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거리의 피아노-타인능주(他人能奏)
[문화칼럼]거리의 피아노-타인능주(他人能奏)
  • 지형원
  • 승인 2014.08.20 13: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음악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비엔나)은 도나우강 오른쪽 기슭에 있는 아름다운 고도(古都)다. 모차르트, 베토벤, 슈베르트, 요한스트라우스 등 유명 음악가들과 화가 클림트, 건축가 바그나 등이 활동했던 예술의 도시다. 빈을 떠올리면 맨 먼저 생각나는 것들이 뭘까? 오페라하우스, 오스트리아 최초의 고딕양식으로 지어진 슈테판대성당, 그리고 함스부르크가의 여름별궁 쉐브론궁전 등이다.

이 도시에는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 그 가운데서도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특히 즐겨 찾는다. 빈 국립음악대학에서는 우리나라 유학생을 제한할 정도로 많은 유학파들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빈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 가운데 캐른트너 슈트라세(Kartnerstrasse)라는 곳이 있다. 서울의 명동 같은 곳이다. 수많은 관광객과 젊은이들이 물결처럼 흘러간다. 언제부턴가 이 거리에 30대 미모의 한국인 피아니스트가 업라이트 피아노를 끌고 나와 멋진 음악을 연주하고는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사라지곤 한다. 사람들은 조용히 발길을 멈추고 피아노음악을 듣으며 미모의 30대 피아니스트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낸다.

벨기에 안트베르펜의 Meir거리도 서울 명동 같은 곳이다. 시청과 성모마리아 대성당이 있다. Meir거리는 특히 토요일에는 대학로처럼 음악가나 행위예술가들로 넘쳐 난다. 이곳에도 언제부턴가 미모의 피아노 연주자가 등장해 눈길을 모으고 있다. 쇼핑몰 벽면 절묘한 위치에 자리 잡고 앉아 마음껏 매력을 발산하며 건반을 두드린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피아니스트에 빨려 들어간다.

거리의 피아노는 영국의 한 설치미술가가 설치하기 시작해 지금은 미국과 브라질 등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뉴욕에 사는 콜린 허긴스 씨는 6년째 공원과 지하철역을 돌아다니며 피아노를 연주하고 있다.

서울에도 여섯 곳이나 있다. 음악으로 소통을 꿈꾸는 한 민간단체가 기증받은 피아노를 예쁘게 색칠하여 놓아두었는데 누구나 마음껏 피아노를 칠 수가 있다.

지난 어느 여름밤 서울 영등포 선유도공원에서는 20대 남자가 쇼팽의 야상곡 20번을 연주하자 같은 또래의 남자가 스티비 원더의 ‘Isn't she lovely’를 직접 연주하며 열창했다. 선유도의 밤은 여성들의 탄성과 스마트폰 플래시 소리로 깊어 갔다. 선유도에 놓인 이 피아노도 비영리단체 ‘달려라 피아노’가 시민으로부터 기증받아 서울 곳곳에 설치해둔 것이다. ‘달려라 피아노’는 가정과 학교에서 낡은 피아노를 기증받아 새로 색을 칠한 다음 거리에 놓아둔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에도 거리의 피아노 한 대쯤 놓아보자. 이리저리 옮기기보다는 아예 그랜드 피아노 형태의 예쁜 폴리를 지어 그 안에서 누구나 피아노를 치도록 하자는 것이다. 폴리의 이름은 타인능주(他人能奏) 쯤이 좋을 것 같다. 타인능주는 누구라도 피아노를 쳐도 된다는 뜻이다. 구례 운조루의 뒤주에 적힌 타인능해(他人能解)에서 따온 것이다.

운조루는 조선 영•정조 때의 무관 류이주가 지은 99칸 한옥이다. 큰 통나무 내부를 파내어 만든 쌀통에 ‘누구나 마음대로 열 수 있다’는 뜻으로 ‘타인능해’라고 써놓았다. 한국전쟁 전후해 좌우익의 대립이 극심했던 곳이었지만 ‘뒤주’로 인해 화를 면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다.

아시아문화전당 부근에 피아노 모양의 예쁜 폴리가 세워지고 그곳에서 시민들이 자유롭게 피아노를 연주하는 모습,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해진다.

퍼스트뉴스를 응원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이 퍼스트뉴스에 큰 힘이 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본사주소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성대로16길 18 실버빌타운 503호
  • 전화번호 : 010-6866-9289
  • 등록번호 : 서울 아04093
  • 등록 게제일 : 2013.8.9
  • 광주본부주소 : 광주 광역시 북구 서하로213.3F(오치동947-17)
  • 대표전화 : 062-371-1400
  • 팩스 : 062-371-7100
  • 등록번호 : 광주 다 00257, 광주 아 00146
  • 법인명 : 주식회사 퍼스트미드어그룹
  • 제호 : 퍼스트뉴스 통신
  • 명예회장 : 이종걸
  • 회장 : 한진섭
  • 발행,편집인 : 박채수
  • 청소년보호책임자 : 대표 박채수
  • 김경은 변호사
  • 퍼스트뉴스 통신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퍼스트뉴스 통신.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irstnews@first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