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어떻게 외교를 할 것인가:
북한과 어떻게 외교를 할 것인가:
  • 장수익 기자
  • 승인 2018.08.03 2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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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핵화에만 집중하는 전략은 잘못이다

지난 달, 평양에서 북미 외교의 다음 국면이 순조롭지 못하게 시작되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무장관과 일련의 회담을 마친 뒤, 북한 외무성은 워싱턴의 “일방적이고 강도와 같은 비핵화 요구”를 비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대화가 "생산적"이었다고 주장한다. 너무 편협하게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면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왜 실패가 불가피한지 이 회담이 다시 한번 잘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폼페이오의 말대로 이 회담은 “생산적”이었다. 핵프로그램을 끝내는 것에만 몰두하는 것은 다른 모든 중요한 문제들을 뒷전에 놓이게 만들 것이다. 핵문제를 해결하라는 압력이 가중되면, 외교적 프로세스 전반이 지연되거나 실패하여, 다시 한번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보다 폭넓은 프로세스는 다른 다양한 문제들뿐만 아니라, 비핵화의 진전을 용이하게 하는데 더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다음 단계
북한의 계속된 핵과 미사일 실험으로 야기된 최근의 위기는 매우 위험했다. 2017년 말과 2018년 초반 무렵에 북한은 핵과 미사일 실험 프로그램을 중단하고, 대신 국가 및 경제개혁에 집중하는 획기적 변화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논평이 쏟아졌지만, 외부인들은 북한이 언제 그리고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에 대한 증거를 거의 가지고 있지 않다.

한국의 외교와 남북한 정상회담은 분명히 중요했지만, 북-미 정상회담 및 이와 관련된 양보들이 북한의 실험 중단에 필요했었는지 알기 어렵다. 그러나 위기가 일시적으로 해소되면서, 지금 중요한 것은 다음 단계를 위한 외교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이 전략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에 대해 북한 스스로도 불확실하게 느끼고 있다는 것을 전제해야 한다. 그리고 방금 평양에서 끝난 회담이 보여준 것처럼, 이 전략은 북한의 비핵화가 신속하게 이루어지거나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가정하면 안 된다.

다음 단계를 위한 핵심 목표는, 북한 지도자들이 자신들이 추구하는 발전과 수반되는 어려운 선택들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하여, 2018년에서 내년 2019년에 걸쳐 외교적인 모멘텀을 유지하는 것이다. 또 다른 목표는, 만약 북한이 평화 프로세스를 파탄시킨다면 그에 대응하는 행동을 취할 수 있게 지지를 쌓아가는 동시에, 북한이 핵 및 미사일 실험을 재개하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것이다.

전쟁 외에는 어떤 수단을 쓰더라도 기존의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신속하게 강제 철폐시키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미국은, 더 이상 진행되면 안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수준까지의 북한 핵미사일 프로그램은 일시적으로 용인할 의사가 있음을 이미 보여 주었다. 또한, 미국이 이란과 중국과의 대치를 심화시키고 있는 시점에서, 북핵의 강압적 철폐라는 목표는 현명하게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란과 북한이 때때로 협력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들을 지금, 보다 친밀한 군사적 관계로 몰아가는 것은 미국의 이익이 아니다.

적어도 약간의 진전이라도 지속시킬 수 있는 외교전략을 구상하는 문제로 돌아가서, 이들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2018년에 야심만만하고 폭넓은 평화 프로세스를 구축하고, 2019년에 실행하는 것이다.

왜 폭넓을수록 좋은가

현재 한국 외교의 기본 방식은 삼각형이다. 삼각형의 한 변에는 주로 비핵화와 관련된 미국과 북한의 양자 간 작업이 있다. 다른 한 변에는, 아직 정의되지 않은 평화체제와 관련하여 남한과 북한의 양자 간 작업이 있다. 이 삼각형의 밑변은 한국과 미국이 그들의 진전을 조정할 수 있다는 희망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 설정은 작동하지 않을 것 같다. 이를 제한하는 요인은 비핵화에 대해 미국이 이룬 진전일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과거에도 늘 실패를 초래한 바로 그 원인이었다.

비핵화에 초점을 맞춘 외교에는 세 가지 근본적인 취약점이 있다. 첫째, 북한 비핵화는 어렵고 위험한 작업인 만큼 비핵화로 가는 과정은 항상 여러 단계와 조치들로 나누어서 추진되게 되는데, 이들 단계와 조치들이 각각 시간을 잡아먹는다. 협력적 비핵화 프로세스를 실현하기 위해서 최근에 신중하게 작성된 한 계획에 따르면, 한국과 미국이 10년 동안 현장에서 필요한 작업에 대해 대폭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계획도 그 시작을 위해서 광범위한 긴장완화를 시사하고 있다.

