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AI 대전환, 충남의 지도가 바뀐다
1부. 왜 ‘AI 대전환’인가… 흔들리는 제조 강국, 미래 승부수 던졌다
그동안 충남은 반도체, 자동차, 디스플레이 등 국가 주력 산업의 전초기지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경제 지형이 급변하면서 과거의 영광은 위태로워지고 있다. 미·중 패권 경쟁으로 인한 공급망 재편과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저가 공세는 충남 산업 생태계의 뿌리를 흔들고 있다.
특히 충남의 효자 산업이었던 디스플레이 분야는 중국의 대규모 물량 공세에 밀려 시장 점유율이 급감했으며, 내연기관 중심의 자동차 부품 산업은 전기차 시대로의 전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산업의 근간인 농축수산업 역시 인구 절벽과 고령화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농업 기반을 보유하고도 농가 평균 연령이 67세에 육박해 인력 수급이 한계점에 도달했다. 서천에서 대규모 양식장을 운영하는 한 어민은 “외국인 노동자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에서 AI 기반 자동화는 선택이 아닌 마지막 동아줄”이라고 토로했다. 현장의 위기감은 이처럼 수치보다 훨씬 구체적이다.
안호 도 산업경제실장은 “충남 제조업의 부가가치 창출 능력은 이미 정점에 도달한 뒤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단순한 공정 개선 수준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할 수 없으며, AI를 통한 근본적인 체질 개선만이 유일한 해법”이라고 분석했다.
◇ 선언을 넘어 ‘실행 단계’로… 첫 신호탄은 AI 광반도체 기반 구축
이러한 절박한 생존 위기 속에서 충남도는 지난해 11월 ‘AI 대전환 선포식’을 통해 선제적 결단을 내렸다. 김태흠 충남도지사는 “충남은 그동안 대한민국의 수출 산업을 이끌어온 경제의 심장이었지만, 이제는 AI라는 새로운 동력 없이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며 “AI는 선택이 아닌 생존의 문제이자, 대한민국의 성장을 다시 견인하기 위한 유일한 열쇠”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이 선언이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는 사실은 최근 정부 공모에서 확인되고 있다. 충남도는 산업통상자원부 주관 ‘인공지능(AI) 광반도체 핵심부품 제조 기반 구축’ 공모에 최종 선정되며, 아산시에 차세대 AI 반도체 시장 선점을 위한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성공했다.
광반도체는 기존 전기 신호 기반 반도체보다 수십 배 빠른 빛으로 신호를 처리하는 차세대 핵심 기술로, AI 시대의 필수 기반으로 꼽힌다. 충남도는 이번 선정으로 확보한 국비 100억 원과 지방비 43억 원 등 총 143억 원을 투입해 아산 탕정면 스마트모듈러센터 내에 AI 광반도체 제조 기반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는 디스플레이와 반도체, AI 산업이 한곳에 집적되는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충남도는 AI 대전환 100대 과제 중 반도체 분야에만 6개 과제를 반영하고 총 1034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어서, 이번 공모 선정은 충남 북부권을 AI 반도체 산업 중심지로 육성하는 중요한 교두보가 될 전망이다.
◇ “충남이 대한민국 제조업 위기를 먼저 돌파하겠다”
충남도는 이러한 구조적 균열을 ‘사람 중심 AI, 충남의 모든 것을 혁신하다’라는 비전으로 정면 돌파할 방침이다. 행정, 의료, 농업 등 도정 전반을 AI 기반으로 재설계해 지역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겠다는 의미다.
이승열 도 정책기획관은 “이번 AI 대전환은 단순히 특정 분야에 최신 기술을 도입하거나 특정 산업의 부흥에 국한된 지엽적인 과제가 아니라, 경제·사회·행정·복지 등 도정 전체의 운영체제를 완전히 새롭게 재설계하는 거대한 패러다임 전환”이라며 “대한민국 지방정부가 나아가야 할 미래 생존 방향을 충남이 가장 앞서 완성해 가겠다”고 강조했다.
선언의 시간은 지났다. 이제는 거대한 투자가 만들어낼 구체적 실체를 바라볼 차례다. 다음 편에서는 충남의 자생력을 강화할 핵심 무기인 ‘7대 분야 100대 프로젝트’를 자세히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