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원예치유, 제도 기반이 성패 가른다

2026-05-26     우영제 기자
우영제

충남 태안군 안면도 꽃지해안공원에서 열린 ‘2026 태안국제원예치유박람회’가 지난 24일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한 달간 이어진 행사에 누적 관람객 152만 명이 다녀갔다. 조직위원회는 “세계 최초의 원예치유 박람회로서 기념비적 성과”라며 자평했다. 숫자만 놓고 보아도 흥행은 분명하다.  

이번 박람회는 단순한 지역 축제를 넘어선 의미를 남겼다. 안면도 일대 관광 인프라가 재조명됐고, ‘치유 산업’이라는 새로운 화두가 충남과 태안의 미래 전략으로 부상했다. 고령화 사회에서 자연 기반 치유산업은 매력적인 블루오션이다. 원예와 치유의 결합을 산업화하려는 시도 자체가 신선했고, 지역민과 관람객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다. 행사 기간 중 인근 상권이 활기를 되찾은 것도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치유’라는 키워드를 지역의 핵심 어젠다로 끌어올린 점은 박람회의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축제의 열기와 별개로 냉정한 질문은 남는다. 과연 이번 박람회가 충남과 태안의 미래 먹거리로 내세운 ‘원예치유 산업’을 실질적으로 견인했는가. 폐막식은 그 한계를 보여준다. 공군 블랙이글스의 축하 비행과 130분짜리 트로트 콘서트로 마무리된 행사는 ‘국제 박람회’라기보다 여느 지역 축제의 문법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해외 기업과 기관의 참여가 저조했고, 글로벌 기술 교류나 바이어 유치도 미흡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적 기반이다. 현재 국내에서 원예치유는 학술적·체험적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국가 차원의 공식 산업 분류조차 없다. 전문 인력 양성 체계와 인증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만 내세운 것은 정책적 기반이 약하다는 방증이다. 원예치유사 자격제도, 프로그램 인증 체계, 국가적 연구소 설립 등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산업화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행정·산업 정책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지역 축제의 흥행과 신산업 전략의 성공은 별개의 방정식”이라고 지적한다. 원예치유 산업이 태안의 진짜 성장동력이 되려면 박람회 이후가 더 중요하다. 보조금 투입 방식의 일회성 이벤트를 반복할 것이 아니라, 연구소 유치, 전문 교육기관 설립, 민간 자본 투자 유도 등 장기적 펀더멘털을 구축해야 한다.  

152만 명이라는 성과는 분명 값지다. 그러나 그 숫자가 착시효과로 끝나지 않으려면, 지금부터가 진짜 시험대다. 충남과 태안의 미래 전략은 박람회 폐막과 동시에 출발선에 섰다. 원예치유가 지역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는 제도적 기반을 얼마나 튼튼히 마련하느냐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