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민족의 운명을 갈랐던 장제스와 김구의 역사적인 만남장소
우리민족의 운명을 갈랐던 장제스와 김구의 역사적인 만남장소
  • 장수익 기자
  • 승인 2018.08.14 1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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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군사위원회’ 건물 존재 국내 첫 확인

중경시 유중구 해방서로에 위치…사실상 방치상태

 

<장개석 면담기록 1943년 7월 20일 중국군사위원회 2층 접견실에서 김구주석 조소앙외무부장 김규식선전부장 이청천 광복군총사령 김원봉 광복군부사령이 장제스와 만났다.>

[퍼스트뉴스=장수익 기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카이로 회담 직전 중국 군사위원장인 장제스에게 한국의 자유 독립 지지를 요청했던 역사적인 장소를 김갑제 광복회 광주전남지부장을 비롯한 독립운동사적지 답사단이 국내 처음으로 발굴 공개했다. 카이로 회담은 1943년 11월 미·중·영 3개국 정상이 군사회담을 갖고 일본이 패망하면 한국을 자유독립국가로 독립시킨다고 합의, 선언한 것을 말한다.

김 지부장 등 사적지답사단은 지난 12일 중국 중경시 유중구 해방사로 66호가 김 주석과 장제스간 의 면담이 진행된 옛 중국군사위원회 건물을 찾아냈다. 광복회광주전남지부는 광복73주년을 맞아 광주지방보훈청 주최로 지난 7일부터 상하이와 항조우, 충칭, 시안 등 중국내 항일사적지를 탐방했다.

탐방단의 지도교수로 함께 동행 한 카이로선언의 권위자인 역사학자 한시준 단국대 교수는 “임시정부 요인들과 장제스의 면담 장소를 확인한 건 국내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다”며 “우리나라 독립기념관은 물론 문화재청도 존재 자체를 몰랐던 장소다”고 밝혔다. 이어 “카이로 회담 전에 임시정부 요인들이 장제스에게 한국독립 지지 요청을 한 기록은 있지만, 그 장소가 어디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역사적 장소를 직접 확인하니 감개가 무량하다”고 밝혔다.

군사위원회 건물은 2층 구조로 콘크리트와 벽돌로 지어졌다. 건물 입구 왼쪽 벽에 1937년 11월 국민정부가 중경으로 옮겨온 뒤 군사위원회 회의실로 이용됐다는 내용과 규모 등이 적힌 표지석이 있다. 또 1945년 9월 4일부터 40일 동안 장개석과 모택동의 중경담판이 진행됐다는 내용도 있다. 따라서 김구 주석 등 임시정부 요인들이 카이로 회담 개최 소식을 듣고 중국 군사위원회를 방문, 2층에서 장제스와 면담을 가졌다는 기록으로 볼 때 이 건물은 한국독립 문제를 국제적인 이슈로 제기한 역사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 교수는 설명했다. 당시 중국 최고 통치자인 장제스의 공식 직함은 군사위원장이었다.

1943년 7월 26일 오전 9시 김구 주석과 조소앙 외무부장, 김규식 선전부장, 이청천 광복군 총사령관, 김원봉 광복군 부사령관 등 임시정부 요인들은 장제스를 찾아가 중국과 미국, 영국 정상이 만나는 카이로 회담에서 ‘영국이 주장하는 국제 공동관리를 반대해 줄 것’과 ‘세계2차 대전 후 한국의 자유독립을 지지하고 관철 시켜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장제스는 카이로 회담 때 미국과 영국을 설득해‘우리는 일본이 한국인에 대해 노예대우를 하고 있음을 잊지 않고 있으며, 일본이 패망한 후 적당한 시기에 한국으로 하여금 자유 독립의 국가가 되도록 결정한다(초안 기준)’ 내용이 합의문에 포함되도록 했다.

군사위원회 장소와 관련 그동안 한국 역사학계에선 구체적인 현장은 확인 못한 채 기록으로만 전해지고 있었다. 이는 중국 당국이 외부 공개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어서다. 광복회의 이번 확인도 공식 기록이 아닌 탐방과정에서 중국역사학자 제보를 토대로 이뤄졌다. 현재 이 건물은 중경시 보호문물로 지정돼 있지만 자국민은 물론 외국인 출입을 금지해 사실상 방치상태인데 국민당 군사위원회 사무실로 쓰였던 곳이라 방치된 것 아닌가 판단된다.

