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에 소극적이었나?
왜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대응에 소극적이었나?
  • 장수익 기자
  • 승인 2020.04.03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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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희 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
오승희 동아시아연구원 수석연구원

I. 일본의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은 왜 늦어졌을까?

도쿄올림픽이 결국 연기되었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는 2020년 3월 24일 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바흐(Thomas Bach) 위원장과의 전화 회담 후 세계 모든 선수들이 최고의 컨디션으로 경기할 수 있고 모든 관객들이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대회가 되기 위해 취소(中止)가 아닌 1년 정도 ‘연기(延期)’하는 것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늦어도 2021년 여름까지’는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을 개최하는데 동의했으며, ‘완전한 형태’로 개최하기 위해 바흐 회장과 긴밀히 협력해나가고, 일본은 개최국으로서 책임을 다하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그리하여 올해 7월 24일 개최예정이었던 도쿄올림픽은 1년 후인 2021년 7월 23일 개최될 예정이다. 명칭은 그대로 2020년 도쿄올림픽을 유지하기로 했다.

2020년 1월 15일 일본에서 처음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만 해도 도쿄올림픽 연기는 상상할 수 없는 미래였다. 중국에 이어 한국, 유럽, 미국으로 확산되면서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가 팬데믹(pandemic)을 선언했을 때에도 일본 정부는 “올림픽 연기는 전혀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변함없는 개최 의지를 표명하였다.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에 이르기까지 일본 국내외로부터 많은 연기 요구가 있었다. 일본은 가능한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지속하다 3월 12일 트럼프 대통령이 “관중 없이 개최하는 것보다는 연기를 검토하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나타내자1) 움직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일본은 3월 16일 G7 정상들과 긴급 화상 회의를 갖고 “완전한 형태(完全な形)”로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중요하며 각국 국가들로부터 지지를 받았음을 강조했다. 여전히 예정대로 도쿄올림픽 개최 강행 의지를 보였지만, 완전한 형태임을 강조하면서 상황에 따른 연기의 가능성도 열어두었다고 볼 수 있다. 3월 23일에는 선수단을 파견하지 않겠다는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보이콧도 이어졌다. 사실상 완전한 형태의 대회는 더 이상 불가능해졌다.

아베 총리는 결국 3월 24일 밤 올림픽 개최 연기를 ‘제안’하였고 바흐 IOC 위원장이 이에 100% 동의한다는 반응을 덧붙여 도쿄올림픽 연기가 결정되었다. 아베 총리의 정치적 결단이었다고 강조되지만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은 상황 변화에 뒤처진 수동적인 대응이었다고 평가된다. 올림픽 연기 발표 이후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불가피하고 상식적인 결정”이었으며 이를 반대할 선수는 아무도 없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하였다.2)

모리 요시로(森喜朗) 도쿄 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재연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2년 연기가 더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였다.3) 아베 총리는 일본의 백신 개발이 가능할 것이라 보고, 또한 2년 연기시 별개의 경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1년 연기라는 ‘정치적 판단’을 내렸다고 밝혔다.4)

그렇다면 왜 일본의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은 늦어졌는가? 도쿄올림픽에 걸었던 일본 정부의 기대와 연기로 인한 상황변경에의 대응 등 코로나바이러스 등장 초기부터 일본 아베 정부의 도쿄올림픽 연기 결정 직후까지 일본 정부의 대응 정책과 정책 변화요인을 살펴본다.

2. 시진핑 주석의 일본 방문 연기

2020년 1월 중국 우한(武漢)에서 처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했을 때 일본 정부는 다른 어떤 정부보다 선제적으로,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아베 총리는 전세기를 보내 우한에 있는 일본인을 수송하였으며, 일본 내에서는 중국으로의 마스크 지원 및 따뜻한 응원 메시지로 일본과 중국의 우호적인 관계를 과시하였다. 일본 민간에서 기증한 100만 개의 방역 마스크가 1월 26일 우한으로 보내졌다. 이후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馬雲) 전 회장은 일본이 중국에 도움을 준 것에 대한 답례로 100만장을 기증하기도 했다.

중국에 다녀온 일본 거주 중국인이 1월 15일 확진 판정을 받고,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에 탑승했던 홍콩인 감염자가 1월 25일 확인되어 2월 3일 요코하마에 긴급 정박한 이후 감염자가 속출하기 시작하였다. 또한 중국인 관광객들이 탔던 유람선 ‘야카타부네’(屋形船)를 대절한 택시기사 신년회로 일본인 택시기사가 감염되고, 그 장모에게 전염되어 2월 13일 일본 내 첫 사망자가 발생했다. 중국발 코로나바이러스로 일본 내 확진자가 증가하는 가운데, 일본 국내에서는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금지가 지연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중국으로부터의 입국 금지가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1) 중국인 관광객의 중요성, 2)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일본 방문, 3) 도쿄올림픽에 미치는 영향으로 설명되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시진핑 주석의 일본 방문에 거는 기대가 매우 컸다는 점이 일본의 중국에 대한 정책 결정의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아베 총리는 <중일관계 개선>을 주요 외교성과의 하나로 강조해왔다. 2017년 중일국교정상화(1972) 45주년을 맞이하고, 2018년 중일평화우호조약(1978) 40주년을 기념하면서 중일관계는 협력 기조를 유지해오고 있었다. 2010년 GDP 기준 세계 2위의 지위를 중국에 넘기고, 2012년 센카쿠/댜오위다오 문제로 중일 간 마찰이 심화되었던 분위기를 반전하여 2018년에는 중일관계가 정상궤도로 복귀했다고 자평하였다.5)

2018년 5월 리커창(李克強) 총리가 일본을 방문하여 계기를 만들고, 아베 총리가 2018년 10월 25일부터 27일까지 중국 베이징을 방문하여 협력의 의지를 확인하였다. 2019년 시진핑 주석이 G20 오사카 회의에 참석하였고, 아베 총리의 초청으로 2020년 ‘벚꽃이 필 무렵’인 4월 초 일본을 방문하기로 했다. 2019년 말에도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차 아베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며 정상 간 교류를 지속하였다. 그리고 2020년 시진핑 주석의 일본 방문을 계기로 ‘중일관계의 새로운 봄’을 맞이하기 위한 준비가 진행되어 왔다. 1972년 9월 29일 <중일공동성명>, 1978년 8월 12일 <중일평화우호조약>, 1998년 11월 26일 <평화와 발전을 위한 우호협력파트너십 구축에 관한 중일공동선언>, 2008년 5월 7일 <‘전략적 호혜관계’의 포괄적 추진에 관한 공동성명>을 잇는 “제5의 정치문서”가 발표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한껏 고조시켰다.

최근까지도 우호적인 중일관계를 바탕으로 중일 민간 교류 확대 및 인적교류가 증대되어 왔다. <그림 1>의 일본정부관광국(JNTO) 기준 ‘일본 방문 외국인 수’를 살펴보면,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2019년 최악의 한일관계로 한국인 관광객이 약 195만 명 급감하였으나, 중국 관광객을 적극 유치하면서 121만 명 증가하였고, 전체 관광객 수는 2018년보다 69만 명 증가한 31,882,049명으로 집계되었다. 또한 춘절을 앞두고 일본으로 단체여행을 온 우한 사람은 1만 5000여명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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