the Near East: UNRWA) 및 유니세프(UNICEF)에 자금을 지원하였으며, 2020년 4월에는 국제통화기금의 ‘재해 억제 및 부채경감 기금’에 1억 달러를 지원하였다. 같은 시기에 영국도 ‘재해 억제 및 부채경감 기금’에 1억8500만 달러를 지원하였다.

한편,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은 2020년 5월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전 세계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제협력이 필요하며 한국이 이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또한,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2020년 6월 26일 ‘다자주의 연대’ 화상회의에 참석해 “코로나19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 노력과 다자주의 연대의 필요성이 커졌으며, 우리 정부는 국제보건규칙(IHR) 이행 개선 등을 통해 글로벌 보건 거버넌스 강화에 적극 기여 해나갈 것”이라고 밝히며 위기극복을 위해 다자간 협력이 필요하며 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가 있음을 표명하였다.

IV. 코로나19 시대 다자주의에 대한 앞으로의 전망

지금까지 언급한 사례들에서 보았듯이 코로나19 위기극복을 위해 국제기구들, 그리고 그 회원국인 중국과 여러 중견국들은 다자간 협력이 필요함을 강조하고 있으며 실제로 이를 위해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오늘날 다자주의가 오히려 쇠퇴하는 듯 보이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미국이 위기극복을 위한 다자간 협력에 동참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기간 동안은 서방세계의 리더로서, 그리고 냉전 이후에는 세계의 리더로서의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현재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더 이상 미국이 세계의 리더 역할을 맡는 것을 거부하고 고립주의, 자국우선주의로 회귀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앞서 언급하였듯이 미국은 자신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설립했던 국제기구들이 이제는 오히려 미국에 불리하게 작동하고 있으며 오히려 중국, 그리고 개도국들에게 유리한 대우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 미국은 이제 각 국제기구들이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을 방해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오히려 이로부터 탈퇴하려는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그동안 미국은 세계 제1의 경제대국으로서 본 국제기구들이 운영되는데 필요한 운영자금을 가장 많이 분담해왔다. 하지만 가장 많은 분담금을 지불 해온 미국이 (세계보건기구 탈퇴를 선언한 것처럼) 각 국제기구에서 손을 떼기 시작한다면 그 국제기구들은 원활하게 운영되지 못할 가능성이 높으며 국제기구들이 제 기능을 못한다면 앞으로 전 세계적으로 다자주의 움직임은 크게 쇠퇴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미국이라는 한 나라가 다자주의에서 일탈하려는 모습을 보이는 것만으로도 앞으로 다자주의 전망이 어두워질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지금까지 미국이 국제정치경제적으로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력이 컸음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미국이 고립주의로 회귀할 경우 다자간 국제협력을 주도할 리더의 부재로 인해 전 세계 국가들은 각자도생을 모색하게 되고 이로 인해 세계는 1920-30년대 전간기 때 겪었던 위기극복 실패를 답습하게 될지도 모른다.

미국이 다자주의 움직임에서 이탈할 경우 중국이 새로운 리더로서 부상, 이 기회를 노려 미국의 리더십을 대체하려고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다른 국가들, 특히 냉전 시기부터 전통적으로 미국과 가까웠던 미대륙과 서유럽 국가들, 그리고 아시아의 일본 같은 국가들이 중국의 리더십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이다. 코로나19 위기는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세계의 리더로서 인정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이는 당장의 위기극복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가장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미국이 고립주의로 나아가더라도 중국과 중견국들을 중심으로 다자주의 움직임이 계속해서 이어져 나가는 것이다. 미국이 그동안 다자주의 움직임을 이끄는 각종 국제기구들의 설립 및 운영을 주도해 왔지만 이제는 다른 국가들이 그 역할을 나누어 맡는 것이다. 실제로 앞서 다양한 사례들에서 언급하였듯이 미국 없이도 다른 국가들이 다자주의 움직임을 이어나가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미국 대신 국제기구에 자금지원을 늘리고 있다. 국가들이 이러한 행동을 지속적으로 보여줄 경우 세계보건기구, 세계무역기구, 세계은행, 국제통화기금 등 각종 국제기구들은 계속해서 위기극복을 위한 자신들의 역할을 이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미국의 빈자리가 크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미국이 떠난 자리에는 보다 분권화(decentralized)되고 민주적인 다자주의 체제가 등장할 수 있다고 보기도 한다. 더 이상 패권국이 일방적으로 위에서 아래로 주도하는 다자주의 체제가 아니라 동등한 지위를 지닌 국가들이 협력을 통해 함께 이끌어나가는 체제가 등장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미국이 국제 다자주의 질서로 회귀한다면 다른 국가들의 재정적 부담은 줄어들고 국제기구들은 위기극복을 위한 자원을 더욱 많이 확보 및 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2020년 11월 미국 대선이 있기까지는 미국이 다자주의 체제로 복귀할 가능성이 낮아보인다. 일단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현재 자신의 재선 전략으로 중국 때리기 등 미국 내 코로나 확산 대응 실패의 책임을 외부로 돌리려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만약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고 2022년 중간선거 때까지 선거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할 경우 (혹은 자신은 앞으로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지 않게 될 것이니 그동안 자신의 지지자들을 결집시켜왔던 고립주의와 미국 우선주의에 더 이상 얽매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게 될 경우), 미국 내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 간 협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여 다자주의로 복귀하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가 대통령 후보 시절부터 보여온 언행으로 비추어볼 때 실제로 이러한 시나리오대로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보인다.

이에 따라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은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 조 바이든이 현직 대통령 트럼프를 꺾고 당선되어 그동안 트럼프가 보여왔던 고립주의, 미국 우선주의 정책들을 철회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에 있을 미국 대선은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조 바이든이 새로운 미국 대통령이 되더라도 그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아직까지 알 수 없다. 실제로 2020년 7월 11일, 조 바이든은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경제 공약을 내세우며 자신이 미 대통령에 당선되더라도 미국의 보호무역 움직임은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였다. 한편으로는, 조 바이든은 자신이 11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미국이 바로 세계보건기구로 복귀하겠다고 밝히기도 하였다. 결국, 국제 다자주의 체제에 대한 조 바이든의 전반적인 입장이 어떤지,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다면 미국은 어떤 행보를 보이게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명확하게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한 백신 개발, 경제 회복,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국가들을 돕기 위해 다자간 국제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하지만 세계는 리더십 부재 상황을 계속해서 겪고 있다. 결국, 전 세계국가들은 미국이 다자주의 체제로 복귀하기를 기다리기보다는 최소한 당분간 (혹은 장기간 동안) 미국 없이도 다자주의를 추구하고 국제협력을 실천·증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19 위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는 미국의 복귀를 기다려줄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미국을 제외하고 중국과 여러 중견국들은 여전히 위기극복을 위해 다자주의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미국의 부재로 인해 국제 다자주의 체제가 빠르게 쇠퇴할 것이라는 예측은 성급한 결론일 수도 있을 것이다.

 

정승철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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