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까운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말라

2019-05-27     심형태 기자
이종걸

조진래 전 의원의 비보를 접했다. 진심으로 조 전 의원과, 검찰수사 중 유명을 달리한 분들의 명복을 빈다. 황교안 자한당 대표 등은 일제히 “‘적폐청산’의 그 이름으로 너무나 잔혹하고 비정한 정권이 됐다”고 맹비난한다. 그러나 자한당의 태도야말로 여론을 호도하고, 안타까운 죽음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이다.

적폐청산은 촛불시민혁명의 시대적 요구이다. 적폐청산은 대한민국이 공정하고 자유로운 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통과의례, 피할 수 없는 성장통이기도 하다. 문재인정부 출범 2년이 경과하면서 적폐청산 피로감도 있다. 이에 자한당 등 “제발 저리는 도둑”은 애도와 '피로감'을 악용해 적폐청산이 큰 문제인양 선동하고 있다.

적폐청산은 왜 '장기전'이 되는가? ‘야당 길들이기’? 아니다. 야당은 순치되기는커녕 더욱 사나워지고 있다. 정치보복? 아니다. 검찰은 인물·범죄를 미리 정해 꿰어맞추는 수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로 드러나는 범죄에 대한 사법절차를 밟는 것이다. 나는 적폐청산의 ‘장기전’화는 지난 10년간의 정치적 퇴행과 청산 대상들의 체계적인 대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첫째, 이명박근혜 정권동안 권력은 심하게 퇴행되었다. 청와대·국정원·군·경찰청의 선거부정, 정치인 부정부패, 블랙리스트 작성, 민간인 불법사찰, ‘영포라인’·최순실 등 사조직 농단, 재판 거래, 계엄령 준비 등 중대범죄가 자행되었다. 반헌법적 국기문란 중범죄가 밝혀지는데 어떻게 수사를 안 하나?

둘째, 최순실게이트가 터진 후 박정권의 몰락은 예정되었다. 범죄자들에게는 자기 범죄가 얼마나 중대한지 잘 알고 있는 상황에서, 정권교체까지 6개월 이상이 주어졌다. 이들은 권력기관의 ‘프로’이면서 수사기법도 훤하게 알고 있다. 그래서 정권교체가 이뤄지는 동안 증거 인멸과 말맞추기 등 대비를 충분히 해서 수사가 어려웠을 것이다.

셋째, 무리한 수사를 불가능한 상황에서 일제히 연행해서 일망타진하는 속도전 방식으로는 수사가 될 수 없다. 가장 확실한 혐의가 드러난 한명씩 공락하면서 탑-다운, 바텀-업으로 각개격파 해야 하므로 불가피하게 많은 시간이 든다. 증거인멸과 말맞추기, 피의자 잠적 등의 장애물을 넘어야 한다.

넷째, 게다가 검찰의 영장청구에 대해 법원은 번번이 제동을 걸었다. 법관으로서 양심과 법률에 따라 영장청구를 처리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법원·검찰의 기관 간 갈등, 검찰의 법관 수사에 대한 반격, 보수파 법관의 현 정부에 대한 개인적 반감 등이 작용한 측면도 있다고 본다. 法檢 갈등은 적폐수사 장기전화의 또 다른 요인이다.

마지막으로, 국민의 변화된 법 감정은 계속적인 적폐청산을 요구한다. 한 예로, 공공기관 취업청탁비리를 발본색원하는 것이 야당에서는 정치보복으로 비춰질지 몰라도 국민 대다수에게는 반드시 엄벌해야 하는 중대범죄이다. 야당은 국민의 달라진 법 감정, 공정사회에 대한 높은 요구를 모르고 적당히 하라는 것이다. 적폐청산은 국민의 명령이다.

야당은 적폐청산을 “제 발 저린 도둑”이 아닌 국민입장에서 바라봐야 하고, 고인들을 정략적으로 악용해선 안 된다. 홍준표 전 대표는 얄팍한 계산을 하고 조진래 전 의원을 2018년 지방선거에 창원시장후보로 무리한 전략 공천을 하였다. 비극의 배경에 선거 후 어려움도 있을 수 있다. 홍 전 대표는 정말로 자중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