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없는데 책자만 주나”… 충남교육청 ‘종이 위생 대책’에 우는 소규모 유치원
소규모 유치원·어린이집 급식 위생자료 개발… 현장에선 “행정 편의주의” 반발 전문 영양사 부재가 만든 사각지대, 인력 충원 예산 아끼려 ‘저비용 대책’ 땜질 자료 배포 그쳐선 ‘반짝 효과’뿐… 순회 영양사·맞춤형 컨설팅 등 구조적 전환 시급
[퍼스트뉴스=충남도 우영제 기자] 충남도교육청이 조리 인력과 시설이 취약한 소규모 유치원·어린이집의 급식 위생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며 대책을 내놨다. 현장에서 즉시 활용할 수 있는 ‘맞춤형 위생교육 자료’를 개발해 보급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정작 급식 위생의 핵심인 ‘전문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처방은 외면한 채, 예산이 적게 드는 ‘책자 보급’에만 매달리고 있어 전형적인 행정 편의주의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도교육청과 교육지원청 급식 담당자로 구성된 ‘급식지원실무단’은 21일 충남교육과정평가정보원에서 협의회를 열고 월별 교육 주제 선정과 계절별 위생관리 사례 발굴 등 본격적인 자료 개발에 착수했다.
도교육청은 이 자료를 오는 12월까지 도내 소규모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전면 보급할 계획이다. 한복연 도교육청 유아교육복지과장은 “규모가 작은 급식소일수록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자료를 만들겠다”고 추진 배경을 밝혔다.
하지만 정작 정책의 수혜자가 되어야 할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도내 한 소규모 유치원 관계자는 “이미 교육청이나 정부 부처에서 나온 위생 지침과 홍보 책자는 차고 넘친다”며 “자료가 없어서 위생 관리가 안 되는 게 아니라, 그걸 전담해서 관리할 사람이 없다는 게 진짜 문제”라고 털어놨다.
현장의 목소리가 이토록 거친 이유는 소규모 급식소들이 직면한 고질적인 인력난에 있다. 현재 도내 상당수 소규모 유치원과 어린이집은 영양사가 상주하지 않거나 파트타임 형태로만 근무해, 비전문가인 일반 교사나 조리 보조 인력이 조리부터 배식, 위생·안전 관리까지 도맡는 실정이다.
이러한 구조적 사각지대를 해결하려면 예산을 투입해 순회 영양사를 확대 배치하거나 현장 상시 점검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정공법이다. 그러나 인력 확충에는 막대한 재정이 수반되다 보니, 교육청이 비교적 비용이 적게 드는 ‘교육자료 개발’이라는 우회로를 택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위생 관리를 ‘시스템과 인력’의 영역이 아닌 현장 작업자들의 ‘교육과 주의 의무’로 전가하는 행태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기관별로 시설 규모와 조리 환경이 제각각인 상황에서, 일률적으로 인쇄된 가이드북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할 리 만무하다는 우려도 깊다.
물론 이번에 개발될 가이드북이 아무런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계절별 식중독 예방 수칙이나 상황별 위생 사례가 한 권으로 정리되면, 현장 교사들이 급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역할은 할 수 있다. 비전문가들의 부주의로 인한 1차적인 위생 사고를 예방하는 완충재는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일 뿐, 장기적인 급식 질 향상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배포된 자료가 현장에서 실제로 지켜지는지 점검하고 피드백하는 사후 관리 체계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소규모 기관일수록 인력과 재정이 취약해 책자만으로는 대형 급식소와의 위생 격차를 좁힐 수 없다.
충남교육청이 공언한 대로 급식 위생 사각지대를 완전히 해소하려면 이제라도 선언적 행정에서 벗어나야 한다. 우선 소규모 기관 여러 곳을 묶어 상시 관리하는 ‘순회 영양사 제도’를 대폭 확대하고, 기관별 시설 수준에 맞춘 ‘1대1 현장 맞춤형 컨설팅’을 도입해야 한다.
교육 전문가들은 “위생은 교육하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라며 “과감한 예산 투입을 통한 인력 보강과 시설 개선 없이는 아이들의 밥상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교육청의 급식 행정이 ‘책자 발행 건수’라는 행정 실적에 갇혀 있는 한, 아이들의 급식실은 여전히 사각지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