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대표의 반(半)합법적·‘비타협적’ 투쟁성과 족탈불급

2019-12-16     이행도 기자
이종걸

황교안 자한당 대표가 (12월 11일)부터 국회 본회의장 앞 로텐더홀에서 무기한 농성을 시작했다.

정말 공안검사가 천직이었다는 분이 맞나?

그가 자한당 당대표로 선출된 후부터 10개월 동안 보여준 투쟁방식이 아이러니하다.

자신이 국가의 적이라고 증오하면서 단죄했던 ‘시국사범’들도 ‘큰 스승’으로 모셔야 할 만큼 극렬하다. 민중당,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정의당에서 당대표를 지냈던 분들도 황당대표의 반(半)합법적·‘비타협적’ 투쟁성과 비교한다면 족탈불급이다.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절차를 준수해서 정당성을 확보한 후에 내려진 결정이 자신의 의사에 반할 때 보수주의와 진보주의는 그 대응이 다를 수 밖에 없다.

진보주의는 현실의 불합리성을 강조하고 근본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때문에 그 결정 역시 불합리한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간주해서 승복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보수주의는 현실의 합리성·필연성을 강조하는 세계관을 가졌다. 일견 불합리해 보이는 현실도 그럴만한 필연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볼 때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한 결정을 절대로 승복하지 않는 것은 가짜 보수주의이다. 제도와 절차를 통해 요구하는 것을 얻으려고 하지 않는 것도 가짜 보수주의이다.

“우리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보호’를 최고의 가치로 삼고 있습니다. 자유민주주의는 국민 다수의 의사에 따라 국정이 운영되고, 국민의 자유와 평등이 보장되는 법치주의적 헌법이념입니다,”

황당대표가 법무부장관 시절 통합진보당 해산심판이 열린 헌법재판소 법정에서 한 최후변론의 일부이다.

헌법재판소 법정에서 한 말은 진심이 아니었나?

민주당이 무엇을 잘못했다고 아무 때나 단식하고 농성하고 장외투쟁하는가? 민주당은 국회의석수로 보던 여론조사로 보던 2019년 12월 10일 현재 “국민 다수의 의사”를 대변하면서 국정을 운영했다. 자한당의 ‘침대축구’적 지연전술에 참고 참으면서 넉넉하게 추가 시간을 줬다. 예산안을 비롯해서 모든 안건을 국회법 등에 의거 ‘법치주의적’으로 처리했다.

민주당이 법과 정책을 가지고 이야기하자고 하면 자한당은 공상 정치소설 원고를 보여준다. 선거법 개정은 좌파의 장기집권 음모이고, 공수처법은 좌파 대통령이 검찰을 겁박하고 법원을 길들이며 보수 정치인의 씨를 말리려는 술책이라는 삼류 시나리오를 낭독한다.

자한당이 정말 그렇게 믿는다면 무슨 대화가 되겠는가? 그들의 뇌내에서 생기는 망상적 공포를 어떻게 말릴 수 있나. 논리와 억지, 합리와 망집은 어울릴 수가 없다. 절충이 불가능하다. 어긋난 아이를 오냐오냐 하면서 달래기만 한다면 더 어긋나게 된다.

곧 개원될 임시국회에서 패스트트랙을 거쳐서 힘겹게 본회의에 상정될 법안들도 황교안 법무부장관의 말처럼 “국민 다수의 의사에 따라 국정이 운영”되는 방식으로 처리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정의 정당성 여부를 21대 총선을 통해서 평가 받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