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교도소 사이트, 신상공개에 고대생 자살 “나는 억울하다” 경찰은 수사 중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디지털교도소'에 얼굴과 신상이 공개된 사람중 고려대학교 학생 A씨가 숨졌다.

2020-09-05     심형태 기자

 

디지털교소도

[퍼스트뉴스=심형태 기자]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공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인 '디지털교도소'에 얼굴과 신상이 공개된 사람중 고려대학교 학생 A씨가 숨졌다.

학생 A씨는 디지털교도소 사이트에 자신이 '지인을 능욕하기 위한 음란물을 공유했다'라는 글이 게시되자 '사실이 아니다.'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디지털교도소 사이트는 지난 7월에 A씨를 '지인능욕범'으로 지목, 얼굴사진과 학교, 전공, 학번 등의 신상을 자세하게 적어 공개 했다.

또한 A씨가 음란물 제작을 요청한 증거라고 적시하며 누군가와 주고받은 텔래그램 메신저 내용과 음성 녹음파일도 같이 게시되었다.

A씨는 게시글 확인 후 고려대 커뮤니티 사이트에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하고, 해당 글에 대해서 "디지털교도소에 올라온 사진, 전화번호, 이름은 내가 맞다"면서  "그 사이트에 올라온 모든 범행 사실은 결코 사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모르는 사이트에 가입됐다는 문자가 와서 URL을 누른 적이 있고 비슷한 시기에 모르는 사람에게 휴대전화를 빌려준 적도 있다."며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 사이트 가입이 화근이 돼 전화번호가 해킹당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A씨와 디지털교도소 운영자는 이후 온라인상에서 공방했고, A씨는 지난 3일 숨진 채 발견됐고 부검 결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빈소가 차려진 병원 홈페이지의 '사이버 조문실'에는 "억울함을 풀도록 도와주겠다" 같은 글이 200여 개 댓글이 달렸고, A 씨가 다닌 학과 학생회는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문을 올렸다.

한편, 대구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디지털 교도소 운영자들에 대해서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수사를 벌이고 있다"고 밝혔으나 "서버가 해외에 있는 사이트이고 사건 연루자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수사에 시간이 오래 걸릴 것으로 본다"면서 "이미 특정된 피의자들이 있어 국제 공조를 통해 엄중히 추적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