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님’ 소리가 듣기 싫은 이유
‘아버님’ 소리가 듣기 싫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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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4.04.0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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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우-단국대학교 천안캠퍼스 교수

40대는 물론이고 50~60대 남자들이 듣기 싫어하는 소리가 있다. 바로 ‘아버님’이란 소리다. ‘아버님’ 소리에 나 아니겠지 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는데 ‘아버님’의 주인이 자신이었을 때 당황한 경험을 애기하곤 한다. 아직은 팔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버님’소리를 들으니까 기분이 언짢아진다는 것이다.

몇 년 전에 있었던 애기다. 모 방송국에서 진행하던 프로그램 중 ‘스타 도네이션’이란 이란 것이 있었다. 음식점에서 유명 연예인이 나와서 1일 웨이터를 하고 행사 당일의 이익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는 프로그램이다. 주로 서울 시내에 있는 대형 실내 포장마차에서 열렸는데 그날은 가수 ‘비’가 나왔고 ‘비’와 친한 연예인도 다수 참석했다. 당시엔 ‘비’의 인기가 엄청나서 그야말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입장하지 못한 20대 팬들이 100m 가량 줄을 서서 자리가 나길 기다려야 했다.

이 행사에 상품 협찬을 하기로 해 필자는 동료와 함께 새로운 문화체험도 할 겸 참여했다. 20대가 주축이 된 행사에 참가할려면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다. 이윽고 ‘비’가 등장하여 인사를 하고 주문을 받기 시작했다. 기왕이면 맨처음 주문을 하려고 크게 소리를 쳐 불렀다. 그러자 사회를 보던 개그맨 김현철이 필자에게 대뜸하는 말이 “아버님은 좀 참으세요”하는 것이었다. 좌중은 순간 와 하는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사회자는 웃기려고 하는 소리였겠지만 참 머쓱했다.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아버님이라고 부르다니, 같이 간 동료는 창피하다면서 자리를 일찍 떠났다.

그 후 이 ‘아버님’이란 말이 부적절하게 사용되는 경우를 몇 번 더 경험했다. 상점을 방문했을 때 젊은 점원이 “아버님 이리 오세요”라고 했을 경우에 퍽 당황스럽다. 그 점원은 별 생각없이 존칭의 의미로 ‘아버님’이란 호칭을 사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당시 50대 초반이었던 필자는 아버님 소리를 들을 만큼 나이가 들었다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평소에 또래보다는 더 젊게 보인다고 철석같이 믿고 있던 터라 당혹감이 더 들었다. 특히 젊은 여성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을 때는 솔직히 기분이 개운하지 않다. 차라리 아저씨라는 호칭이 더 낫다는 생각마저 든다. 주위사람에게 물어보면 대부분 ‘아버님’과 ‘어르신’이란 소리가 제일 듣기 싫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나이보다 더 젊다고 생각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조사결과는 많다. 직장인의 46%가 실제 나이보다 몸이 젊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직장인 셋 중 둘은 젊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특히 젊어 보이는 옷차림과 운동을 열심히 한다고 응답했다. 시니어 컨설팅 전문업체인 시니어 파트너즈의 조사에 따르면 50대 이상 장년 고령층은 실제 나이보다 9세 이상 젊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가장 흡족해하는 인사말이‘나이보다 젊어 보인다’라고 한다. 특히 오랜만에 만난 여성에게는 “날씬해졌다. 예뻐졌다“는 말보다 ”어떻게 세월을 거꾸로 보내세요?”라고 하는 것이 최고의 찬사로 평가되고 있다.

젊어보이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의 오랜 숙원이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은 어떠한 자세를 가지고 있는가 라고 생각한다. 지미 카터는 “후회가 꿈을 대신한 순간부터 우리는 늙기 시작한다”고 했다. 흔히 청년은 ‘미래’를 애기하고 중년은 ‘현재’를 애기하고, 노년은 ‘왕년’을 애기한다고 한다. 꿈을 쫒고 미래를 애기하는 사람은 나이가 들었어도 젊다고 말할 수 있다. ‘아버님’ 소리를 듣지 않으려면 나름대로 노력을 해야한다.

사무엘 울만은 “청춘”이란 시에서 이렇게 말했다. “청춘이란 인생의 어떤 기간이 아니라 마음 가짐을 말한다 / 장미의 용모, 붉은 입술, 나긋나긋한 손발이 아니라 / 씩씩한 의지, 풍부한 상상력, 불타오르는 정열을 가리킨다. / 청춘이란 인생의 깊은 샘의 청신함을 말한다. / - 중략 - / 영감이 끊기고, 정신이 아이러니의 눈에 덮히고 / 비탄의 얼음에 갇혀질 때 / 20세라도 인간은 늙는다. / 머리를 높이 치켜들고 희망의 물결을 붙잡는 한 /80세라도 인간은 청춘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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