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뿐인 조직으론 농촌 소멸 못 막는다”… 실행력 갖춘 ‘RMO’ 도입 시급

충남연구원, 읍·면 단위 주민 주도형 실행 조직 제안… 행정 사무 이관 및 재원 확보 뒷받침돼야

2026-02-24     우영제 기자

[퍼스트뉴스=충남도 우영제 기자] 충남 농촌 지역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임계점에 다다른 가운데, 지역 문제를 현장에서 직접 해결할 ‘주민 주도형 실행 조직’을 세워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행정의 손길이 미처 닿지 않는 농촌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선 단순한 협의체를 넘어 실질적인 사업 수행 능력을 갖춘 주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충남연구원은 23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농촌형 지역운영조직(RMO·Regional Management Organization) 도입을 충남 농촌의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핵심 대안으로 제시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유학열 선임연구위원과 이다영 연구원은 지난해 농촌 전문가와 활동가 3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97.2%가 RMO 설립의 필요성에 압도적으로 찬성했다고 밝혔다. 

조직의 개념과 기능을 인지하고 있다는 응답도 75%에 달해 현장의 기대감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이 정의하는 RMO는 단순한 행정 보조 조직이 아니다. 농촌 공동체 유지부터 주민자치 강화, 농업 생산 지원, 생태환경 보전, 지역 문제 해결까지 도맡는 ‘현장 사령탑’에 가깝다. 

특히 농가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52.6%에 달해 주민 두 명 중 한 명이 노인인 현실에서, 기존의 파편화된 마을 조직만으론 생활 서비스와 자치 기능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이번 제안의 배경이 됐다. 

실제로 설문 결과 RMO가 수행해야 할 최우선 기능으로 ‘생활 서비스 지원’과 ‘주민자치 기능’이 꼽힌 것은 농촌의 일상적 불편을 해결할 실무 조직에 대한 갈증이 반영된 결과다.

보고서는 현재 농촌이 신·구 주민 간의 갈등, 자연재해 증가, 청년층 유출 등 복합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협의 기능과 실행 기능을 동시에 갖춘 새로운 거버넌스 구축이 시급하며, RMO 설립 방식으로는 ‘기존 여러 조직의 융합’(55.6%)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됐다. 

구체적으로는 기존 조직의 기능을 확장하거나 두 조직을 통합하는 방식, 혹은 여러 조직을 네트워크로 묶는 모델 등이 거론된다. 이미 구축된 신활력플러스사업 조직이나 지역관광추진조직(DMO)을 RMO로 연계해 확대하는 방안도 효율적인 전략으로 꼽혔다.

RMO가 ‘종이 위 조직’으로 전락하지 않기 위한 실질적인 작동 기제도 제안됐다. 읍·면 단위에서 처리하기 어려운 복지나 사회적 경제 등 생활 밀착형 행정 사무를 민간 주체인 RMO에 과감히 이관해 행정 공백을 메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함께 충남도와 시·군 차원의 설치 및 운영 지원 조례 제정, 지방소멸대응기금과 고향사랑기부제를 활용한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 마련이 필수 과제로 제시됐다.

유학열 선임연구위원은 “농촌형 RMO는 행정의 하부기관이 아니라 주민이 주체가 되어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구조여야 한다”며 “농촌 소멸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려면 실행 역량을 갖춘 지역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