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의회, AI로 주민자치 혁신 꾀하지만… ‘기술 만능주의’ 우려도
“참여 저조의 본질은 구조적 결함… AI가 해답 될 수 있나” 비판 제기
[퍼스트뉴스=충남도 우영제 기자] 충남도의회가 주민자치 활성화를 위해 인공지능(AI) 기술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하지만 주민 참여 저조의 원인이 제도적·구조적 문제에 있다는 지적과 함께, 기술 도입이 자칫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도의회는 12일 천안 봉명커뮤니티센터에서 ‘AI를 활용한 주민자치 활성화 방안 연구모임’ 발족식과 연구용역 착수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도의회는 데이터 분석과 생성형 AI를 결합한 이른바 ‘디지털 자치 모델’ 구축 계획을 공식화했다.
연구모임이 제시한 핵심 과제는 ▲참여 데이터 분석을 통한 저해 요인 규명 ▲AI 기반 의사결정 지원 플랫폼 구축 ▲디지털 소외계층 대상 AI 리터러시 교육 등이다.
특히 주민이 일상 언어로 제안한 의견을 AI가 정책 용어로 자동 변환해 행정에 전달하는 ‘지능형 자치 모델’이 눈길을 끌었다.
안종혁 의원은 “AI를 활용해 청년과 직장인 등 그동안 소외됐던 다양한 계층이 주민자치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질적 전환을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술 도입이 만능 해결책은 아니라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주민 참여가 저조한 본질적인 이유로 회의 시간·장소의 경직성, 주민자치회 구성의 폐쇄성, 행정의 형식적인 운영 등을 꼽는다.
단순히 플랫폼을 만든다고 해서 주민들이 절로 모여들지는 않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청년층의 외면은 시간 부족뿐 아니라, 참여하더라도 실질적인 변화를 체감하기 어려운 ‘낮은 효능감’에서 비롯된다. AI가 이런 심리적·제도적 장벽까지 허물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기술 도입이 오히려 ‘디지털 격차’를 심화시켜 고령층의 소외를 가속화할 수 있고, 주민 의견을 정책 언어로 변환하는 과정에서 AI 알고리즘의 편향성이나 해석 오류가 개입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정책 결정의 투명성과 책임성 문제로 직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도의회는 이번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AI 기반 주민자치 플랫폼의 제도적 근거를 마련하고 도내 15개 시군에 적용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번 용역이 기술 도입이라는 결론을 미리 정해둔 ‘답정너’식 추진이 될 경우, 주민자치의 본질이 훼손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주민자치 전문가들은 “AI는 어디까지나 수단일 뿐, 핵심은 주민의 자발적 참여 의지와 제도에 대한 신뢰 회복”이라며 “기술이 목적이 되는 순간 자치의 본질은 흐려질 수밖에 없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