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소화기, 선택이 아닌 생명을 지키는 최소한의 준비

2026-04-06     박승혁 기자

차량은 가장 익숙한 이동수단이지만, 화재 앞에서는 순식간에 밀폐된 위험공간으로 바뀔 수 있다. 엔진룸 과열, 전기배선 이상, 연료계통 문제, 충돌 이후의 2차 발화 등 차량화재의 원인은 다양하고, 한 번 불길이 번지기 시작하면 피해는 매우 빠르게 커진다. 이 때문에 화재 초기에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비가 차량 안에 갖춰져 있는지는 단순한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의 문제다.

이 같은 문제의식 속에서 차량용 소화기 설치 의무는 한 단계 강화됐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4121일부터는 5인승 이상의 모든 자동차가 차량용 소화기 의무설치 대상이 됐고, 이는 20211130일 개정 이후 3년의 유예기간을 거쳐 시행된 제도다.

다만 의무화가 곧 안전을 완성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비치만이 아니라 제대로 된 비치. 소방청은 차량용 소화기를 구매할 때 반드시 자동차 겸용표시를 확인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일반 분말소화기나 에어로졸식 소화용구는 차량 환경을 고려한 기준과 다를 수 있으므로, 차량의 진동·충격·고온 환경을 견딜 수 있도록 제작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 결국 차량 안에 소화기를 두었다는 사실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실제 긴급 상황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적합한 제품을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다.

보관 위치 또한 매우 중요하다. 소화기는 있어도 손에 닿지 않으면 없는 것과 다르지 않다.

이제 필요한 것은 세 가지다. 첫째, 운전자는 내 차가 의무 대상인지부터 정확히 확인하고 차량용 소화기를 갖춰야 한다. 둘째, 구매 시에는 반드시 자동차 겸용표시를 확인하고 손이 바로 닿는 위치에 비치해야 한다. 셋째, 평소 가족과 직원, 동승자들이 사용법과 위치를 함께 익혀야 한다. 아무리 좋은 장비라도 사용할 줄 모르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제도는 출발점일 뿐이며, 실천이 안전을 완성한다.

안전은 거창한 구호가 아니라 작은 준비에서 시작된다. 안전벨트를 매는 일처럼, 차량용 소화기를 갖추는 일도 일상 속의 기본이 되어야 한다. 불이 난 뒤에 후회하는 사회보다, 불이 나기 전에 대비하는 사회가 더 강하다. 차량용 소화기 의무화는 국민의 불편을 늘리는 제도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상식적인 안전장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제도의 취지를 정확히 이해하고, 각자의 차량 안에서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