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크리스마스 이브 지난 연말 어려운 이웃에게 나눔의 손길을 전하기 위해 설치된 구세군 자선냄비의 온기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경기침체 등의 여파로 당초 목표했던 3000만원을 채우지 못하고 2400만원에 머문 것. 하지만 광주시민의 '작지만 의미있는' 온정은 잇따라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모금 마지막날이던 지난달 24일 오후 4시께 광주 동구 충장로 우체국 사거리 앞 자선냄비에 유치원생 남매가 흰 봉투를 넣었다. 30대 초ㆍ중반으로 보이는 부부는 아이들의 모습을 휴대폰으로 촬영했다. 여느 가족 단위 성금 기부자들과 다르지 않은 평범한 모습이었다.
8시간여가 지나 자정까지 모금을 마친 뒤 자선냄비를 확인하던 남정수 광주 구세군교회 사관은 깜짝 놀랐다. 유치원생 남매가 넣은 것으로 보이는 봉투 안에 빳빳한 1만원권 신권 100장이 가지런히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봉투에는 지폐 이외에 편지나 메모 등은 없었다.
남정수 사관은 "지난 2011년에도 모금 마지막 날인 24일 익명의 기부자가 100만원을 기탁한 적이 있었다. 올해에도 광주시민들의 나눔의 마음이 식지 않았음을 느꼈다"며 "봉투의 주인공이 누구일까 생각하다 몇 시간 전 해맑게 웃는 모습으로 성금을 넣는 아이들을 사진에 담았던 젊은 부모의 모습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이처럼 광주 구세군 자선냄비에는 수년동안 감동의 사연이 릴레이처럼 이어져 왔다. 지난 2005년 12월18일 우체국 앞 구세군 자선냄비에는 익명의 편지 1통과 18K 금반지 2개, 현금 2000원이 담겨있는 봉투가 들어있었다. 자신을 40대 실직자라고 소개한 기부자는 편지를 통해 "힘든 시간을 보내면서 뭔가 보람된 일을 하고 싶어 아내 생일때 선물로 사준 금반지 2개를 넣었다"며 "반지는 아내에게 소중한 것이지만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에게 보탬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또 2006년 12월16일에는 한자로 '편운(片雲)'이라고 쓴 한 중년 남자가 아내의 마흔 아홉번째 생일을 맞아 이웃을 돕고 싶다며 1만원권 지폐 4장, 5000원권 1장, 1000원권 4장 등 총 4만9000원을 기부했다. 같은 해 모자(母子)지간으로 보이는 초라한 옷차림의 50대 여성과 20대 남성은 현금 80만원과 10만원권 수표 2장 등 100만원을 선뜻 기부했다.
남정수 사관은 "하반신이 마비된 한 장애인이 하루종일 모은 돈 3만원을 선뜻 내놓아 주위의 눈시울을 적시게 하는 등 광주지역은 거액 기부 대신 시민들이 틈틈이 모아둔 성금을 내놓는 소액 기부자들이 많다"며 "그러나 전국적으로 광주의 자선냄비 모금액은 최하위 수준에 속하기 때문에 시민들의 사랑과 관심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