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도 보길면 승격 40주년과 제18회 보길 윤선도 문화축제를 맞아 ‘박혁남·박향엽 남매 초대 서화전’에
남도의 바다는 늘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그 이야기는 파도에 씻겨 사라지지 않고, 사람의 삶 속으로 스며들어 어느 날 예술로 다시 태어난다.
전남 완도 보길도. 어부사시사를 남긴 윤선도의 숨결이 여전히 살아 숨 쉬는 그 섬에서, 또 하나의 이야기가 피어났다.
이번에는 붓 끝에서다.
보길면 승격 40주년과 제18회 보길 윤선도 문화축제를 맞아 열리는 ‘박혁남·박향엽 남매 초대 서화전’은 단순한 전시가 아니다.
그것은 고향을 품고 살아온 예술가의 시간, 그리고 바다와 함께 이어온 삶의 기록이다. 장소 또한 의미심장하다. 윤선도문학관. 과거와 현재, 그리고 예술과 자연이 맞닿는 자리다.
노화읍에서 나고 자란 남매. 같은 바다를 바라보고 자랐지만,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을 풀어냈다.
동생 글빛 박혁남은 서예와 전각으로, 누나 다솔 박향엽은 문인화로 자신의 세계를 구축해왔다. 같은 뿌리에서 자라났지만 서로 다른 결을 지닌 두 예술은, 이번 전시에서 하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여기서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다.
이들 남매 작품에는 남도의 바람이 스며 있고, 섬의 고독과 여유가 녹아 있다. 도시의 세련됨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깊이, 그것이 바로 이 전시의 힘이다. 예술이란 결국 어디에서 왔는지를 증명하는 일이라면, 이 남매의 작품은 분명히 말하고 있다. “우리는 바다에서 왔다”고.
보길도는 이미 수백 년 전 한 시인을 통해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노래한 섬이다.
그리고 지금, 또 다른 예술가들이 그 맥을 이어간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자연을 품고, 삶을 노래하고, 그것을 예술로 남긴다.
이것이 바로 보길도의 힘이고, 완도의 저력이다.
이번 전시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단순한 개인전이 아니라, 한 지역의 문화적 유산이 어떻게 이어지고 확장되는지를 보여주는 살아있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남매라는 관계 또한 상징적이다. 같은 뿌리, 다른 표현. 그리고 결국 하나의 울림.
솔직히 말하자. 이런 전시는 흔하지 않다. 지역에서 시작된 예술이 지역을 넘어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순간, 그것은 이미 ‘작품’을 넘어 ‘기억’이 된다.
5월의 보길도는 가장 아름답다. 그 계절에, 그 섬에서, 두 남매의 붓이 만들어낸 또 하나의 바다를 마주할 기회다. 놓치면 아쉽다. 아니, 꽤 많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