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11개 지방정부 한자리에… ‘의례적 왕래’ 벗어나 미래 경제·신산업 파트너십 구축
후베이성과 우호협력 MOU 체결, 자동차·화학·바이오 등 실질적 지역 경제 영토 확장 기대
[퍼스트뉴스=충남도 우영제 기자] 국가 간 외교 전선이 경색과 소강상태를 반복하는 상황에서,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실리 중심의 ‘글로벌 경제·기술 영토 확장’이 주목받고 있다.
충남도가 지난 32년간 다져온 대중국 교류 네트워크를 발판 삼아, 인공지능(AI)과 첨단 신산업을 매개로 한 한·중 미래 협력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나섰다.
도는 21일 보령 쏠레르호텔에서 ‘인공지능(AI) 대전환의 시대, 충남·중국 지방정부 협력 방안 모색’을 주제로 제9회 충남·중국 지방정부 교류회의를 개최했다.
이번 회의에는 상하이시를 비롯한 중국 11개 지방정부 대표단 30여 명과 국내외 관계자 등 총 80여 명이 참석해 뜨거운 관심을 반영했다.
충남도와 중국의 인연은 깊다. 도는 지난 1994년 허베이성과의 자매결연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중국 내 14개 지방정부와 탄탄한 우호 관계를 맺어왔다. 지난 32년간 양측이 주고받은 공식 교류 횟수만 1092회, 상호 왕래한 인원은 1만 명이 넘는다. 이번 회의는 이러한 ‘양적 축적’을 바탕으로, 급변하는 기술 패러다임에 발맞춰 ‘질적 대전환’을 이루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자리다.
전형식 도 정무부지사는 이날 환영사에서 “한·중 양국은 경제·문화·인적 교류 등 전 방위에서 서로에게 빼놓을 수 없는 핵심 파트너”라며 “이제는 단순한 의례적 방문을 넘어, 주민과 지역 기업들이 피부로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산업·경제 협력으로 나아가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교류회의에서 충남도가 제시한 미래 대중국 정책의 핵심은 ‘미래 첨단 산업 플랫폼 구축’과 ‘경제적 실리 확보’로 요약된다. 국가 간 정치적 리스크에 흔들리지 않는 지방정부 차원의 ‘상시적·경제 중심적 협력 끈’을 놓지 않겠다는 전략이다.
도는 구체적으로 △한·지방정부 외교포럼 신설 △신산업 분야 스타트업 및 청년 중심 협력 플랫폼 구축 △하이테크산업개발구 간 전시판매 플랫폼 조성 △경제 기관 간 정례 협의체 구성 등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중국 측 역시 이에 화답해 디지털·녹색경제 신성장 공간 개척, 바이오의약 및 해운·물류 협력 강화 등을 제안하며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짐을 확인했다.
특히 이번 회의의 백미는 중국의 핵심 산업 거점인 후베이성과의 ‘우호관계 수립 추진 공동 협력 양해각서(MOU)’ 체결이었다. 양 지방정부는 자동차, 화학, 농업 등 중점 산업 분야에서 기업 간 협력을 도모하고 상호 투자를 적극적으로 장려하기로 뜻을 모았다. 산발적으로 진행되던 교류를 제도화된 메커니즘 안으로 가두어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충남도의 대중국 외교 행보가 침체한 지역 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장 큰 기대 효과는 ‘지역 제조업의 고도화’다. 이날 포럼에서 논의된 것처럼 충남의 전통적인 제조 기반(자동차·화학 등)에 중국의 급진적인 디지털·AI 전환 인프라를 접목할 경우, 도내 기업들의 스마트 팩토리 전환 및 기술 혁신 속도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
또한, 중국 하이테크 구역과의 전시·판매 플랫폼 구축은 국내 스타트업과 청년 창업자들에게 거대한 중국 내수 시장으로 진입하는 ‘다이렉트 패스(Direct Pass)’를 제공할 전망이다. 사드 사태 이후 얼어붙었던 관광·문화 분야에서도 ‘관광교류협의체’ 구축을 통해 도내 국제행사와의 시너지를 창출, 지역 소상공인 경제에 단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 행정 전문가들은 “중앙정부 차원의 외교가 거시적 담론에 머물 때, 지방정부는 이처럼 철저한 실리 위주의 ‘경제·기술 외교’를 펼칠 수 있다”며 “충남도가 구축한 대중국 교류 채널은 향후 한·중 관계 회복 시 국내 기업들이 가장 먼저 올라탈 수 있는 가장 단단한 발판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교류회의를 마친 중국 대표단은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장을 찾아 충남의 관광 자원을 시찰했으며, 22일에는 홍성과 예산 지역의 주요 식품 기업(태경식품, 신성티엔에프) 현장을 방문해 실무 협력 가능성을 타진한 뒤 23일 귀국길에 오를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