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충남’의 승부수… 주민자치 문턱 낮춰 ‘직접민주주의’ 당긴다

보여주기식 행정 탈피, 실무 중심 AI 전면 배치… 대한민국 지능형 자치 ‘표준’ 만든다

2026-05-08     우영제 기자

[퍼스트뉴스=충남도 우영제 기자] 충남도의회가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인공지능(AI)을 주민자치 영역에 전면 도입하는 제도화 작업에 착수했다. 기존 조례를 일부 수정하는 수준을 넘어, AI 시대에 걸맞은 ‘주민자치 하드웨어’를 새로 짜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인력과 예산 부족으로 지체됐던 지방행정의 효율성을 AI로 돌파하겠다는 승부수로 풀이된다.

◇ “조례부터 새로 짠다”... AI 주민자치 ‘법적 근거’ 마련

충남도의회 ‘AI를 활용한 주민자치 활성화 방안 연구모임(대표 안종혁 의원)’은 7일 천안 봉명커뮤니티센터에서 연구용역 최종보고회를 열고, ‘충남형 지능형 주민자치 모델’의 청사진을 확정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가칭)충청남도 AI 기반 주민자치 활성화 지원 조례’의 별도 제정이다. 기존 주민자치 조례에 AI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는 기술 변화의 속도를 담아내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조례안에는 도지사의 주민 수요조사 의무화와 3년 주기 종합평가 등 정책의 지속성을 담보할 강력한 장치들이 포함됐다. 지자체가 AI 행정을 제도권 안으로 완전히 끌어들인 첫 사례다.

◇ ‘도(道) 통합 시스템’으로 예산 낭비 막고 격차 줄이고

이번 모델의 정책적 묘미는 ‘광역 단위 통합 인프라’에 있다. 시·군별 재정 격차가 뚜렷한 상황에서 각 기초지자체가 각개전투식으로 AI 시스템을 구축할 경우 예산 낭비와 기술 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충남도는 도 차원에서 통합 AI 플랫폼을 구축하고, 15개 시·군이 이를 공동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앙 집중식 플랫폼을 통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면서도, 소외되는 시·군 없이 상향 평준화된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는 정책 설계 측면에서 예산 효율성과 지역 형평성을 동시에 잡은 ‘묘수’로 평가받는다.

◇ “전시용 AI는 가라”... 사투리 변환 등 ‘체감형 기능’ 전면 배치

이번 프로젝트는 ‘보여주기식 기술 도입’을 철저히 배제했다. 주민과 공무원이 현장에서 겪는 고충을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표적인 기능이 ‘충남 사투리-표준어 자동 변환’과 ‘행정 용어 순화’ 서비스다. 어르신들의 투박한 민원 음성을 AI가 정제된 행정 언어로 번역해 기록한다. 또한 까다로운 주민자치 사업 예산 정산을 자동화하는 기능을 탑재해, 주민 참여의 가장 큰 장벽이었던 ‘행정 업무의 번거로움’을 원천적으로 해결할 계획이다.

◇ 관건은 실행력... “디지털 소외계층 포용이 숙제”

도의회는 오는 6월 최종 보고서를 발간하고 본격적인 조례 발의에 나선다. 하지만 장밋빛 전망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시스템 구축을 위한 안정적인 예산 확보와 개인정보 보안, 그리고 기기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정책 안착의 핵심 변수다.

안종혁 의원은 “AI는 주민자치의 문턱을 낮추고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라며 “충남이 만드는 이 모델이 대한민국 지능형 주민자치의 ‘표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도록 실행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