단계적 비핵화는 반복해서 시도되어 왔으며, 항상 실패했다. 북한은 가치가 있기에는 지나치게 제한적인 단기적 이익을 받는 대가로, 자신에게 실제로 필요하지 않은 것을 포기하거나 기만적으로 행동한다. 양측 모두 불만족스럽게 끝이 나고,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된다. 한편, 북한이 핵•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을 추진하게 된 진정한 동기에 대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둘째, 비핵화 노선은 어쩔 수 없이 미국과 북한을 외교의 중심에 두게 된다. 북한은 보통 미국을 핵 문제에 대한 동등한 상대로 대응하기를 선호하고, 한국은 미국의 꼭두각시 국가로 취급해 왔다. 따라서 핵에 초점을 둔 외교는 북한이 선호하는 이미지를 강화하고, 한국과 한국국민을 주변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셋째, 이러한 외교 방식은 핵•미사일 문제와 전문가들을 가장 중요한 위치에 두기 때문에, 한국 현실과 동떨어지는 경향이 생기고 따라서 정치적으로 활력이 없게 된다. 협상이 진행되면서 제기되는 난해한 기술적 쟁점들은 핵심적인 정치문제에서 점점 더 멀어지고, 정치 지도자들이나 대중은 이를 잘 이해하지 못하게 된다.

이러한 모든 이유들로 인해, 폭넓은 평화 프로세스를 계획하는 것이 비핵화에 초점을 맞춘 것보다 더욱 유망하다. 한반도에서 가장 잘 작동할 것 같은 프로세스는 일차선 유료도로가 아니라 다차선 고속도로라고 여겨져야 한다. 비핵화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들이 제기하고 싶어 하는 이슈가 무엇이든 간에 모든 당사자들이 원하는 이슈들에 대해 논의할 기회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냉전을 종식시킨 외교에 있어서, 전략적 핵 문제들은 (START회담의 형태로) 잊혀지지 않았다. 전략핵협상들은 유럽의 미래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 다른 협상들과 병행하여 진행되었다.

6 ‘차선’ 협상의 제안

이러한 폭넓은 접근방식은, 아마도 2018년 말에 한반도에서 적대행위가 종식되었으며 이젠 항구평화를 건설할 때라는 발표를 협의한 성명서와 함께 시작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성명서에서는 2019년에 6개의 차선에서 전개될 야심 찬 평화 프로세스를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이것이 많아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냉전 말기에 벌어진 외교에서, 미국이 열두 개 이상 다른 차선에서 동시에 협상을 진행하고 있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차선에서는, 남북한 관계의 본질과 미래를 다룬다. 최근의 남북 정상회담 선언은 한국전쟁의 공식적인 종결을 구상했지만, 만족스런 종전성명서에까지 이르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만약 전쟁이 끝난다면, 비무장 지대와 군사 분계선을 설정한 1953년 휴전협정은 무효가 되어 없어지는가?

남북한 국경은 영구적이거나 잠정적일 수도 있다. 한 가지 가능성은, 유럽의 선례를 근거로 군사분계선 자체를, 관련 당사국들이 동의한 평화적 조정에 의해서만 변경될 수 있는, 불가침으로 간주되는 남북한 국경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남북한은 회담의 일환으로 미래의 연방 또는 심지어 통일 프로세스에 대한 견해도 논의할 수 있다. 이 프로세스는 “2+2”이어야 한다. 남북한이 합의에 이르면, 1953년 휴전협정 서명국인 미국과 중국의 비준을 받아야 한다.

두 번째 차선에서는, 경제 조치, 무엇보다도 특히 제재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보다 폭넓은 평화 프로세스는, 유엔 안전 보장 이사회가 제재 해지 여부와 시기를 결정함에 있어서 모든 당사국들이 누적적인 전체 진행 상황 전반을 평가할 수 있도록 보다 많은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현재 북한은, 1980년대 중국의 점진적 개방에서부터 베트남의 경제 개방과 정치적 억압의 결합, 나아가 한국 대기업과의 모종의 연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경제 개혁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실험적 조치와 함께 점진적인 개혁개방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 워싱턴과 그 동맹국들은 전반적 일괄 해제와는 다른, 단계별로 구체적 제재 해제를 고려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 차선의 프로세스에서는, 선별적 제재 해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새로운 결의안을 필요로 할 것이기 때문에, “2 + 유엔안전보장이사회(UNSC)”가 될 수 있다.

