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연금 20만원,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라!
기초연금 20만원,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라!
  • 이용교(광주대학교 교수, 복지평론가)
  • 승인 2014.08.20 13: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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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어르신께 매월 기초연금 20만원을 지급하겠습니다”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약속은 2014년 7월 25일부터 “일부”시행되었다. 기초연금은 수많은 어르신의 삶에 좋은 영향을 주면서도 사회적 갈등을 키우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기초노령연금 2배 이상”은 ‘보편적 복지’를 주장하는 시민사회단체들이 2012년 총선 공약으로 제안한 것이다. 당시 기초노령연금이 9만원 가량이었는데, “모든 어르신들에게 기초노령연금 18만원을 매달 지급하겠습니다”라는 ‘2배 인상 공약’을 제시하였다.

이 공약은 일제하에서 태어나 육이오를 경험하였으며, 산업화를 통해 대한민국을 일으켰지만, 쓸쓸하게 노년을 보내는 어르신을 위해 후손들이 해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고 여겨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도 공약으로 채택했다.

그런데, 유권자의 표를 얻어야 하는 대통령 후보의 과욕이 문제를 키웠다. 당시 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70%의 노인에게 지급되던 기초노령연금을 80%의 노인에게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소득과 관계없이 모든 노인에게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하였다.

기초노령연금은 국민연금에 가입하지 않았거나 가입했더라도 연금액이 적은 어르신에게 드리는 것이므로 “기존의 지급방식에 따라 2배만 올려도” 괜찮은 복지공약이었다. 국민연금의 노령연금 지급액을 40년 가입시 50%에서 40%로 낮추는 대신에 기초노령연금을 도입한 것이고, 그 액수는 국민연금의 산정방식에서 ‘소득재분배 급여(A급여)’의 5%에서 매년 인상하여 10%까지 지급하기로 한 것이므로 “70%의 노인에게 20만원까지 지급하겠다”고 공약하는 것이 순리이었다.

하지만, 박근혜 후보는 “모든 노인에게”, “소득과 관계없이”,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공약하여 대통령이 되었다. 모든 노인에게 기초연금을 지급하는 것은 대한민국이 감당하기 어려운 복지정책이었다. 국민연금 평균수령액이 84만원이고, 공무원연금 평균수령액이 219만원인 상황에서 고액 연금수령자에게까지 월 20만원씩 기초연금을 주는 것은 어렵게 사는 국민에게 먼저 복지를 제공해야 하는 국가의 책무와 배치될 수 있다.

따라서 노인의 70% 혹은 80%에게 “소득과 관계없이” 기초연금을 주는 것보다는 “소득을 고려하여” 주는 것이 보다 정의로운 복지라고 할 수 있다. 국가가 쓸 수 있는 복지예산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는데, 똑같이 준다는 것은 좀 더 어렵게 사는 사람에게 갈 몫을 부자에게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국민행복연금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정부는 “70%의 노인에게, 국민연금 가입기간과 연계하여 차감하는 방식으로 최대 월 20만원까지 지급”하기로 하였다. 결국은 “모든 노인에게”, “소득과 관계없이”,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모든 공약을 파기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70%의 노인에게 월 20만원까지 지급하겠다”는 것조차 지키지 않는 점이다.

지난 7월 25일에 기초연금을 받은 노인은 전체 노인의 64%에 불과하여 약속한 70%에 6%포인트 부족하다. 또한 이 땅에서 가장 가난한 어르신인 기초생활보장 수급자에게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주고 다음 달 생계급여에서 20만원을 삭감하여 “줬다 뺏는 복지”를 연출하고 있다. 현재 소득이 전혀 없는 독거노인은 월 48만원 수급비로 생활하는데, 대부분 반지하방이나 쪽방에 거주하며 월세로 20만원을 지출하면 28만원이 남는다. 여기에서 전기료, 수도료, 전화료, 연료비를 지출하고 얼마로 살아갈까? 그런데도 정부는 “이중급여”라는 이유로 기초연금을 줬다 생계급여에서 삭감한다.

공자는 “정명(正名)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모든 노인에게 소득에 관계없이 월 20만원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겠다”는 약속을 파기하더라도, 박근혜 대통령은 “일부 노인에게 소득을 고려하여 월 20만원까지 지급하는” 기본은 지켜야 한다. 복지는 가장 어려운 사람에게 먼저 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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