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 대보름날의 추억

2021-02-27     이병수 기자

정월 대보름날이다.

옛날 농촌에서는 설날부터 대보름날까지 15일 동안을 명절주간으로 삼았다.

보름날은 그 명절주간이 끝나는 날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름 휴가도 대개는 2~3일 계속되었던 것 같다. 20일쯤 지나야 명절주간이 완전히 끝났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보름달의 모습은 똑같다. 달의 신비함이 사라진 것만 다를뿐. 그러나 달을 제외한 나머지 풍경은 거의 모두 달라졌다.

내 기억에 보름날 제일 기대되었던 것은 식사 때 김을 한 장 먹을 기회를 얻는 것이었다.

광주에 사시는 작은아버지가 보름이면 항상 김 한 톳을 가지고 오셨다. 덕분에 보름날이면 밥 먹을 때 김을 한 장식 배당받을 수 있었다. 지금 기억에 한 장을 12 등분 하여 한 장으로 밥 한 그릇을 전부 먹었던 것 같다. 참기름을 탄 간장을 찍어 먹는 김 맛은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어린 시절의 영향 때문인지 지금도 김은 그냥 참기름을 탄 간장에 찍어 먹는 것이 가장 맛있다.

보름 전날 밤에 깡통에 불을 붙여 빙빙 돌리는 놀이가 있다. 요즘 용어로 치면 일종의 불꽃놀이였다. 우리 마을에서는 옆 동네 아이들과 불꽃 싸움을 했다. 불이 붙은 깡통을 돌리면서 이웃 동네 아이들과 소위 기세 싸움을 하는 놀이였다. 나는 좀 무서워 적극적으로 임하지는 못했다.

보름날에는 어김없이 농악놀이가 행해졌다.

당시는 동네마다 농악대가 있었고 보름 등 기념일 날에는 어김없이 농악놀이가 행해졌다. 농악대는 집집마다 다니면서 귀신 등 나쁜 기운을 집에서 몰아내는 의식을 행했다. 하루에 동네를 모두 돌지 못하면 다음날까지 계속되었다. 이렇게 정월 대보름날 행사는 온 마을의 축제였다. 강강술래 놀이도 했다. 나 같은 어린이들도 이런 행사에 모두 참여했다. 70호쯤 되는 내 시골 마을의 모습이었다.

이런 일련의 행사 내용을 상기해볼 때 과거 농촌에는 나름대로 상당한 수준의 축제문화가 정착되어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시절, 그런 모습의 농촌이 그리워진다.

(최영태 2021. 2. 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