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청년층의 수도권 유출은 대한민국 지방을 서서히 침묵 속으로 몰아넣고 있다. 충청권 역시 예외는 아니다. 특히 충남은 일부 시·군이 이미 인구 자연감소 단계에 진입했고, 대전은 청년층 유출과 고령화 속도가 전국 평균을 웃돈다. 이런 위기 속에서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 논의가 다시금 본격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제, 그 논의는 단순한 제안이나 구상 수준을 넘어 입법 절차로 진입했다. 지난 9월 30일, 대전시와 충남도는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이 국회에 발의됐다고 밝혔다. 성일종 의원이 대표발의하고,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를 포함한 45명의 국회의원이 공동발의에 참여했다. 양 시도는 이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 내년 7월 ‘대전충남특별시’가 출범할 수 있도록 행정력을 집중하고, 초당적 지원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번 특별법은 지난 7월 민관협의체가 도출한 최종안을 바탕으로, 양 시도의회 의견 청취를 거쳐 마련된 것으로, 총 296개 조항을 담고 있다. 지방자치 30년 동안 구조적 한계로 지적돼 온 권한 및 재정의 중앙집권화 문제를 해소하고, 지역국가 수준의 자율성과 재정 지원을 확보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 주요 내용은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운영 △자치권 강화 △경제과학수도 조성 등 국가 개조 수준의 개혁과 분권, 지원이다.
이 논의의 중심에는 김태흠 충남도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이 있다. 두 사람은 지난해 말부터 통합 논의를 공식화하며 공동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접근 방식과 강조점은 다소 다르다.
김태흠 지사는 “통합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며, 지사직을 내려놓을 각오까지 밝히며 강력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수도권 일극 체제를 깨고 지방의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대전·충남이 하나의 생활권으로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충남도는 특별법 제정을 위한 민간 협의체를 구성하고, 257개 특례 조항과 9조 원 규모의 국세 이양을 담은 법안을 시·도 의회에서 의결했다.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공청회와 법안 심사를 앞두고 있다.
김 지사는 통합 이후의 청사진도 제시했다. 대전권은 R&D 중심, 충남 서북부는 공업 중심, 내포권은 농어업 특화 지역으로 삼아 각각의 강점을 살리는 맞춤형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국토관리청·금강유역환경청·중소벤처기업청 등 중앙 권한을 지방으로 넘겨야 진정한 지방분권이 시작된다”고 강조한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통합은 시민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는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추진 과정에서 시민의 의견 수렴과 실질적 이익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시장은 “통합이 단순한 행정구역 재편이 아니라, 대전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며 “대전이 충남과 통합할 경우, 행정 중심 도시로서의 역할이 어떻게 변화할지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장우 시장은 특히 대전의 도시 정체성과 행정 효율성에 대한 고민을 강조한다. 그는 “대전은 이미 과학·교육·행정 중심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통합 이후 이러한 기능이 약화되거나 혼선이 생긴다면 시민의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따라서 그는 통합 논의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두 단체장은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김 지사는 “정치적 계산이라는 주장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통합되면 대전시장과 충남지사 중 한 명은 출마조차 못 한다”며 “도민과 시민의 삶을 위한 순수한 의지로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반면 이 시장은 “시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없다면 통합은 공허한 구호에 불과하다”며 “시민이 주도하는 통합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실제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대전·충남 주민의 약 65%가 통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이유는 ‘지역 경쟁력 강화’와 ‘행정 효율성’이 주를 이루는 반면, 반대 이유는 ‘지역 정체성 훼손’과 ‘행정 혼란’이 많았다. 이는 두 단체장이 각각 강조하는 지점과도 맞닿아 있다.
통합 이후의 과제도 만만치 않다. 재정 조정, 권한 분배, 공공기관 이전, 교육·복지 서비스 통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조율이 필요하다. 김 지사는 “충남 혁신도시 지정 이후 5년간 공공기관 이전이 지지부진했다. 통합을 통해 충청권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고, 2차 공공기관 유치에 있어 충남이 우선 선택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장우 시장은 이에 대해 “공공기관 이전은 통합 여부와 별개로 대전의 기능과 역할을 고려해야 한다”며 “대전이 충청권의 중심 도시로서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돼야 한다”고 말한다.
지방소멸이라는 거대한 파고 앞에서, 대전과 충남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통합은 단순한 행정 효율을 넘어, 지역의 생존을 위한 전략이 될 수 있을까. 다음 편에서는 통합 논의의 명암과 갈등의 실체를 들여다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