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관계에 대한 일본의 정책변화 및
한일관계에 대한 일본의 정책변화 및
  • 이행도 기자
  • 승인 2018.11.2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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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비핵화와 북일국교정상화에 대한 일본의 정책전망

[퍼스트뉴스=전남 진도 이행도 기자] 지난 10월 18일 한국의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일본 기업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최종 판단을 하였다. 재판부는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을 인정하고, 각 1억 원의 위자료와 그에 따른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이러한 한국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 일본의 아베 총리는 이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에 의해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된 사안이며, 이번 판결은 국제법에 비추어 있을 수 없는 일이라 판단, 강경 대응의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 주 싱가포르에서 개최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관련 회의에서 참가국들에게 우리 대법원의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비판하고 일본의 입장을 홍보하는 영문자료를 배포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일본 내에서는 반한감정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으며, 70%에 달하는 일본인들이 이번 판결에 대해 납득할 수 없다는 여론과 함께 일부 우익단체를 중심으로 한국과 국교단절까지 요구하기에 이르는 등 한일관계는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최악을 달리고 있다. 위안부 문제와 더불어 이번 판결에 대한 양국 간 입장 차이에 대한 문제의 발단은 식민지 지배 이후 한일 양국 간 국교수립 체결과정에서의 시대적 배경에 기인된다고 볼 수 있다.

일본은 1951년 9월 8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연합국과 강화조약을 체결함으로써 연합군 최고사령부에 의한 일본의 군정기가 끝나고, 이로써 일본은 국제적으로 전후 복귀를 인정받게 되었다. 일본의 침략으로 피해를 입은 아시아 각국이 반대하는 가운데 이루어진 강화조약은 전후 보상 문제나 국교정상화 같은 문제는 제외된 채 이루어졌으며, 한국 또한 이 조약의 체결 과정에서 애초 의도와는 달리 미국과 일본에 의해 배제되었다. 그 결과 한국은 이 조약의 규정에 따라 일본과 개별적으로 국교정상화 및 전후 처리를 둘러싼 힘겨운 교섭을 추진해야 했다. 이러한 과정에서 한일 양국은 식민지 지배 역사에 관한 인식 차이로 난항을 거듭하다가 1965년 일본과 국교를 수립하는 과정에서 한일 상호 인식의 차이를 덮어둔 채, 상호 국가적 의도에 따라 각각 달리 해석 적용 가능한 협정을 맺음으로써 일본 정부의 철저한 역사반성과 보상을 관철시키지 못하였다. 즉, 한국에 대해서는 한일기본조약으로 배상청구권을 완전히 그리고 최종적으로 해결하며 경제 원조를 하는 것으로 하였다.

식민지 지배 과정에서 피해자들에 대한 궁극적인 보상은 당사국의 반성을 통한 화해와 정신적 위로라고 볼 수 있는데, 일본 정부에 의한 반성과 사죄를 담은 보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고, 한국정부가 그 해결과정에서 피해자 개개인의 청구권 해결에 대해 충분한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일 간의 입장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일본은 북한의 핵문제 해결 및 북일국교정상화 과정에 있어서 북한과의 중개자로서의 한국정부의 역할이 필요한 상황에 놓여 있다.

무엇보다도 일본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 과정에서 스스로의 역할을 매우 한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북일관계에 있어서 일본 정부는 현실적으로 비핵화 문제보다는 일본인 납치문제를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여 북일국교정상화 교섭조건으로 먼저 납치피해자의 즉시귀환과 진상규명 요구 등 납치자 문제 해결을 우선적으로 주장하고 있는 현실이다.

북일관계의 기본적인 틀은 2002년 9월 북일 두 정상이 서명한 평양선언에 기초를 두고 있다. 2002년 평양회담에서 국교정상화를 위한 회담을 진행하여,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죄와 보상 및 경제협력, 납치문제(선언문에서는 두 나라의 비정상적 관계 속에서 발생한 유감스러운 문제로 표기)에 대한 적절한 조치, 북핵문제에 대한 국제적 합의 준수 등 북일관계 현안에 대해 구체적인 합의를 이루었다. 특히, 당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인정하고 이에 유감을 표시하였으며, 5명의 납치피해자 일시귀환과 함께 사망자의 유골을 송환하였다. 그러나 일본정부의 유골감정결과 다른 사람의 유골인 것으로 판명되어, 이후 북한 당국에 대한 불신과 함께 일본 내 여론이 급격하게 변화되었다. 결국 일본 정부는 귀국한 납치피해자들을 다시 돌려보내지 않았고, 북한에 대해 납치피해자 전원송환과 함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등 강경책으로 돌아서게 되었다. 이후 일본은 납치자 문제를 국내정치에 활용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발사문제 등 이유와 함께 대북 경제 제재를 강화하게 되어 북일관계는 얼어버리게 된 것이다.

현재, 일본 정부의 북일국교정상화에 대한 기본입장은 납치, 핵·미사일 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한 후, 북한과 국교정상화를 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북미관계의 현안이라 할 수 있지만, 북일관계에 있어서 간접적인 의미를 지니는 국제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일본인 납치문제는 북일관계를 직접 규정하는 현안인 동시에 일본 국내적 요인이라 할 수 있다. 2017년 일본외무성이 발표한 「외교청서」에서도 북한에 대한 기본정책으로「대화와 압력」, 「행동 대 행동」이라는 방침 하에서 북일평양선언을 기반으로 납치문제, 핵·미사일 문제 등 북한과의 현안문제를 포괄적으로 해결하고 불행한 과거를 청산한다는 것이다. 또한 북일국교정상화 실현을 위해 미국, 한국, 중국, 러시아 등 주변 관계국과 긴밀하게 연대하며 계속 노력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 핵문제에 있어서 2018년은 획기적이고 역사적인 한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4월 28일 제2차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판문점선언이 나왔고, 6월 12일 역사상 처음으로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개최되어 북미 간 싱가포르 공동선언을 이루었다. 두 회담에서는 먼저 한국전쟁 이후 65년간 지속된 휴전협정을 종결하고,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것을 선언하였다. 또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안전보장을 약속하고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의 약속을 하였다.

