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 자살 노부부 등 정부 복지정책 겉돌아
담당 공무원 업무량 폭주 … 인원확충 등 절실
심정희(가명·여·76) 할머니는 텅 빈 연탄 창고를 볼 때면 불안함이 가득하다. 올 겨울을 보내려면 연탄 600장이 필요한데, 남은 건 고작 40장 뿐이다. 연탄 한 장당 500원. 30만 원이면 되지만 이마저도 마련할 길이 없다. 환청에 시달려 바깥 일을 할 수 없는 아들(41) 때문에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 혜택도 제외됐다. 남편(76)도 최근 허리를 다쳐 일을 할 수 없는 상황. 심씨 부부가 받는 노인연금 15만 원으로 세 가족 한 달 생활비를 해결해야 한다.
복지 사각 지대에 놓인 독거노인·저소득층 등 빈곤층들은 올 겨울이 그 누구보다 두렵다. 이들은 정부의 지원을 받고 싶어도 각종 규정에 묶여 지원대상에서 제외돼 혹독한 추위만큼이나 고통스런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나마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수가 턱없이 부족해 현장 파악을 제대로 할 수 없다 보니, 어떤 복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지도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100조가 넘는 엄청난 복지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현실에서는 복지 혜택에서 소외된 채 고통받고 있는 영세한 서민들이 적지 않은 실정이다.
10일 광주시와 전남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6월 30일 현재 기초생활보장대상자·장애인·만 65세 이상 노인 등 정부 복지 혜택 대상자는 87만5037명이다. 그나마 이들은 정부의 복지 혜택을 받는 시·도민들로, 갖가지 규제에 걸려 복지 서비스 대상자에서 탈락한 채 빈곤한 삶을 살고 있는 영세 서민들이 적지 않다는 게 복지기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자신이 받을 수 있는 정부 복지 서비스조차 누리지 못하다 극단적인 삶을 선택하기도 한다.
지난 11월 23일 김모(82)씨는 목포시 목원동 주택에서 허리 디스크로 거동할 수 없는 부인 신모(여·69)씨를 돌보다 자신이 뇌출혈로 쓰러져 더 이상 보살피지 못하게 되면서 고심 끝에 함께 목숨을 끊었다. 이들은 노인장기요양보험서비스에 따라 간호사의 방문 수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대상인데도, 신청조차 하지 않았다. 워낙 다양한 복지 서비스 중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복지 서비스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점을 지적하는 전문가들도 많다.
당장, 광주·전남 지역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 2381명이 한 명당 367.5명의 대상자를 돌봐야 하는 복지 현실도 무관하지 않다.
현재 담당 인력으론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빈곤층들을 제대로 돌보고 살필 수 없다는 얘기다. 또 자신이 복지서비스 혜택 대상인지 아예 모르거나 알고도 기준이 까다로워 신청 자체를 포기하는 이들도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광주시 한 구청 관계자는 “복지 담당 공무원이 현장을 돌면서 사각지대에 있는 빈곤층을 직접 찾아내 복지혜택을 주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복지 혜택이 골고루, 소외되지 않고 펼쳐지기 위해서는 전문 사회복지전담 공무원의 증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