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불 단칸방 생활비 아껴
광주 양지복지관에 매달 전달
"나보다 어려운 사람 참 많아"
기초생활수급자로 폐지 등을 수집해 생활하는 70대 할머니가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부를 하고 있어 훈훈함을 주고 있다.
폐지를 모아 3년째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기부하고 있는 지미진자(72) 할머니. 24일 만난 지 할머니는 "나보다 못한 사람을 돕는게 더 큰 행복이다"면서 "죽기 전까지 이웃과 더불어 살고 싶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지 할머니는 매달 정부에서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 35만원을 절약해, 지역 주민센터에 정기적으로 기부하고 있다. 45년 전 남편과 이혼한 후 홀로 아들ㆍ딸 4명을 뒷바라지 하느라 식당 허드렛일을 해오며 힘든 삶을 이어온 지 할머니는 3년 전 광주 남구 양림동에 위치한 양지종합사회복지관에 다니면서 기부를 시작했다. "복지관을 다니다 보니 나보다 불쌍한 할머니ㆍ할아버지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것이 이유였다. 지 할머니는 "매달 정부에서 주는 기초생활수급비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만큼 나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 폐지 모은 돈으로 기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림동에서 홀로 4평 남짓한 단칸방(월세 10만원) 생활을 하고 있는 지 할머니는 난방은 오로지 연탄에 의지한 채 추운 겨울을 나고 있었다. 방바닥엔 전기장판이 놓여있지만 전기요금을 걱정한 지 할머니는 단 한번도 마음놓고 켜 본적이 없다. 그녀는 매달 기초생활수급비로 받은 35만원 중 월세와 전기요금ㆍ가스비를 제한 나머지는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한다.
지 할머니가 거주하는 주인집 마당 한켠에는 '비밀창고'가 있다. 지 할머니가 하루 종일 리어카를 끌고 온 동네를 누비며 모은 폐지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는 공간이다. 폐지를 주어 번 돈 역시 고스란히 연말 기부에 쓰인다.
지 할머니는 "최근엔 경기침체로 폐지는 줍는 노인들이 늘어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힘든 상황이다"면서 "하루 5시간씩 리어카를 끌고 나가 폐지를 모으는데 손에 쥐어지는 돈은 일주일간 5000원이 채 안된다. 기부할 수 있는 금액이 줄어 아쉬울 뿐이다"고 말했다.
지 할머니의 하루는 이른 아침부터 바쁘다. 매일 오전 9시 양림동 양지종합사회복지관에서 노인들과 장애인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펼친다. 오후 1시께 집으로 돌아오는 지 할머니는 복지관에서 받은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이후 리어카를 끌고 집을 나서는 지 할머니는 해가 질때까지 양림동 구석구석을 누비며 폐지를 줍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 한다.
지 할머니는 폐지를 줍다보니 옷ㆍ신발 걱정을 덜었다고 얘기한다. 지 할머니가 입고있는 옷들 역시 모두 헌옷수거함에서 가져온 것들이다. 지 할머니는 "폐지를 줍기 위해 길거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성한 옷들과 신발들이 버려져 있는데 나에게 꼭 맞는 옷들이 많아 깨끗히 세탁해서 입는다"면서 "신발ㆍ옷을 살 돈을 아껴 굶주리고 불쌍한 사람을 도와주고 싶은 마음 뿐이다"고 밝혔다.
양림동주민자치센터 관계자는 "어려운 형편속에서도 자신보다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성금을 기부하는 지 할머니의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면서 "지역 내에 기부문화가 확산돼 올해는 좀 더 따뜻한 겨울이 됐으면 좋겠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