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체계적으로 조직화된 소수가 느슨한 연대 속에 침묵하는 다수를 이길 때가 많다. 종합예술로 일컬는 정치도 마찬가지다.
헌법재판소가 최재해 감사원장과 이창수 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 탄핵을 기각한 13일.
문득 구치소에서 풀려난 뒤 ‘관저 정치’ 놀음에 젖은 윤석열 대통령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에 대한 탄핵도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폐부 깊숙한 곳을 파고들었다.
기득권을 누리는 헌법재판관들이 혹시라도 ‘법꾸라지’윤 대통령을 옹호하면 어떻게 하느냐는 걱정이다.
조직화된 극우 세력이 ‘광장’에서 활개치는 동안 먹고 살기 바쁜 서민들은 TV화면 속 윤 대통령을 볼 때마다 치밀어 오르는 울화통을 삭히는 현실.
그렇다고 조직된 소수와 침묵하는 다수 의견이 충돌할 때마다 그 승부가 ‘답정너’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대표성을 왜곡한 소수의 목소리가 커질 때 다수는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기 어렵다고 느끼는 ‘침묵의 나선효과’에 이따금 빠진다.
하지만 다수가 자발적으로 공공 이익을 위해 뭉치게 되면 소수의 강한 조직력은 무너지고 결국 무리에서 배제될 수밖에 없다.
다수의 염원은 속도가 더디지만 항상 이루어진다.
현실 정치는 정적을 향한 증오를 조직화하는 작업이다. 하지만 정치도 사람의 일이고, 사람을 위한 것이다.
과거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광화문 100만 촛불 집회는 ‘정권 붕괴의 발화점이었다.
2016년 10월 29일부터 2017년 4월 29일까지 이어진 범국민행동 퇴진 촉구 집회는 10차 집회까지 누적인원 1000만 명을 돌파했다.
집회참여자는 23차 집회까지 1683만 명에 달해 1987년 6월 항쟁, 2008년 촛불 시위를 넘어 역사상 최대 집회로 기록됐다.
2017년 3월 10일 탄핵 결정에 이어 같은 달 31일 새벽 뇌물수수와 공무상 비밀누설, 직권남용 등 13가지 혐의로 박 대통령이 구속될 때까지 사그러들지 않은 촛불 시위.
넥타이 부대와 유모차를 끄는 부녀자들이 자발적으로 집회에 참여하면서 국정을 농단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주문. 대통령 박근혜를 파면한다’는 헌법재판소 판결로 막을 내렸다.
바로 침묵하던 다수가 100만 집회를 통해 결연한 의지를 다졌고 그들의 승리로 귀결된 것이다.
윤 대통령 탄핵선고를 코앞에 둔 오는 15일 주말 집회가 주목되는 배경과 이유다.
이날 경복궁역과 광화문 일원에서 ‘윤석열 퇴진·사회대개혁비상행동’과 민주노총이 주최하는 대규모 집회가 잇따라 열린다.
침묵하던 다수가 들고 일어나 ‘윤석열 파면’을 외치고 ‘8대0’ 헌재 판결을 견인하는 100만 집회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정의는 사람의 마음 속에 있다. 법은 이를 글로 표현한 것에 불과하다" 백범 김구 선생님의 말이다.
토요일 상경해 역사적 100만 집회 현장을 지켜보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