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의 대미를 장식할 이번 편에서는 지난 10년의 성찰을 토대로 내포신도시가 마주한 준엄한 현실과 그 너머의 가능성을 심도 있게 짚어보고자 한다. 2012년 충남도청의 이전은 단순한 행정 기관의 이동을 넘어, 환황해권 시대의 중심축을 세우겠다는 거대한 포부의 시작이었다.
상전벽해라는 말 그대로 허허벌판이었던 홍성과 예산의 경계는 격자형 도로와 현대적인 공공건축물, 그리고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며 번듯한 도시의 외형을 갖추었다.
그러나 외형적 성장에 치중했던 지난 10년의 물리적 시간은 역설적으로 그 내부를 채워야 할 '삶의 밀도'에 대한 결핍을 드러내고 말았다. 행정의 중심이라는 상징성은 확보했을지언정, 정주민들이 뿌리를 내리고 대를 이어 살아갈 '생활의 터전'으로서는 여전히 미완의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도시의 일상을 지탱하는 주민들의 목소리에는 조용함이 주는 평화와 인프라 부족이 주는 불편함이 날카롭게 공정하고 있다. 내포의 상권은 행정기관의 시계에 맞춰 움직인다. 공무원과 직장인들이 쏟아져 나오는 점심시간에는 잠시 활기를 띠는 듯하지만, 해가 저물고 퇴근 버스가 도시를 빠져나가면 거리엔 적막이 감돈다.
자영업자들은 임대료를 감당하기 버거운 유동 인구의 한계를 토로하고, 주민들은 밤이면 불 꺼진 거리에서 도시의 공동화를 체감한다. 특히 가장 뼈아픈 지점은 의료와 교육이라는 필수 생존 인프라의 부재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가 갑자기 열이 나거나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천안이나 대전 등 원거리 대도시로 이동해야 하는 현실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한다.
또한, 신도시 특유의 젊은 인구 유입으로 인해 발생하는 특정 학교의 과밀학급 문제와 보완적인 교육 서비스인 사교육 인프라의 부족은 결국 학령기 자녀를 둔 세대가 다시 도시를 떠나게 만드는 결정적인 이탈 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내포가 단순한 업무 지구를 넘어, 24시간 활력이 유지되는 '직주근접형 생활도시'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강력한 경고음이기도 하다.
미래 세대인 청년층의 이탈은 더욱 심각한 구조적 결함이다. 현재 내포신도시에는 청년들의 지적 욕구를 충족시키고 지역 인재를 양성할 대학이 전무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역의 인재들은 선택의 여지 없이 수도권이나 인근 대도시로 떠나고, 이들이 돌아올 만한 양질의 일자리 역시 턱없이 부족하다. 청년 창업가들이 야심 차게 문을 연 점포들이 얇은 배후 수요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도시의 역동성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 청년이 머물지 않고 스쳐 지나가는 도시는 결국 노쇠할 수밖에 없다.
기업 유치를 통한 산업 기반의 확충과 공공형 대학 캠퍼스의 조속한 정착은 이제 선택의 영역이 아닌, 도시 생존을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단순히 공공기관 몇 곳을 추가로 이전하는 차원을 넘어, 지역 산업과 연계된 연구 기반이 조성되고 그 안에서 배출된 인재가 지역 기업에 취업하며 다시 내포에 정착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만 도시의 영속성을 담보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포신도시가 가진 잠재력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대도시의 소음과 매연에서 벗어나 수암산과 용봉산의 정기를 품은 쾌적한 자연환경은 내포만의 독보적인 자산이다. 잘 정비된 녹지 축과 광활한 산책로는 은퇴 후 여유로운 삶을 찾는 고령층이나, '워라밸'을 중시하며 복잡한 도시 환경을 거부하는 젊은 층에게 높은 만족도를 선사한다.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원과 깨끗한 공기만큼은 최고"라는 주민들의 증언은 내포가 추구해야 할 정체성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러한 정온한 주거 환경은 도시의 완성도를 높이는 기초 체력이 될 것이며, 앞으로의 도시 설계 역시 이러한 강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편의성을 더하는 섬세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러한 기로에서 충남도의 정책적 의지는 내포의 두 번째 10년을 결정지을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민선 8기 김태흠 지사는 취임 초기부터 내포신도시를 '충남의 수청'이자 '지역 발전의 심장'으로 만들겠다는 강한 포부를 밝혔다.
이는 단순히 구호에 그치지 않고 대형 IT 기업 및 유망 중소기업의 유치, 국립치의학연구원과 같은 공공 의료·연구 기관의 유치 시도, 그리고 지지부진했던 대학 캠퍼스 설립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 제시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내포를 넘어 충남 전체를 하나로 묶는 교통망 확충 사업은 내포의 지리적 고립을 해소할 결정적 승부수다.
서해선 복선전철이 개통되어 수도권과의 시간적 거리가 단축되고, 내포와 세종을 잇는 고속도로와 광역 버스 체계가 완성되면 내포는 충청권 메가시티의 핵심 거점으로 부상하게 된다. 주변 도시와 단절된 섬이 아니라, 인적·물적 자원이 자유롭게 흐르는 허브가 될 때 내포의 자생력은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이다.
지난 10년이 도시라는 그릇을 빚는 과정이었다면, 앞으로의 10년은 그 그릇에 사람의 온기와 삶의 이야기를 채워 넣는 인고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행정 기관의 밀집도가 도시의 위상을 결정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주민들이 체감하는 의료 서비스의 질, 자녀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교육 환경, 퇴근 후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의 유무가 도시의 성패를 가른다.
충남도의 강력한 정책 추진력과 주민들의 목소리가 행정 현장에 실질적으로 반영되는 민관 협업 체계가 맞물릴 때, 내포는 비로소 이름에 걸맞은 '충남의 심장'으로서 힘차게 고동칠 수 있다.
내포는 지금 단순한 신도시를 넘어 하나의 완전한 공동체로 나아가는 전환점 위에 서 있다. 이곳에 터를 잡은 이들의 삶이 증명서가 되고, 떠났던 이들이 다시 돌아오고 싶은 고향이 될 때 내포의 두 번째 10년은 비로소 완성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