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이다. 한 주가 시작되지만, 국회정상화는 요원하다. 답답하고 송구스럽다.
월요일이다. 한 주가 시작되지만, 국회정상화는 요원하다. 답답하고 송구스럽다.
  • 박준성 기자
  • 승인 2019.06.17 08:4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자한당이 국회 정상화 선결조건으로 경제청문회를 요구하는 것을 보니, 명분 없는 대(對) 국회 파업을 지나치게 오래 한 후유증으로 국회의원 지위 망각증이란 병이 생긴 것이 분명하다. 경제가 위기인지, 추경이 제대로 편성되었는지를 제대로 따지라고 헌법은 국회의원에게 막강하고 효율적인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

이를테면, 추경안에 대해 각 상임위원회의 소위와 전체회의 예비심사, 국회 예결위의 종합정책질의·부별 심사·조정소위원회 심사 등 종합심사를 하고, 해당 국무총리와 국무위원 등을 출석시켜 질문하면서 심도 있는 심사와 대안을 제시할 수 있다.

그런데 정부가 추경안을 제출한 지 한 달도 더 지난 현시점에서 국회의 막강하고 효율적인 재정통제제도를 걷어차고 시민단체에나 유용할 경제청문회를 자한당이 요구하는 것은 국회의원 지위 망각증이 아니고선 설명하기 어려운 행태이다.

생뚱맞은 청문회 타령을 일삼는 자한당은 시험을 코앞에 두고 교과서는 들춰보지도 않으면서 새 참고서 사달라고 떼쓰는 수험생 같다.

자한당이 아무리 바보라도 자기 논리가 옹색한 것쯤은 안다. 그래서 추경의 심도 있는 심사를 위해서 경제청문회를 먼저 하자고 주장한다. 그런데 이런 주장은 조금만 살펴봐도 일말의 생산성도 진정성도 없는 억지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첫째, 추경심사 전 경제청문회는 자한당이 강변하는 여야의 이견을 좁히는 등의 효과를 전혀 거둘 수 없다. 나경원 대표는 경제청문회가 필요한 이유는 “경제의 위기 원인을 짚어” “그에 맞는 처방을 내놓을 수 있”고, “여야 정쟁을 줄이”고, “더 이상 각자 주장만 하며 평행선을 달리지 말고 한 곳에 모여 토론하고 따져”보기 위해서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4년 내내 상임위 등에서 수시로 토론해도 이견이 좁혀지질 않는데, 1회성 청문회를 통해서 이런 ‘마법’을 기대한다면, 망상이다. ‘공상정치소설’을 쓰는 것이다. 자한당의 진짜 속마음은 TV로 생중계되는 또 한 번의 정치공세 무대를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둘째, 추경심사 전 경제청문회는 추경 처리 일정을 불필요하게 지연시킨다. 청문회가 어느 정도 형식적 틀을 갖추려면 그 논의만으로도 적잖은 시간이 소요된다. 본회의 대정부질의처럼 며칠 동안 국무위원도 출석시키고 질문도 해야할 것이다. 제대된 청문회는 추경안 처리를 한참이나 늦추고, 형식적인 청문회는 아무런 의미도 없이 일정만 며칠 까먹는 것이다.

셋째, 추경의 문제점을 다루는 데 청문회보다는 각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예결위의 종합심사가 훨씬 생산적이다. 자한당은 추경 심의에 청문회를 통해서만 파악 가능한 게 무엇인지 먼저 설명해야 한다. 그런데 그런 게 없기 때문에 엉뚱한 말이나 하는 것이다. 청문회는 상호보완적이 아니라 중복적·낭비적이고, 행정부 입장에서는 불필요한 고역을 치르는 것이다.

나 대표는 “‘경제정책에 자신 있다’, ‘소득주도성장에 문제없다’던 정부”라면서 “왜 이토록 경제청문회를 못 받겠다는 것인지 답답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자한당은 정책의 타당성이 아니라 정치적 유불리로 판단하는 집단이다. 아무리 올바른 정책도, 아니 올바른 정책일수록 정치적으로 불리하기 때문에 반대한다. 그러니까 자신 있으면 청문회에서 붙어보자는 나 대표의 발상은 ‘중2병’ 청소년이 ‘현피’ 뜨자고 시비 거는 것처럼 유치찬란하다.

만약 경제 청문회를 한다면 경제 현안을 점검하는 데 있어서 다른 국회 활동으로는 다뤄지기 어려운 내용을 주제로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자한당이 핏대를 높이는 탈원전, 4대강 사업 정비이나 부동산 정책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 정책에 대한 수습 측면도 있다. 전임 정부의 사드 배치, 섣부른 ‘위안부’ 합의 등은 현정부를 많이 어렵게 하고 있다. 이런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다루는 <이명박 박근혜 경제정책의 부정적인 유산이 민주당 정부 경제정책을 어떻게 발목잡고 있는가?> <민주당·자한당의 지난 총선·대선 공약 이행과 경제정책 방향> 등에 대한 청문회 방식의 토론은 필요하다. 이런 주제는 상임위에서 다루기가 쉽지 않다. 자한당은 이런 청문회부터 구상해보라.

민주당은 정말 경제청문회가 국회 등원의 전제 조건이면, 청문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본다. 단 추경 처리의 차질을 줄이기 위해서 신속하고 최소한으로 해야 하는 조건이다. 청문회가 의미가 있거나 필요해서가 아니다. ‘중2병’ 아이가 게임 아이템 사달라고 떼쓰면서 등교도 거부하면 일단 아이가 엇나가지 않게 달래야 하기 때문이다.

퍼스트뉴스를 응원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이 퍼스트뉴스에 큰 힘이 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본사주소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성대로16길 18 실버빌타운 503호
  • 전화번호 : 010-6866-9289
  • 등록번호 : 서울 아04093
  • 등록 게제일 : 2013.8.9
  • 광주본부주소 : 광주 광역시 북구 서하로213.3F(오치동947-17)
  • 대표전화 : 062-371-1400
  • 팩스 : 062-371-7100
  • 등록번호 : 광주 다 00257, 광주 아 00146
  • 법인명 : 주식회사 퍼스트미드어그룹
  • 제호 : 퍼스트뉴스 통신
  • 명예회장 : 이종걸
  • 회장 : 한진섭
  • 발행,편집인 : 박채수
  • 청소년보호책임자 : 대표 박채수
  • 김경은 변호사
  • 퍼스트뉴스 통신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퍼스트뉴스 통신.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irstnews@first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