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회담 이후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러시아의 역할

2018-11-17     장수익 기자

현재 진행되는 남·북, 북·미 간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전개과정을 보면 모든 문제가 마치 북한과 미국 간의 담판으로 간단히 해결될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희망적 사고(wishful thinking)’를 내려놓고 상황을 다각도로 살펴보면,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일본 등 한반도 주변 국가들의 이해타산이 중요한 개입변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음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특히 러시아는 한반도 접경국가이자 남북 분단을 결정한 당사국이며 북한체제의 안보를 지탱해주는 궁극적 후견국이다. 물론 러시아는 주변 4국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와 북한의 정상국가화에 가장 적극적인 지지와 기대를 보내는 국가이기도 하다.

이 글은 러시아가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어떤 입장과 전략을 추구하는지를 살펴본 것이다. 러시아는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주요 행위자로 참여하여 동북아시아 정치·군사 질서를 다자주의에 입각한 평화체제로 재편하고자 한다. 이란 핵협상이나 시리아 내전 등의 굵직한 지역분쟁에서 러시아는 이미 역량있는 중재자 역할을 해낸 바 있다.

특히 푸틴은 지난 5월 임기 6년이 보장된 4번째의 대통령직에 취임했다. 그는 2012년 3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하면서 유럽연합(EU)을 모델로 삼아 과거 소연방 지역 전체를 아우르는 ‘유라시아연합’(EAU)을 건설하고 ‘신동방정책’을 내세워 러시아의 경제발전을 이룩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2013년 11월 발생한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푸틴은 크림반도 환수조치를 단행하면서 서구로부터 강력한 경제제재를 받고 있다. 오늘날 러시아가 동북아시아 지역의 질서 재편성에 큰 관심을 두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침 2017년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신북방정책’을 통해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 평화를 뿌리내리고 공동번영의 기회를 창출하고자 한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가로막힌 유럽과의 교류를 대신할 새로운 기회의 창을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에서 맞이할 수 있다. 러시아가 한반도 비핵화 과정을 예의주시하면서 적극적인 행위자로 참여하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글은 러시아가 지닌 대외정책의 근간과 북한과의 긴밀한 관계 그리고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 대한 러시아식 해법과 한국정부와의 협력 가능성 등을 분석한다.

우준모
선문대학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