한국과 미국의 북한과의 관계 진전에 대해 재팬 패싱을 우려한 일본은 미일동맹을 통해 한반도 상황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특히, 미국에 북한의 비핵화가 완성될 때까지 대북제재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을 주문하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을 지속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일본의 입장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한 불가역적인 방법’의 비핵화를 목표로 북한이 구체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 한 최대한의 압박을 유지해야 된다는 입장이다. 이는 과거 북한이 핵포기와 동결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핵개발을 계속하였기에,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 근본적으로 회의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비핵화의 확실한 이행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기한과 사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인 2020년 여름까지 비핵화를 실현시켜야 한다는 것과 이를 위해 IAEA 국제원자력기구에 사찰을 통해 핵관련 시설 전체를 파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2차 북미회담을 앞둔 시점에서 일본은 북한과의 관계정상화를 위해 수면 하에서 실무급회담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상호 의제설정 등 현안문제로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북한과의 관계 개선에 이어 북일국교정상화를 위해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한 진전이 요구되고 있는 가운데, 이 문제에 대해 북한은 일본의 독자적 경제제재가 완화되지 않는 한, 일본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다. 또한 북한은 일본의 납치문제 제기에 대해 전후 보상 문제를 끄집어내어 일본에 대해 고액의 자금 원조를 요구하고 있다.

일본은 제4차 아베내각의 출범과 함께 스가(菅)관방장관 겸 납치문제담당상이 새로 취임하였으며, 아베총리는 정부·여당이 일체가 되어 납치문제 해결을 위해 어떠한 작은 기회도 놓치지 않을 것이라 언급하였다. 또한, 북일관계개선을 목표로 하는 일본의 초당파 ‘북일국교정상화 추진의원연맹’이 10년 만에 재가동되었다. 북일의원연맹에서는 북일정상회담의 조기 실현을 요구하며, 북일국교정상화 교섭을 위해 납치문제를 포함한 양국 간의 현안문제에 대해 합동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협의하기 시작하였으며, 이를 위해 평양에 연락소를 설치하는 등 북일 간 연락 파이프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교환을 하였다. 또한, 일본 내에서는 북미회담에서 트럼프 미국대통령이 일본인 납치문제를 언급한 것이 향후 납치문제 논의를 위한 북일정상회담의 추진 동력을 확보하였다고 평가하고 있으며, 지난 8월 개최된 ASEAN 지역 포럼(ARF)에서 일본 가와노 외상은 북한 이용호 외상과 접촉하여 북일국교정상화 의지를 알리는 등 끊임없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한편에서는 북일국교정상화를 위해 아베 총리의 납치 3원칙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즉, 납치문제는 일본의 제일 중요한 과제라는 것, 납치문제 해결 없이는 국교정상화는 없다는 것, 납치 피해자의 전원 귀환이 그것이다. 납치문제는 중요 과제이긴 하지만, 이를 해결한 뒤 국교정상화를 하는 것이 아니라 국교정상화 교섭을 진행해 가는 과정에서 납치문제 해결을 시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를 위해서는 북한에 국교정상화를 진전시킬 용의가 있다는 의지를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일본 내에서도 납치문제에 대해서 한목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현실이다. 어디까지나 납치문제와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그 해결방법이나 접근방법이 전혀 다른 문제로 우선순위를 결정한 후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즉, 납치문제는 북한당국에 의한 범죄행위인 동시에 국제적으로도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에 해당된다. 더욱이 북한은 일본인 납치문제를 이미 해결된 문제로 더 이상 언급할 사항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현재 북한에는 일본인 납치피해자가 존재하고 있으며, 또한 파악되고 있지 않은 납치피해자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러한 납치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북한과의 관계 개선이 우선적으로 필요하며, 최종적으로 양국의 정상회담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이다. 따라서 북일국교정상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일본이 납치문제를 국교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기보다, 관계정상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납치문제와 관련한 문제에 대해서 재조사를 할 수 있다는 선에서 한 발짝 물러서는 전략적 정책이 필요하다.

북한은 현재 당면하고 있는 외교적 고립과 경제개발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대북제재 해제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북미관계 개선과 더불어 북일관계정상화가 필요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북한 스스로가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보이고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보여야 한다. 한국 입장에서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과 번영이 우선적 과제라고 생각한다면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 개선과 더불어 북일국교정상화가 평화공존체제를 확립하는 첫 단계일 것이다. 북한이 미국과 더불어 일본과의 관계를 정상화하여 공식 외교관계를 수립한다면 주변 4강에 의한 교차승인 구도가 완성되는 것이고, 이는 곧 북한을 국제사회 무대로 끌어내는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 향후, 북한의 비핵화가 진전되어 대북제재가 해제될 경우 일본이 전후 보상금이나 기업진출 등을 통해 북한을 경제적으로 도울 수 있고, 일본은 유일하게 남은 전후 보상 문제 해결과 함께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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