세 번째 차선에서는, 상대적으로 익숙하고 당연히 중요한, 장거리 탄도 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핵 안보를 다루어야 한다. 이 프로세스에는 적어도 미국과 북한이 포함될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지원과 전문성이 합의를 실제로 이행하는데 필수적일 수 있으므로, 최소한 한국도 포함시키는 것이 좋다.

네 번째 차선에서는 일반적인 안보를 다룰 수 있다. 여기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체계 및 다른 종류의 대포를 포함하여, 한반도에서의 재래식 군대의 규모와 배치가 포함된다. 어떻게 협상에 접근할 것인가에 관하여는, 세계 최대의 재래식 군사 대결을 완화시킨 대규모이자 상당히 성공적 전례로서 1990년에 서명된 유럽 재래식무기 조약을 참고할 수 있다.

이 차선에서는 화학 무기와 생물학 무기도 포함할 것이다. 여기에도 마찬가지로, 협상자들에게 지침을 제공할 수 있는 기존의 기관들, 즉 화학무기 금지협약 및 화학무기 금지기구, 생물학무기 금지협약이 존재하고 있다.

북한은 이 차선의 회담에서 한반도 미군 주둔문제를 제기할 지도 모른다. 워싱턴과 서울은 이를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 그들은 자신의 문제들을 제기할 수 있다. 미군 주둔의 미래를 결정함에 있어서, 워싱턴은 궁극적으로 서울의 의견을 따라야 한다. 한국인과 미국인들은 한국인들이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도록 오랫동안 싸우고 노력해왔다. 결국에 워싱턴은 한국의 민주주의적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 냉전 말기, 독일주재 외국 군대에 관한 문제가 제기되었을 때, 미국의 입장은 독일인들 스스로 그 문제를 자유롭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5번 차선에서는 인도주의적이고 문화적인 문제들에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새로운 남북 관계의 형성에 있어서, 한국인들은 인권에 대한 우려와 같은 민족에 대한 대우에 관한 논의를 원할 수도 있다. 이는 그들의 의사에 반해 북한에 납치되어 끌려온 일본인들의 운명을 포함하여, 보다 넓은 국제사회도 관련된 주제이다.

마지막 차선에서는 지역 안보 문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주변국들, 특히 중국과 일본, 러시아는 한반도의 미래에 대하여 당연히 관심을 갖고 있다. 그들이 이 문제를 논의할 장소가 있어야 한다. 이는, 남북한 외에 미국까지 포함하여 “6자 회담” 프로세스를 만든 원래 이유 중 하나였다.

이 차선은, 논의될 사항을 제시할 만큼 다른 차선들에서 충분한 진전이 있을 때 소집될 수 있다. 2018년 6월 한국에서 개최된, 필자와 대통령 특보인 문정인 교수, 그리고 중국외교관 닝푸쿠이(Ning Fukui) 간의 평화협상에 관한 공개토론에서, 닝푸쿠이 대사는 6자회담은 “나중”으로 연기될 수 있다고 시사하였다. 그가 옳았다.

평화 프로세스의 정치적 잠재력

2018년 중 미국과 그 동맹국들은 최근의 외교적 모멘텀을 지속하고 위기로의 회귀를 막기 위해 야심 찬 평화프로세스를 만드는 데에 즉각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프로세스의 결과는 2019년 또는 그 이후까지 실현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폭넓은 접근법은 당사국들이 커다란 변화를 위한 준비가 되었다는 가정을 하지 않고, 단지 그들이 진정으로 커다란 변화를 고려할 준비가 되어있다고만 가정한다. 외교의 임무는 남한과 북한의 사람들이 변화를 할 수 있는 다양한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 글에서 제시된 구상은 남북한 사람들을 행동의 중심에 두고, 미국과 다른 주요 국가들을 적절한 방식으로 참여시킨다.

폭넓은 평화 프로세스는 보통 사람들이 연관 짓고 이해할 수 있는 문제들을 다룰 것이다. 북한은 오랫동안 그러한 협상을 요구해 왔으며, 이에 원칙적으로 동의해 왔다. 평화 프로세스는 한반도 전역에서 정치적 환경을 자극할 수 있다. 이러한 역학이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자신 있게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새로운 정치적 힘과 가능성을 제시하는 접근 방식을 시도할 때가 왔다.

(한인택 (제주평화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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