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와 광주시교육청의 방학중 심야 자율학습을 제한하고 선행학습을 금지하도록 지침을 내렸는데도 불구하고 일선 학교에서는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 등은 지난해부터 사교육의 폐단을 줄이고 정상적인 수업시간에 충실히 공부함으로써 공교육을 활성화하자는 뜻에서 선행학습을 하지 못하도록 각 학교에 지침을 보냈다. 이와 함께 학생들의 자율성을 높이고 건강한 심신을 위해 방학중에는 밤늦게까지 보충ㆍ자율학습을 금지하도록 했다.
이와 함께 교육부는 과도한 선행학습으로 발생하는 사교육을 줄이고 교육과정을 넘어선 시험문제의 출제를 금지하는 '공교육정상화 촉진 특별법' 제정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광주지역 일선 학교에서는 이 같은 지침이 지켜지지 않아 무용지물이 되고 있다.
광주 북구 관내 한 중학교는 방학기간을 이용해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보충수업을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구의 한 여고도 방학과 함께 보충수업에 들어갔으며 일부 상위권 학생들은 토요일에도 학교로 불러 자율학습을 시키는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이러한 보충수업이 이미 배운 과정을 복습하는 데 그쳐야 하는데도 다음 학년에서 배울 과목과 단원을 미리 학습한다는데 있다.
남구지역의 한 고교에서도 2주간 보충수업을 하면서 수학을 비롯해 다음 학년에 배울 과목을 미리 학습하고 있다.
이처럼 보충수업이 선행학습으로 변질했다는 점은 학부모들 사이에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다.
이 같은 사정은 광주시내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모 고교에서는 2014학년도 입학 예정자들을 미리 불러 오리엔테이션을 명분으로 선행학습을 시키기 위해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3 졸업예정자들을 대상으로 고교 교과서를 직접 가르치는 것은 아니지만 1학년 학습과 연관된 영어ㆍ수학 참고서를 활용해 특별수업을 진행하는 선수학습을 하는 것이다.
학부모들은 "말로는 선행학습 금지라고 하지만 대다수 학교는 보충수업이란 명목으로 선행학습을 하고 있다"며 "교육당국의 지침이 일선 학교에서는 전혀 먹히지 않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교육당국의 '선행학습 및 방학중 야간 자율학습 금지'가 바람직한지는 학부모나 교사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다.
특히 고교 2학년(예비 고3)의 경우 수능시험을 불과 10개월가량 앞둔 시점에서 겨울방학기간에 고교 3개년 전 과정을 끝내지 않으면 수능준비가 힘들다는 주장이다.
또 일부 학부모들은 선행학습 금지가 학습열을 강제로 잠재우려는 지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일선 학교에서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혼선을 빚고 있다.
광주 모 고교 관계자는 "교육청의 지침에 따라 선행학습을 하지 않으려고 해도 학부모들이 다른 학교와 비교하면서 아우성"이라며 "겨울방학기간 야간 자율학습과 주말 보충학습도 감시의 눈을 피해 진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