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FC 남기일 감독대행에게 고민이 생겼다.
일본 시즈오카에 캠프를 꾸려진 지 10여 일. 분위기가 무르익는 시점에 생긴 고민은 20년 만의 폭설과 한파로 인한 훈련 차질, 부상자 발생 등이 아니다.
“애들이 너무 잘해”가 남 감독대행의 고민이다. 뭐라고 하지 않아도 딱히 지적할 것 없이 선수들이 알아서 움직이기 때문에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행복한 고민이다.
올 시즌 광주는 승격을 위해 눈물겨운 체질개선을 했다. 선수단을 대폭 개편하고 규모를 줄였다. K리그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들도 대거 유입했다.
각 팀에서 각기 다른 플레이를 했던 개성있고 사연있는 선수들이 대거 모이면서 이들을 한데 묶는 게 가장 큰 걱정이었다. 뚜껑을 열어보니 기우에 불과했다.
훈련 시작하고 끝날 때 선수들이 둥그렇게 서서 외치는 구호는 “우리는 하나다”이다.
이름만 불러도 무엇이 잘못됐고 원하는지를 알아듣는다던 선수들은 이를 넘어서 알아서 머리를 맞대고 광주 만의 팀 컬러를 찾고 있다. 남 감독대행은 조직력을 중심으로 한 압박축구라는 숙제를 제시했고, 세부적인 것은 선수들이 훈련을 하고 경기를 하면서 스스로 답을 찾고 있다.
김민수는 “각각 다른 팀에서 와서 처음에 손발이 맞지 않았는데 팀이 좋아지는 게 눈에 보인다. 캠프에 와서 정말 많이 좋아졌다. 선수들이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 선배들도 얘기하는 걸 좋아하셔서 경기를 하면서도 외적으로도 많은 얘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율적으로 광주 스타일에 맞는 자신의 플레이를 만들어 간다는 낯선 성취감에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즐거운 캠프다.
공격에 힘을 실어줄 브라질 출신의 새 콤비 호마링요와 파비오도 선수단 분위기에 따라 성실하게 훈련을 소화하면서 한 가족으로 자리 잡았다. 호마링요는 추운 날씨에 의욕을 보이다가 코피까지 흘렸다.
남 감독대행도 선수들과 부딪히며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남 감독대행은 패싱 게임을 할 때 선수들과 같이 그라운드에 선다. 공을 주고받으면서 선수들과 소통을 하며 녹슬지 않은 실력을 과시하고 있다. 선수들도 더욱 집중해서 훈련을 하게 된다.
혈기 왕성한 선수들과 호흡을 맞추기 위해 남 감독대행도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할 수밖에 없다.
주장 이완은 “목욕탕에서 처음 감독님을 뵙고 많이 놀랐다. 몸이 현역선수들 같으셨다”며 “경기장에서 선수들에게 지시를 하시면서 의문점이 있으면 말하라고 하신다. 또 선수들의 의견을 스스럼없이 받아 들여주시기 때문에 선수들도 부담없이 얘기를 꺼내게 되고 함께 좋은 쪽으로 개선을 하면서 팀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승격이라는 공통된 목표가 있기 때문에 이들의 겨울이 더욱 뜨겁다.
남 감독대행은 “내가 직접 승격에 대한 얘기를 한 적은 없는데 선수들이 먼저 우승을 얘기하고 그 목표를 위해 열심히 하고 있다. 너무 열심히 해서 오히려 걱정이 될 정도다”며 행복한 고민에 대해 얘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