1943년 3국 군사회담에 대한 정보를 입수한 임시정부는 시급히 장제스를 만나고자 요청했다. 중국국민당 조직부장으로 한국담당자였던 우티에청(吳鐵城)에게 면담을 요청했고, 면담은 1943년 7월 26일 오전 9시 이루어졌다. 이날 면담에는 주석 김구, 외무부장 조소앙, 선전부장 김규식, 광복군 총사령 이청천, 부사령 김원봉 등 임시정부 요인 5명과 통역으로 안원생이 참석하여 장제스를 만났다. 이 같은 사실은 중국 측의 ‘총재접견한국영수담회기요’라는 제목으로 명백히 기록으로 남아있다.

다음은 면담기록 중 일부.

김구· 조소앙 : 영국과 미국은 조선의 장래 지위에 대해 국제공동관리 방식을 채용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바라건대 중국은 이에 현혹되지 말고 한국의 독립 주장을 지지하고 관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장제스 총재 : 영국과 미국 쪽에서는 확실히 그러한 논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국제공동관리 문제에 대해) 반드시 쟁집(爭執 논쟁)이 많을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에 한국 내부의 정성통일과 공작표현을 보여줄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야 중국도 역쟁(力爭)할 수 있고, 일에 착수하기도 쉬울 것입니다.

미국과 영국이 국제공동관리를 주장하고 있는데, 중국은 이에 현혹되지 말고 한국의 독립을 지지하고 관철시켜 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장제스는 미국과 영국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며 쉽지 않은 일이라 했고, 앞으로 쟁집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장제스는 약속했다. 중국은 한국의 독립을 위해 ‘힘써 싸우겠다’고. 장제스는 약속을 지켰다.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부터 ‘한국의 독립’을 제안하기로 한 것이다.

카이로회의는 11월 23일에 개최되었다. 오전 11시 3국 정상들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가 열렸다.

카이로회담은 전후 문제를 다루는 정치회담이 아니었다. 군사회담이었다. 미·영·중 3국이 일본과의 전쟁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특히 중국의 대일작전에 대한 문제가 주요 의제로 다루어졌다. 카이로회의에는 3국의 군사지휘관들이 참석했고, 회의장에 뜬 별이 무려 200개가 넘었다고 한다. 오후부터 군사 실무담당자들이 모여 회담을 가졌다.

한국문제가 논의된 것은 11월 23일 저녁이었다. 저녁 7시 반 장제스는 부인 쑹메이링과 함께 루스벨트 숙소에서 만찬을 함께 했다. 장개석· 쑹메이링· 루스벨트와 그의 보좌관 홉킨스(Harry Hopkins) 등 4명이 참석했고, 시간은 밤 11시까지 이어졌다. 이때 장제스는 일본이 패망하면 대만·팽호도와 만주는 중국에 귀속되어야 한다는 것 등 중국이 준비해간 것을 제안했다. 전후 한국을 자유 독립국으로 하자는 것도 빼놓지 않았다.

중국 측은 카이로회의 전 과정을 기록하였고, 이를 <카이로회의 일지(開羅會議日誌)>로 남겨 놓았다. 루스벨트는 장제스가 제안한 내용에 대해 대부분 동의하였고, 회의는 원만하게 이루어진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장제스와 루스벨트가 합의한 내용을 근거로 초안이 작성되었다. 만찬을 마치고 헤어질 때, 루스벨트는 보좌관 홉킨스에게 장개석과 협의한 내용을 근거로 초안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 24일 오전 홉킨스는 백악관 문서기록관인 코넬리우스(Albert M. Cornelius)를 불러 타이핑을 시켜 초안을 작성했다. 초안은 루스벨트의 결재를 거쳤다. 홉킨스는 오후 4시에 초안을 가지고 와 쑹메이링에게 전달했다.

중국측 실무자인 왕총후이(王寵惠)는 이를 중국어로 번역하여 장제스에게 보여주었다. 장제스는 팽호도의 이름이 잘못된 것을 지적한 것 외에 만족을 표시했다. 초안에는 한국문제가 다음과 같이 되어 있었다.

“우리는 일본이 한국인에 대해 노예대우를 하고 있음을 잊지 않고 있으며, 일본이 패망한 후 적당한 시기(at the proper moment)에 한국으로 하여금 자유 독립의 국가가 되도록 결정한다.

이 내용은 우여곡절을 거쳤으나 처칠의 극력반대에도 불구하고 결국 포함돼 발표됐다. 따라서 중국군사위원회 건물은 우리민족의 새 역사를 탄생시킨 장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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