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식하면 용감하다”홍준표의 ‘자기 지성 셀프 탄핵문’

2019-10-04     이행도 기자
이종걸

홍준표 전 자한당 당대표가 이번에도 살신성인의 자세라는  교훈을 남겨주었다. 그가 오늘 발표한 '문재인 국민탄핵 결정문'을 보면, 저렇게 무식한 사람도 검사를 할 수 있었다는 진실을 일깨워주는 효과도 있어 요즘 화두인 검찰개혁 필요성의 산증인이 되었다. 이래저래 고마운 분이시다.

국감 준비에 바쁘기도 하고 길게 쓸 가치도 없기 때문에, 홍준표의 ‘자기 지성 셀프 탄핵문’ 맨 앞에서 가장 강조된 부분만 지적하겠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한민국의 한반도 유일 합법정부 지위와 정통성을 포기해서 형법상의 내란의 죄를 범했기 때문에 탄핵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데 그 근거가, “요즘 많이 외로우신가?” “개그 하시나?” 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황당하다.

간단한 것부터 지적하자. 그는 상해임정 건국론 등은 “남북이 대등한 지위와 권능을 인정”하는 대한민국 부정 논리라고 한다. 무식의 절정을 보여주는 궤변이다. ‘상해임정 건국론’이야말로 북한정권의 정통성만이 아니라 항일운동의 본류를 상해임정에서 찾기 때문에 김일성의 ‘항일운동’의 정통성도 흔드는 주장이다. 북한이 절대 인정할 수 없는 ‘反공화국 모략 사관’인 것이다.

그는 문 대통령이 70여년의 세월 동안 이산가족의 한을 해결해주지 못하는 잘못을 ‘남쪽 정부’든 ‘북쪽 정부’든 함께 잘못하고 있는 것이란 KBS 인터뷰를 가지고 “사상 처음으로 북한을 정부로 인정하는 발언”이고, 이는 “헌법 제3조(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를 위반하여 국헌을 문란하게 한 것이다“라고 적었다. 이런 억지를 접하니 어안이 벙벙해진다. “이쯤되면 막 가자는 것이죠”라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남한 정부’는 ‘북한 정부’를 시간과 장소와 상대에 따라 다양하게 불러왔다.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고 정식으로 국호를 표기한 적도 있고, ‘서울’ ‘평양’처럼 대유법을 쓰기도 한다. 부들거릴 준비를 하시라. 북한과의 관계에서 대한민국 정부를 가장 격하한 표현을 사용한 대통령은 1972년에 ‘7.4남북공동성명’을 발표한 박정희 대통령이다.

첨부한 이미지는 국가기록원에 있는 ‘7.4남북공동성명’ 원문이다. 공동성명에는 대한민국이란 국호도 정부란 표현도 전혀 없다, 서울과 평양, 남북, 쌍방, 상대방으로만 표현되었다. 심지어 대한민국 중앙정보부가 아니라 서울 중앙정보부로 표시된다. 성명서 상으로는 한반도의 유일·합법 정부인 대한민국 정부는 흔적도 없어진다. ‘서울 임시정부’와 ‘평양 임시정부’가 외세를 물리치고 조국통일을 해서 단일한 정부를 세우자고 주장하는 것 같다.

굳이 따지자면 대한민국의 민족사적·국제적 정통성을 가장 낮춘 표현을 쓴 사람은 박정희 대통령이다. ‘멸공통일’ 슬로건이 온 국토를 덮었던 그 냉전의 절정기에도 박 대통령은 남북한 표기에 유연했다. 7.4남북공동성명이 발표된 지 47년이 지났고, 분단이 고착되면서 북한의 정권이 정부로 자리 잡은 지금 북한 정부라는 말을 왜 못 쓰나?

‘북한 정부’라는 표현은 문재인 대통령의 ‘친북성향’을 드러낸 것이라는 주장은 ‘공안 망상증 환자’의 히스테리성 막말에 불과하다. 그들이야말로 모든 것을 북한과 연결시켜서 진단하는 ‘북한 성애자’이자 ‘공안 성애자’들에 지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의 체제경쟁에서 완승했다. 문 대통령의 대북 유연 노선은 그런 자신감과 현실 진단 속에서 펼쳐지는 것이다. 나는 북한 위정자들이 속으로는 문 대통령의 대북 정책이 자기 체제를 근본적으로 위협할까 봐 떨고 있다고 확신한다. ‘공안 성애자’들은 제발 억지 좀 부리지 말고 대한민국의 힘을 믿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