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자는 귀족이고 기술자는 노예인가,

2018-08-18     장수익 기자
이종걸

[퍼스트뉴스=장수익 기자] 대작(代作) 그림을 판매했다고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가수 조영남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항소심 판결은 참으로 이해하기가 어렵다.

판결 이유를 보면서 가장 불편한 느낌이 드는 지점은 창작자와 ‘기술자’를 절대적으로 구분하고, 후자를 폄하하는 듯한 판사의 시각이다.

‘고유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으면 창작자이고, 그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표현한 사람은 단지 ‘기술보조’라고 낮춰봐야 하는가?

조영남씨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그림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실력은 있을까?

아이디어를 관념과 화풍, 기법으로 그림에 부여할 때 ‘기술자’의 창작성은 아무 것도 작용하지 않을까?  

조영남 씨가 금과옥조처럼 들이대는 ‘현대미술’에서는 아이디어의 고유성조차도 부정하기도 한다. ‘작가의 죽음’을 외치기도 하고, ‘혼성모방’을 창작 기법으로 내세우기도 한다. 그렇게 보니 ‘현대미술’은 참 편리한 잣대다.

공장장 역할을 한 ‘창작자’가 창작자의 절대성을 부정하는 현대미술을 들이대 가지고 배타적으로 저작권을 보장받으니. 

현대미술의 본질이 ‘혼성모방’이라면 수입도 ‘혼성분배’여야 공정할 것이다.

예술적 역량이 검증안된 명망가가 아이디어만 가지고 챙기고, 실제로 예술적 노동을 한 사람은 푼돈만 받아야 하는 이 불공정성은 도대체 어떻게 시정할 수 있을까? 예술사회에서는 여전히 귀족과 노예가 존재하는가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