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700년 만에 고향으로… 고려의 미소가 되살아나다

일본 공식 허가·3D 스캔·전통 주조가 만든 ‘문화 신뢰의 복원’… 문화재 보존 정책의 새 이정표

2026-05-19     우영제 기자

[퍼스트뉴스=충남도 우영제 기자] 충남 서산 부석사의 ‘금동관음보살좌상’이 700년의 긴 유랑을 마치고 마침내 고향의 품으로 돌아왔다. 

'비록 원본은 아니지만, 일본 사찰의 공식 허가와 첨단 디지털 기술, 그리고 한국 전통 장인들의 숨결이 자아낸 정교한 ‘복원 불상’이다. 

이번 복원은 갈등을 넘어선 한일 간 문화적 신뢰의 결실이자, 해외 반출 문화재 보존 정책의 새로운 이정표로 평가받는다.

충남도는 17일 서산 부석사에서 불교계 고승과 문화유산 전문가, 지역 주민 등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복원 불상 봉안식을 거행했다. 

엄숙한 명종 소리와 함께 육법공양과 반야심경이 이어지며, 수백 년 전 고려의 미소가 고요히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복제 허가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일본 간논지(観音寺)의 다나카 셋코 전 주지 스님과 3D 스캔 데이터를 제공한 일본 기업 관계자에게 도지사 표창이 수여돼 의미를 더했다. 

단순한 불교 의례를 넘어, 오랜 갈등을 씻어낸 역사적 화해의 현장이었다.

이 불상의 본래 주인인 원본 금동관음보살좌상은 고려 충숙왕 17년(1330년) 부석사 불자 32인이 발원해 조성한 고려 후기 불상의 수작이다. 특유의 절제된 미소와 단아한 조형미를 자랑하지만, 고려 말 왜구의 약탈로 인해 일본 쓰시마(대마도)의 간논지로 반출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2012년 국내 절도단에 의해 한국으로 밀반입되면서 10여 년에 걸친 지난한 소유권 법적 공방이 이어졌고, 결국 대법원 판결에 따라 일본 반환이 결정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자칫 평행선만을 달릴 뻔했던 한일 간의 갈등은 지난해 초 부석사가 제안한 ‘100일 친견법회’를 계기로 극적인 전환점을 맞이했다. 

일본 측이 이를 수용하면서 불상이 부석사에 임시 봉안됐고, 4만 명이 넘는 참배객이 다녀가며 양국 사찰 간의 두터운 신뢰가 쌓였다. 이에 감동한 간논지 측이 불상 복제를 공식 승인하면서 본격적인 복원 작업의 문이 열렸다.

이번 복원은 첨단 과학과 전통 장인정신의 완벽한 하모니로 완성됐다. 

일본 기업이 제공한 고해상도 3D 스캔 데이터로 원본의 미세한 굴곡과 조각 흔적까지 완벽히 포착해 냈고, 국내 청동 주조 장인들이 합금 성분을 분석해 고대 재질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이어 밀랍주조법으로 형틀을 만들고 전통 개금(改金) 기법으로 옻칠 위에 순금박을 입히는 과정을 통해, 700년 전 고려 장인의 손길을 고스란히 되살려냈다. 

디지털 데이터와 아날로그 장인 기술의 만남은 향후 문화재 보존 및 재현 정책의 새로운 표준을 제시했다는 평이다.

이처럼 국제 협력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복원 모델은 해외 반출 문화재 환수 및 보존 협상에 중요한 선례가 될 전망이다. 

법적 소유권 논쟁을 넘어 문화적 공감대를 통해 가치를 공유하는 길을 열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해 친견법회의 열기가 증명하듯, 이번 복원 불상 봉안은 서산과 충남 지역의 역사문화 관광을 활성화하는 실질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홍종완 충남도지사 권한대행은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봉안은 수백 년 기다림의 끝이자 한일 양국의 문화적 신뢰가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라며, “앞으로도 소중한 문화유산의 역사적 가치를 널리 알리고 보존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