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 재난문자, 이제 ‘읍·면·동’ 단위로 쪼갠다
충남도 건의에 행안부 전격 수용… 뒤늦은 개선, 과잉 발송 논란에 급제동
[퍼스트뉴스=충남도 우영제 기자] 재난문자가 실제 재난 영향권에 있는 읍·면·동 주민에게만 발송되는 방식으로 바뀐다. 충남도의 문제 제기를 행정안전부가 전격 수용하면서, 그동안 시·군 전역에 무차별적으로 울리던 재난문자 체계가 뒤늦게 손질됐다. 수년간 이어진 ‘전국민 문자 폭탄’ 논란을 정부가 더는 방치하기 어려웠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충남도는 11일 “행안부가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을 개선해 위급·긴급재난문자를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해 발송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개선된 체계는 지난달 25일부터 전국 지자체에 일괄 적용됐다.
이번 조치는 홍종완 도 행정부지사가 취임 직후인 2월 19일 예산군 산불 당시 군 전역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돼 주민 불편이 커진 점을 지적하며 개선을 지시한 데서 출발했다. 당시 재난 영향권 밖 주민들까지 문자 수신 대상이 되면서 “재난문자가 아니라 소음 공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였다. 경보의 정확성이 생명인 재난 대응에서, 정부가 오랫동안 ‘편의적 일괄 발송’에 기대온 관행이 얼마나 비효율적이었는지 드러난 셈이다.
그동안 안전안내문자는 읍면동 단위 발송이 가능했지만, △위급재난문자(대규모 재난) △긴급재난문자(대피 명령)는 시·군 단위 일괄 발송 방식이 유지돼 왔다. 충남도는 이 문제를 행안부에 공식 건의했고, 행안부는 지난달 24일 이를 즉각 수용했다.
홍 부지사는 “이제는 위급·긴급재난문자도 실제 재난 발생 지역을 기준으로 읍면동 단위로 세분화해 발송할 수 있게 됐다”며 “도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신속하고 체계적인 재난 대응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홍종완 부지사는 행안부에서 사회재난대응정책과장, 민방위심의관, 사회재난실장 등을 역임한 재난 대응 전문가다.
재난문자 체계의 이번 개편은 단순한 기술 조정이 아니라, 정부가 그동안 외면해온 구조적 문제를 뒤늦게 인정한 결과다. 재난문자는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정보임에도, 실제로는 ‘안전 우선’이라는 명분 아래 무차별적으로 발송돼 왔다. 위험 지역과 무관한 주민에게까지 경보가 울리면서 경각심은 떨어지고, 정책 신뢰도는 바닥을 쳤다. 경보가 잦으면 경보가 아니다. 정부가 이제야 읍면동 단위 세분화에 나선 것은, 그동안의 운영 방식이 얼마나 현실과 동떨어져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발송 단위가 세분화된 만큼 지자체의 판단과 책임은 더 무거워졌다. 재난 상황 판단의 정확성, 발송 기준의 일관성, 담당 공무원의 전문성 등 어느 하나라도 흔들리면 이번 개선은 금세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 기술적 정교함도 필수다. 산불·홍수처럼 영향 범위가 시시각각 변하는 재난에서 위치 기반 정보가 실시간으로 반영되지 않으면, ‘정확한 경보’는 말뿐이 된다.
그럼에도 이번 조치는 재난문자 체계가 비로소 정상 궤도로 올라서는 출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전국민을 상대로 울리던 경보를 실제 위험 지역 중심으로 좁힌 것은 늦었지만 불가피한 변화였다.
정부가 앞으로도 현장의 문제를 신속히 반영하고 시스템을 지속적으로 보완할 수 있을지가, 이번 개선의 성패를 가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