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내포신도시의 현재와 미래 ④
[기획취재] 내포신도시의 현재와 미래 ④
  • 우영제 기자
  • 승인 2026.03.24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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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수도 그 너머, ‘서해안 메가시티’의 심장으로 다시 뛸 수 있을까
서해선·KTX 열리는 ‘교통 혁명’… 내포, 충청권 다극 체제의 핵심 노드 부상
6조 원대 AI·탄소중립 산업 집결하지만… ‘대학 부재’ 정주 여건은 여전한 과제
충남의 수부(首府) 내포신도시

충남의 수부(首府) 내포신도시가 거대한 전환점에 섰다. 2012년 도청 이전과 함께 화려하게 문을 열었지만, 지난 10여 년간 ‘행정타운’이라는 좁은 울타리에 갇혀 성장의 한계를 노출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대전·세종·충남·충북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묶는 ‘충청권 메가시티’ 구상이 급물살을 타면서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내포는 이제 단순한 도청 소재지를 넘어, 비대해진 수도권의 일극 체제를 깨트릴 서해안권의 강력한 ‘전략적 교두보’로 재설계되고 있다.

△ ‘삼각축 발전 전략’의 정점, 내포의 지정학적 재발견

충남도가 승부수로 던진 ‘삼각축 발전 전략’은 내포의 위상을 근본적으로 뒤흔드는 설계도다. 천안·아산의 압도적인 제조 산업 파워와 공주·부여의 역사문화 자산, 그리고 내포의 행정·물류 기능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이 구상에서 내포는 이른바 ‘네트워크 도시’의 핵심 노드(Node) 역할을 맡는다. 과거의 도시 개발이 점(點)의 성장이었다면, 이제는 선(線)과 면(面)으로 연결되는 광역 경제권의 중심축으로 내포를 밀어 올리겠다는 뜻이다.

이 거대한 담론의 실핏줄은 결국 ‘교통’이다. 서해선 복선전철과 장항선 개량 사업, 그리고 숙원 사업인 KTX 연결이 가시화되면서 내포는 비로소 ‘섬’에서 벗어나 대동맥과 연결된다. 여기에 내포~세종 고속도로와 천안·아산·평택을 잇는 순환철도망까지 가세하면 내포는 명실상부한 충청권의 교통 요충지로 거듭난다.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의 기대감은 이미 임계치를 넘어서고 있다. 홍성읍에서 평생을 보낸 김영자(가명, 62) 씨는 “서울까지 2시간 넘게 걸리던 길이 1시간 이내로 좁혀진다는 소식은 단순한 시간 단축 그 이상의 의미”라며 “수도권 대형병원이나 문화시설을 내 집 앞마당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되면, 떠났던 자식들도 다시 돌아오지 않겠느냐”고 반색했다. 내포신도시 내 상가 번영회 관계자 박성훈(가명, 38) 씨 역시 “지금까지는 유동 인구가 적어 ‘텅 빈 도시’라는 오명을 썼지만, 광역 교통망이 뚫리면 서해안 관광객과 물류 인력이 모여드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6조 원대 AI·탄소중립 산업, ‘기회의 땅’으로 변모하는 산단

내포의 재도약은 산업적 토대 위에서 더욱 견고해진다. 충남도가 내포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추진 중인 RE100 기반 친환경 산단과 AI 전환 전략은 지역 경제의 체질을 바꾸는 핵심 동력이다. 특히 2035년까지 5조 8900억 원을 투입하는 AI 중심 산업 구조 개편은 내포를 대한민국 미래 산업의 전초기지로 만들겠다는 김태흠 지사의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김태흠 지사는 최근 이와 관련해 “내포는 단순히 충남의 수부가 아니라, 대한민국 미래 산업을 이끄는 ‘AI 혁신의 발원지’가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이는 단순한 외연 확장이 아니라, 충청권 전체의 산업 생태계를 하나로 묶는 ‘경제 공동체’의 서막이다. 내포산단 입주를 검토 중인 한 첨단 소재 기업 대표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물류 비용과 인력 수급”이라며 “서해안 물류망과의 인접성에 KTX 접근성까지 더해진다면 수도권 공장을 고집할 이유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 ‘교육 잔혹사’와 정주 여건, 지속 가능성을 향한 아킬레스건

하지만 화려한 청사진 이면에는 뼈아픈 현실이 존재한다. 도시의 지속 가능성을 결정짓는 ‘교육’과 ‘정주 여건’은 여전히 내포의 아킬레스건이다. 초·중·고등학교는 속속 들어섰지만, 지역의 미래를 책임질 대학이 전무하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내포에서 자란 대학생 김민재(가명, 21) 씨는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대전이나 수도권으로 떠나는 게 이곳에선 당연한 수순입니다. 내포에는 청년들이 문화를 향유할 공간도, 심도 있게 공부할 대학도 없기 때문이죠. 돌아오고 싶어도 돌아올 명분이 마땅치 않습니다.”라고 토로했다.

도시가 ‘회춘(回春)’하기 위해서는 청년이 머물러야 한다. 충남도가 공공형 대학 캠퍼스 유치와 산학 연계형 교육 모델 도입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포초 학부모 이은정(가명, 42) 씨는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병원, 학교, 도서관 같은 기초 인프라가 서울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는다면 이주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며 “인프라 확충 속도가 인구 증가 속도를 앞질러야 도시가 사람을 붙잡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 실행이 계획을 이긴다… 메가시티의 심장으로 고동칠 시간

내포신도시의 미래는 이제 단일 도시의 완성을 넘어, 충청권 전체의 전략적 거점으로 재설계되고 있다. 충남연구원 오용준 선임연구원은 “내포는 광역 네트워크 도시로서 각 지역의 기능을 분담하고 연결하는 독보적 위치에 있다”며 “내포가 메가시티의 중심축으로 안착한다면 충남 전체의 동반 성장은 물론, 국가 균형발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내포의 재도약은 정교한 계획을 넘어선 과감한 실행력에 달려 있다. 김태흠 지사는 평소 “내포신도시는 이제 단순한 행정타운의 껍데기를 벗어야 한다. 사람이 살고, 아이를 키우고, 일자리가 넘쳐나는 실질적인 ‘생활도시’로 재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기자의 감각으로 본 내포는 이제 막 긴 잠에서 깨어나 기지개를 켜는 거인과 같다. 충청권 메가시티라는 거대한 파도가 밀려오는 지금, 내포가 ‘충남의 심장’으로 힘차게 고동칠 수 있을지 전국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도시의 미래는 누군가의 장밋빛 구상이 아니라, 오늘 현장에서 흘리는 주민들의 땀방울과 정책적 결단 속에서 비로소 완성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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