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이글스 띄우고 트로트 가수 불러… ‘세계 최초 산업전’이라더니 동네 축제 판박이
제도 기반 없고 인력 태부족, ‘일회성 이벤트’ 오명 벗으려면 지자체 후속 전략 시급
[퍼스트뉴스=충남도 우영제 기자] 충남 태안군 안면도 꽃지해안공원을 한 달간 달궜던 ‘2026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가 24일 오후 4시 폐막식을 끝으로 30일간의 대장정을 마무리한다.
조직위원회는 누적 관람객 152만 명을 돌파하며 “세계 최초의 원예치유 박람회로서 기념비적인 성과를 거두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그러나 대규모 관람객 유치라는 외형적 흥행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과연 이번 행사가 충남과 태안의 미래 먹거리인 ‘치유산업’을 견인할 실효성 있는 계기가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냉정한 의문이 제기된다.
이날 폐막식은 홍종완 충남도지사 권한대행과 가세로 태안군수 등이 참석하며, 행사에 앞서 공군 블랙이글스가 축하 비행을 펼친다. 이어 신성·한혜진·박구윤·김희재 등 대중가수들이 출연하는 130분간의 콘서트가 예정돼 있다.
행사 구성만 놓고 보면 지역 축제의 전형적 형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이 같은 행사 구성 자체가 역설적으로 이번 박람회의 한계를 고스란히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래 신산업을 표방한 ‘국제 박람회’를 자처했으면서도, 정작 알맹이는 예산과 행정력을 동원해 관람객을 끌어모으고 대중가수로 흥을 돋우는 기존 ‘지역 축제’의 전형적인 문법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오진기 조직위 사무총장은 “원예와 치유의 결합이 새로운 산업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박람회가 제시한 ‘원예치유 산업’이 향후 충남 지역 경제에 어떤 구체적인 파급력을 미칠지, 어떤 고용 유발 효과를 낼지에 대한 정밀한 수치나 세부 정책 로드맵은 여전히 안개 속이다.
충남도와 태안군이 이번 박람회를 통해 내건 ‘자연 기반 치유산업’은 고령화 시대에 분명 매력적인 블루오션이다.
문제는 ‘원예치유’라는 개념 자체가 국내에서는 여전히 학술적·체험적 수준에 머물러 있을 뿐, 국가 차원의 공식 산업 분류조차 명확하지 않다는 점이다. 기반이 부실한 상태에서 지자체가 ‘세계 최초’라는 화려한 타이틀만 먼저 선점하다 보니 정책의 현실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우선 현재 도내에서 이루어지는 원예치유는 단순한 ‘원예 체험형 프로그램’과 구별되지 않는다. 이를 고부가가치 의료·복지·관광 인프라와 연계하려면, 공인된 전문 인력 양성 체계와 국가적 인증 기준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제도적 정비는 걸음마 단계다.
해외 기업과 기관의 참여가 저조했다는 점도 ‘국제’ 박람회라는 이름을 무색하게 만든다. 단순한 상징성을 넘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비즈니스의 장(場)이 되려면 바이어 유치와 기술 교류가 핵심인데, 이번 행사는 국내 관람객의 ‘나들이 코스’에 머물렀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152만 명이라는 숫자가 지역 산업 생태계의 고도화로 이어졌다는 유의미한 분석 데이터도 현재로선 없다.
물론 박람회가 남긴 유무형의 자산이 없는 것은 아니다. 침체했던 안면도 일대의 관광 인프라가 다시금 전국적인 주목을 받았고, 서해안권 자연환경을 활용한 ‘치유 산업’이라는 새로운 담론을 지역 정가의 핵심 어젠다로 끌어올린 점은 성과로 꼽힌다.
그러나 냉정하게 말해, 현재 언급되는 기대 효과들은 모두 ‘가능성’이라는 가상의 영역에 머물러 있다. 행사 기간 중 인근 상권이 누린 ‘반짝 매출 상승’이 지속 가능한 지역 산업 구조의 체질 개선으로 이어질지는 전적으로 후속 행정에 달려 있다.
원예치유 산업이 태안의 진짜 성장동력이 되려면 박람회 폐막 이후가 더 중요하다. 일회성 이벤트 성격의 보조금 투입 방식을 버리고, 관련 연구소 유치, 전문 교육기관 설립, 민간 자본 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장기적인 펀더멘털(기초체력) 조성에 나서야 한다.
지역 행정 전문가들은 “지역 축제의 흥행 성공과 지자체 신산업 전략의 성공은 완전히 별개의 방정식”이라며 “152만 명이라는 숫자가 주는 착시효과에 취해 후속 투자를 소홀히 한다면, 수백억 원의 혈세를 쓴 이번 박람회는 ‘일회성 잔치’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충남과 태안의 미래 전략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것은 박람회가 끝나는 바로 지금부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