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방자치법 전면 개정 이후 본격적인 막을 올린 제12대 충남도의회가 4년의 임기를 마무리하고 있다. 급격한 정치 지형 변화 속에서 출범한 이번 의회는 초선 의원들의 대거 진입으로 ‘경험 부족’에 대한 우려와 ‘새로운 변화’에 대한 기대가 교차했다. 이제 4년이 지난 지금, 제12대 충남도의회는 어떤 발자취를 남겼을까.
◇ 입법과 예산, ‘정책 의회’의 기틀을 닦다
제12대 의회의 가장 큰 변화는 ‘정책 중심 의회’로의 체질 개선이다. 충남의 최대 현안인 지역소멸 예방, 저출생 대응, 도민 복지와 안전망 강화를 위한 굵직한 입법 성과가 이어졌다.
특히 지역균형발전 지원 조례의 실효성을 높이고, 고령화·저출생 대응 맞춤형 복지 조례,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한 안전 관련 조례들을 제·개정하며 도민 삶의 질 향상에 주력했다.
예산 심의 과정에서도 관행적 심의에서 벗어나 사업 타당성과 성과 중심으로 재정 운용 전반을 점검했다. 충남도(도 및 교육청 포함) 예산은 2022년 12조 9736억 원에서 2026년 17조 1235억 원으로 증가했는데, 이에 따라 효율적 관리 필요성이 커졌다. 성과가 불분명하거나 유사·중복 사업, 집행 부진 사업에 대해 재정 투입의 적정성을 점검하고 일부 사업을 조정했으며, 반복되는 이월 사업에 대해서는 집행 관리 강화를 요구했다. 이를 통해 확대되는 재정 규모에 대응하며 재정 운용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고, 도민 중심의 건전한 재정 운영을 위한 견제·감시 기능을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선진 입법지원시스템과 성과
이러한 도민 중심 입법활동은 입법지원시스템 구축과 발전 로드맵 덕분이다. 의회와 집행부가 협의 기반으로 최적의 입법 대안을 찾는 합동검토제도와 입법평가제도는 ‘좋은 법’을 정립·유지하는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자리 잡았다.
이 성과는 2022년 행안부 주관 지방의회 우수사례 경진대회 대상 수상으로 이어졌고, 이후에도 ▲2023년 안전승하차회차로 조성 지원 조례 (법제처 우수조례) ▲2024년 외국인 유치센터 운영 조례 (행안부 최우수상) ▲2025년 분산에너지 활성화 지원 조례 (행안부 우수상) 등 전국적 성과를 거두었다.
또한 국내 연구기관·대학·전문가와 협업을 통해 충남 발전을 위한 조례뿐 아니라 자치분권 법제 개선에도 기여했다. 행정통합 논의 과정에서는 도민 주권 실현을 위한 의회 정상화를 위해 지방의회가 지역 입법기관임을 법적으로 명정하는 방안을 국회에서 관철시켰다. 나아가 중앙정부 시행령을 거치지 않고 법률에서 조례로 직접 위임하는 방식 활성화, 가족돌봄·위기아동·청년 지원 법률 제정에도 기여했다. 이러한 시스템은 다른 지방의회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으며, 지방의회법 제정 논의에서 선구자적 역할을 하고 있다.
◇ ‘정책지원관’ 도입과 상임위 중심 혁신
성과의 배경에는 의회 운영 방식의 혁신이 있다. 의원 의정활동을 전문적으로 보좌하는 정책지원관 제도가 본격 도입되면서 의회의 전문성이 크게 도약했다. 과거 의원 개인 경험과 제한된 자료에 의존하던 의정활동이 이제는 전문 인력의 체계적 분석과 자료 지원을 바탕으로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조례 제·개정 과정에서 정교한 데이터 분석과 현장 중심 검토가 가능해졌고, 행정사무감사 역시 단순 지적을 넘어 실질적 대안 제시 중심으로 변화했다. 복지·청년·교통·환경 등 주민 체감형 조례 발의가 늘어나며 정책 경쟁력이 강화됐다.
운영 방식도 본회의 중심의 형식적 의사 진행에서 벗어나 상임위원회 중심의 실질적 심의 구조가 자리 잡았다. 상임위 단계에서 예산안·조례안·주요 사업이 면밀히 검토되며 행정 견제·감시 기능이 촘촘해졌다. 현장 방문·전문가 간담회·주민 의견 수렴을 통해 정책 실효성을 높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또한 의원 연구모임은 단순 학습을 넘어 정책 개발 기능을 수행하는 ‘의회형 싱크탱크’로 진화했다. 특정 현안에 대한 지속적 연구와 토론을 통해 정책 대안을 제시하고, 일부는 실제 도정에 반영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 성과 뒤의 한계와 차기 과제
그러나 성과만큼 한계도 뚜렷했다. 여야 간 정쟁으로 주요 민생 법안 처리가 지연되거나 회기 운영이 파행을 겪는 등 중앙정치의 대리전 양상이 나타났다. 일부 의원 자질 논란과 회기 운영의 비효율성도 여전한 숙제로 남았다.
전문가들은 “제12대 의회가 정책 의회로의 전환점을 마련한 것은 분명하지만, 정치적 갈등을 중재하는 협치의 기술은 부족했다”며 “차기 의회는 구축된 정책 시스템을 바탕으로 정쟁을 넘어선 도민 중심 협치를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