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잠기면 끝” 부여 농민들 절규… 충남도, 우기 전 긴급 점검
4년 연속 침수 라복지구 등 배수시설 점검… 농민들 “공사 중 효과 있을지” 불안
[퍼스트뉴스=충남도 우영제 기자] 충남도가 본격적인 우기철을 앞두고 4년 연속 침수 피해가 반복된 부여군 일대의 배수시설을 긴급 점검하며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매년 장마철마다 농경지가 호수처럼 변하는 고질적인 피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대규모 국비 사업이 진행 중인 현장은 여전히 공사 장비와 흙더미가 뒤섞여 있어 인근 농민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도는 13일 부여군 규암면 라복지구 배수 개선 사업 현장과 장암면 석우배수장을 차례로 방문해 배수장 가동 준비와 배수로 정비 상태, 우기 대응 체계 등을 면밀히 점검했다.
이번 점검 대상인 라복지구는 최근 4년 동안 집중호우 때마다 침수 피해가 발생한 대표적인 취약지로, 수박과 딸기, 멜론 등 고부가가치 시설재배 농가가 밀집해 있어 해마다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특히 2023년에는 120㏊에 달하는 농경지가 물에 잠겨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되기도 했으며, 지난해와 올해 역시 비 예보가 있을 때마다 주민들은 밤새 물길을 지켜보며 가슴을 졸여야 했다.
현재 도는 농림축산식품부의 지원을 받아 라복지구에 국비 226억 원을 투입해 신규 배수장 설치와 배수로 정비를 진행하고 있다.
이외에도 규암면 합송리 일원 석우지구에 207억 원 규모의 유수지 정비 및 배수로 확장 공사가 추진 중이며, 구룡면 석우2지구에도 156억 원을 들여 신규 배수장을 설치할 계획이다.
하지만 현장에서 만난 농민들은 대규모 예산 투입보다는 당장 다가올 장마를 견뎌낼 실질적인 효과에 의구심을 나타내며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라복지구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한 농민은 비만 오면 어디서 물이 차오르는지 주민들은 다 알고 있다며, 공사를 한다고는 하지만 당장 올해 또 잠기게 되면 농사를 포기해야 할 처지라고 절박함을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 역시 배수장 신설만으로는 부족하며 물길을 제대로 잡는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며, 행정이 현장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부여군 일대가 금강과 지류가 만나는 저지대라는 지형적 특성과 집중호우 시 배수로 역류 위험이 크다는 점을 침수의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최근 기후 변화로 인해 시간당 100mm 안팎의 국지성 폭우가 잦아지면서 기존 배수 체계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진단이다. 충남도 역시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 폭우 강도가 시설의 감당 범위를 넘어섰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이승한 도 농축산국장은 “부여 지역은 집중호우 시 반복적인 침수 피해가 발생하는 대표적인 재해 취약지역”이라며 “공사 중인 지구는 우기 대응에 차질이 없도록 공정을 철저히 관리하고 신규 사업 대상지는 조속한 사업 추진 기반을 마련해 농업인 피해를 최소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지역사회에서는 행정의 의지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유역 단위의 물 관리 체계 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결국 올해 장마는 충남도의 배수 개선 사업이 실제 침수 저감 효과를 낼 수 있을지를 판가름하는 중대한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주민들은 올해만큼은 농경지가 잠기지 않기를 바란다며 도의 실효성 있는 대응을 촉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