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을 위한 행진곡’이 아시아 각국에서 불리는 ‘스텐카라친’

2019-06-18     박준성 기자
이종걸

홍콩시민의 범죄인 송환 법안 반대 시위가 성공을 거뒀다. 그 시위과정에서 등장한 ‘님을 위한 행진곡’이 연일 화제다.

홍콩의 영상을 보기 위해서 유튜브에서 ‘님을 위한 행진곡’을 검색해봤다. 다양한 장소와 시간을 배경으로 서로 다른 주체들이 다른 편곡으로 부른 영상이 많았다. 홍콩 현장 말고도 중국, 태국, 캄보디아, 일본, 대만, 미얀마에서 그 나라 사람들이 부른 영상들도 있었다.

중국 농민들이나 미얀마에서의 무대는 소박하고 진솔한 느낌이다. 1980년대 한국의 노동자 공연 현장 같은 분위기가 살아 있다. 이 분들이 이 노래가 탄생했던 배경인 5.18 민주항쟁이나 그 노래 주인공들의 장엄한 비극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 잘 모를 것이다.

같은 러시아농민가를 러시아어로 따라 불렀던 대학시절이 떠오른다. 가사의 뜻도 모르지만, 그 곡을 통해서 전달되는 비장미와 투혼이 그냥 좋았다. 막걸리를 앞에 넣고 ‘스텐카라친’을 합창하면 러시아 농민의 고난이 전달되었고, 우리는 ‘구국의 강철대오’가 되었다.

‘님을 위한 행진곡’이 국경과 시대와 언어의 벽을 넘어서 아시아 각 국에 퍼져가는 이유는 그 진실성과 보편성 때문이다.

‘님을 위한 행진곡’에 담겨있는 탄압과 저항, 억압과 해방, 좌절과 극복, 비장미와 낙관주의, 죽음의 비극과 이를 승화시키는 영혼의 사랑, 어두운 과거와 미래를 향한 빛나는 전망은 나라와 시대를 불문하고, 언어의 장벽을 뛰어 넘어서 강력하게 전달된다. ‘님을 위한 행진곡’은 처음에는 질박했지만, 40여년을 지나면서 세월의 무게를 더하고 현실의 상처를 보듬으면서 더욱 빛나고 다양한 색채를 지닌 노래가 되었다.

심금을 울리는 예술작품은 한순간에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님을 위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