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흠 지사, 미래항공산업 협약 직접 주도… 천수만, ‘K-항공·방산 클러스터’로 재편되나
3294억 국방미래항공연구센터 기반 산업 생태계 구축… “지역경제 구조 자체가 바뀌는 전환점”
[퍼스트뉴스=충남도 우영제 기자] 충남 태안의 천수만이 대한민국 미래 항공 산업의 ‘심장부’로 다시 태어난다. 그동안 서해안의 대표적 관광지로만 알려졌던 이곳에 3000억 원 규모의 국방 연구 시설이 들어서고, 국내 방산 ‘빅4’ 기업이 한자리에 모이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주도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충남의 산업 지도를 첨단 제조·연구 중심으로 통째로 바꾸겠다는 전략이다.
김 지사는 10일 태안문화예술회관에서 대한항공,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등 국내 항공·방산 분야 핵심 기업들과 미래항공산업 육성 및 투자 촉진 협약을 체결했다. 국방과학연구소(ADD)와 지역 국회의원도 참여해 정부–지자체–기업 간 삼각 협력 구조가 마련됐다.
태안 천수만 B지구에 조성되는 국방미래항공연구센터는 2032년까지 총 3294억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국책 사업이다. 센터는 △무인기 연구개발 전용 활주로 △비행통제센터 △격납고 △첨단 시험·실증 장비 등 미래항공 기술 개발에 필요한 핵심 인프라를 갖추게 된다.
ADD는 전국에 분산된 무인기 연구 기능을 태안으로 집적해 국가 무인기 R&D의 컨트롤타워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는 단순한 연구시설 건립을 넘어, 미래항공 기술의 개발–실증–양산을 한 지역에서 수행할 수 있는 산업 생태계 구축을 의미한다.
이번 협약에 참여한 기업들은 태안을 미래항공 기술의 실증과 제조가 동시에 가능한 전략 거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우선 대한항공은 무인기와 UAM(도심항공교통) 분야에서 빠르게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태안이 갖춘 넓은 실증 공간과 국방미래항공연구센터의 시험 인프라에 주목하고 있다. 수도권 대비 규제 부담이 적고 해안·평야 지형이 넓게 펼쳐진 태안은 차세대 항공 플랫폼을 시험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LIG넥스원은 정밀유도무기와 무인체계 연구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안정적이고 확장 가능한 시험 인프라 확보가 핵심 과제로 떠오른 상황이다. 태안은 장거리 탐지·추적 실험이 가능한 지형적 장점과 ADD 연구시설과의 근접성을 동시에 갖추고 있어, 무인·유도무기 체계의 시험·검증 허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기대가 크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무인기 플랫폼 개발과 양산 체계를 강화하는 과정에서 태안을 ‘제2의 성장축’으로 삼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기존 사천 중심의 생산 체계를 보완하면서, 연구·실증·양산을 한 지역에서 연계할 수 있는 드문 환경이 마련된 만큼, 향후 무인기 개발 속도와 생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과 항공전자, 우주기술까지 아우르는 미래 항공·우주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어 태안의 전략적 가치가 더욱 크다. 엔진·전자장비 등 핵심 부품의 실증 환경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향후 우주·항공 복합 기술 시험까지 연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어 공급망 확대와 기술 고도화에 유리하다는 평가다.
이처럼 네 개 기업 모두 태안을 미래항공 기술의 실증·제조 거점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각사의 중장기 전략과 맞물린 구체적 활용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한 산업경제 연구자는 “미래항공·무인기 산업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15~20%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는 고부가가치 분야다. 태안이 이 산업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으면 단순한 기업 유치가 아니라 지역경제 구조 자체가 바뀌는 수준의 변화가 나타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주요 경제효과는 고급 기술 인력 유입을 비롯해 청년층 정착 및 인구 구조 개선, 연관 산업 확장, 지역 내 소비·투자 증가 등 다층적 경제효과를 유발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변화의 조짐을 체감하는 분위기다.
태안 남면의 한 주민은 “관광지라는 이미지가 강했는데, 이제는 국가 전략산업이 들어온다니 지역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고 말했다.
서산에서 자영업을 하는 주민은 “기업과 인력이 들어오면 상권이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고 전했다. 청년층에서는 “미래항공 분야 일자리가 생기면 수도권으로 나갈 필요가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김태흠 지사는 협약식에서 “미래항공산업을 육성하려면 연구센터 조성에 그치지 않고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함께 집적단지를 형성해야 한다”며 “충남이 미래항공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기업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천수만을 중심으로 한 미래항공 클러스터가 본격 가동되면, 태안은 관광 중심 지역에서 벗어나 대한민국 미래항공산업의 전략적 생산·연구 거점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