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의 "빨간펜 선생님"

2019-05-31     심형태 기자

 

이종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에 대한 재판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는 피고인이 아니라 검찰이 작성한 공소장을 첨삭지도 하겠다는 ‘빨간펜 선생님’으로 출정했다. 자신이 피고인으로 된 공소장이 법관생활 42년 동안에 다뤄본 것 중 가장 엉터리 소설이라고 냉소한다.

그런데 그의 구속을 이끈 결정적 자료는 그가 '검찰보다 위'라는 ‘근자감’을 가지고 있는 법원의 판사들로 구성된 특별조사단의 성과였다.

그는 인권유린이 극에 달했던 ‘유신시대’ 때 판사를 시작해 한국사회를 퇴행시킨 ‘유신의 딸’과 비슷하게 퇴임했다. 그의 말대로 검찰이 전직 대법원장까지 처벌하겠다고 ‘소설’을 썼다면, 검찰과 경찰은 1970~90년대에는 권력도 없고 법률적 조력도 제대로 받을 수 없는 평범한 시민을 주인공으로 얼마나 많은 ‘범죄소설’을 썼을까? 그는 늘 '범죄소설가' 편이었다!

다른 한편 그는 ‘소설’의 주인공인 피고인에게 냉담한 판사였다. 시국사건에선 엄단주의를, 기업사건에선 포용주의를 보였고, 정치적 중립성을 의심받았다.

그는 정치탄압 피해자라고 주장하기 전에 자신이 42년간 재판을 하면서 인권유린의 방관자였을수도 있었다는 반성부터 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닐까? 양 전 대법원장에게 그런 기대를 하는 것은 사치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