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스트뉴스 = 전남 강진 이상룡 기자] “한글을 몰라서 살아오는 동안 불편함과 서러움을 가슴 속에 묻고 살았는데, 한글을 배워 손자, 손녀들에게 편지도 쓸 수 있어 행복해요”
전남 강진군 소재 24개 마을의 회관은 일주일에 두 번씩 ‘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가 된다. 학교에서 한글을 배우는 학생들은 350여명의 여성 어르신들로, 한글학교의 주인공이다.
한글학교는 6명의 선생님이 24개의 마을을 돌며 학생들을 가르친다. 과목은 한글, 산수, 음악 등으로 모두 시골 실정과 어머니의 눈높이에 맞춰 자체 제작 된 교과서로 수업을 한다. 1월에 학교 입학식을 한 후 봄 소풍, 가을 운동회, 졸업식 등 다양한 행사와 프로그램도 운영해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한 어머니들에게 새로운 경험과 추억을 선물해 드리고 있다.
한글학교에 다니는 윤규림(군동면 생동마을, 85세) 할머니는 최근 손자ㆍ손녀들에게 편지를 쓰는 재미에 푹 빠졌다. 남편과 자식들을 평생을 의지하며 살아온 덕에 한글을 배우지 않아도 큰 불편함 없이 생활할 수 있었지만,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자식들도 타지로 가게 된 이후 농협에서 돈을 찾거나 TV 자막, 버스시간표 등 일상생활에서 글 읽기가 필요할 때 아무것도 할 수가 없었다.
서럽기도 했지만 ‘시대를 잘못 만나 못 배웠다’고 스스로 위안을 하며 지내던 중 마을회관에 찾아와 한글을 가르쳐주는 ‘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어떻게든 글을 읽고 쓰고 싶은 욕심에 늦은 나이에 한글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다.
올해 4학년인 윤규림(군동면 생동마을, 85세)할머니는 아직 군데군데 글씨도 틀리고 삐뚤빼뚤 휘어진 글씨체이지만 진심이 담긴 따뜻한 편지를 손자, 손녀들에게 보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고맙고 기쁘게 생각한다고 한다.
강진군은 농촌의 고령화로 노인들의 사회참여 기회가 상실되고 고립되기 쉬운 환경에 처해있기 때문에 한글학교를 통한 단체 활동이 정신 건강과 육체 건강에 좋을 것이라 판단해, 농촌사회의 또 다른 노인복지 기능 수행 차 교육의 장을 마련했다.
지난 2009년부터 매년 군비 1억4천만 원을 한글학교에 지원해왔지만 특히 올해에는 현장에서 열심히 봉사하는 선생님들에 대한 인건비를 5% 상향 조정하고, 원활한 수업진행을 위해 컴퓨터 3대(4백5십만 원)를 특별 지원하는 등 한글학교에 대해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강진원 강진군수는 “어머니 한글학교는 글을 모르는 어르신들께 배움의 기쁨을 줄 뿐만 아니라 공동체 활동을 통해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지역사회 복지기능을 담당하기에 지속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어르신들의 여가와 복지분야 등은 보완해 효도하는 군수, 살림 잘하는 군수가 되겠다”고 말했다.
올해 9년째를 맞이한‘찾아가는 여성농민 한글학교’는 1,031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