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운전자론과 불안한 통일외교
한반도 운전자론과 불안한 통일외교
  • 박찬용 기자
  • 승인 2021.03.09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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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용 전남대 외래교수, 정치학박사
박찬용 전남대 외래교수, 정치학박사

지난 2017년 5월 10일 취임한 문 대통령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대한 해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한반도의 주인은 우리 자신이며 남북관계에 있어서 당사자인 남한과 북한이 주도권을 쥐고 해법을 찾아나가야 한다며 ‘한반도 운전자론’을 처음 거론하기 시작했다.

필자의 견해로 우리나라에서 ‘한반도 운전자론’의 역사적인 단초는 11세기 고려시대 거란족의 침입시기 부터 시작 된다고 보고 있다.

서기 993년부터 1019년 까지 거란(요나라)이 한반도에 3차례 침입했을 때 서희의 담판과 양규, 강감찬 장군의 귀주대첩으로 가까스로 국가를 보존할 수 있었다. 당시, 전통적인 우방이며 강대국 송나라와 당시 떠오르는 신흥강국 거란을 사이에 두고, 약소국 고려는 시행착오를 많이 겪는다.

마침내 고려는 요즈음 ’한반도 운전자론‘과 같은 중립외교를 펼치며 거란을 물리친 후 폭넓은 외교적 자율성을 가지고 국가를 운영할 수 있었다.

이 시기 이후의 100년간은 동북아 균형자를 자처하며 전쟁의 위협 없이 고려의 자주성을 지킬 수 있었다.

17세기 조선의 광해군은 임진왜란을 겪으며 전쟁의 참화가 나라와 민중에게 어떠한 고통을 강요하는가를 직접 체험한 정치가였다. 그는 중화사상의 한계를 체험하고 국제관계를 명분이나 이념 보다는 전쟁과 평화의 관점에서 실용주의적으로 접근 했다. 광해군은 명나라의 파병요구 압력에 강홍립을 도원수로 임명하고 1만 3,000여명을 보내며, 강홍립에게 ’정세를 잘 살펴보고 행동을 결정하라‘(觀形向背)는 밀지를 내렸다. 이런 실용적인 외교안보 전략은 17세기뿐만 아니라 21세기의 통일 한반도를 위해 필요한 요소라고 본다. 광해군이후 인조반정을 일으킨 서인정권과 노론집단의 권위적이고 반 자주적인 입장으로 인해 정묘호란과 병자호란이라는 국가적인 환난을 겪게 되고 이들 집단의 사대주의적인 300년 집권역사로 말미암아 구한말 대한제국은 일제에게 패망당하고 35년간 지배를 당하게 된다.

그러면 오늘날 국가의 명줄이 걸린 우리정부의 통일외교의 현주소는 어떠한가? 추락에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전통적인 우방 미국과의 신뢰는 금이 갔고, 일본과는 치킨게임처럼 최악의 상황이고 중국과는 돈독해진 것도 아니며 북한에는 계속 끌려다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이런 상태로 어떻게 우리의 힘으로 통일을 이룰수 있는 것 인지 불안하기만 하다.

따라서, 우리 정부는 첫째, 바이든 시대를 맞이하여 한반도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미,중간 소위 신냉전 체제의 특성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중견제와 봉쇄전략은 장기적이고 전방위적이다. 중국은 소극적인 대응을 통해 확전을 피하고 있지만 미국은 상대를 완전히 제압하고자 한다. 지난 3년간 비핵화의 개념과 방식에 대한 전제없이 시작된 북,미간 비핵화 협상은 한국 정부의 부단한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북핵제거‘라는 목표에는 일보(一步)도 나가지 못했다. 그 사이 북한은 실질적인 핵 보유는 물론 한국을 겨냥한 중형 미사일이나 대형 방사포등 군사적 위협을 증대시켰다.

둘째,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이나 중국의 글로벌 공급망을 제어하기 위한 경제번영네트워크(EPN)와 쿼드(Quad)에 한국의 동참을 요구한다. 중국 역시 실패가 예상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에 한국의 참여를 바라며 북한의 조력국 입장에서 한국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이에 대한 슬기로운 대처가 요구된다.

셋째, 전 세계를 갑자기 강타한 코로나19와 경제의 블랙 스완(black swan)현상이 새로운 불확실성을 증폭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중,장기적 차원에서의 통일외교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한국외교의 오랜 숙제인 북핵문제에 대한 매몰이나 소위 4강외교에 벗어나는 구체적 방안이 필요하다. 신 남방정책이나 신 북방정책 추진 등이 좋은 예이다. 트럼프 외교를 인재, 정책, 절차가 없는 3무(無)외교로 불리운다. 우리의 통일외교는 향후 인재와 정책, 절차가 있는 외교로 발전해야 할 것이다. 이 시대의 화두는 통일이며 통일시대이다. 신라의 삼국통일, 태조 왕건의 고려건국과 조선조 광해군의 중립외교 등의 역사, 그리고 4.19중립화 통일론 등에서 다양한 한반도 통일의 지혜를 얻을수 있을 것이다. 동북아시아는 코로나19 위기와 미중과의 패권전쟁으로 인해 새로운 갈등의 시대가 전개되고 있다. 한반도 운전자론은 통일외교전략에서 합리적이지만 현실적으로 문제점 또한 많이 가지고 있다. 한반도의 진정한 통일시대의 개막을 위하여 우리의 정치인들과 전문 외교관들이 8000만 겨레와 함께 대한민국의 통일외교역량을 한층 높여 주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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