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충남 통합 기획②] 통합의 명암, 과연 누구를 위한 통합인가
“지방 경쟁력 강화” vs “지역 정체성 훼손”… 갈등의 본질을 깊이 들여다보다
대전과 충남의 행정통합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지역 사회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는 복잡한 국면에 접어들었다. ‘지방소멸 대응’이라는 대의명분 아래 추진되는 통합이지만, 그 이면에는 정치적 이해관계, 행정 권한 조정, 주민 정체성 문제 등 다양한 갈등 요소가 얽혀 있다.
시도지사와 시도의회의 입장
충남도 김태흠 지사는 “통합은 수도권 일극 체제를 깨고 지방 경쟁력을 높이는 유일한 해법”이라며 강한 추진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지사직을 내려놓더라도 통합을 반드시 완수하겠다”고 밝히며, 특별법 제정, 국세 이양, 중앙 권한의 지방 이전 등 구체적인 로드맵을 제시했다.
충남도의회는 지난 7월 열린 제360회 임시회 본회의에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에 대한 의견 청취’ 안건을 찬성 25명, 반대 12명으로 가결하며 공식 지지를 표명했다. 도의회 행정통합 특별위원회 역시 7명 중 6명이 찬성 의견을 냈다.
대전시 이장우 시장은 통합의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통합은 시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방향이어야 하며, 대전의 도시 정체성과 행정 효율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대전시의회는 아직 공식적인 찬반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조원휘 대전시의장은 “통합은 대전의 미래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 될 수 있다”며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반면, 일부 의원들은 “충남 중심의 통합이 될 경우 대전의 자율성과 정체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고 있다.
찬반 시민 인터뷰
찬성 측 시민인 유성구 거주자 김성훈(48) 씨는 “대전과 충남이 하나로 묶이면 산업과 교육, 교통 인프라가 더 효율적으로 연결될 수 있다”며 “특히 세종시와의 연계까지 고려하면 중부권 메가시티로서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반대 입장을 보이는 충남 논산시 주민 이은정(35) 씨는 “통합이 되면 대전 중심의 행정 재편이 불가피하고, 충남 남부권은 더욱 소외될 수 있다”며 “주민투표 없이 진행되는 통합은 민주주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비판했다.
시민단체 ‘대전참여연대’ 역시 최근 성명을 통해 “통합 논의가 주민 의견 수렴 없이 정치권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주민투표 없는 통합은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의 엇갈린 시선
정치권 내에서도 입장은 분명히 갈린다.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들은 “지방소멸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며 통합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성일종·장동혁 의원 등 45명의 국회의원이 ‘대전·충남특별시 설치 및 경제과학수도 조성을 위한 특별법’ 발의에 참여하며 힘을 실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통합이 총선용 이슈로 활용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선을 보내며, “주민 의견 수렴과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개혁신당 측은 반대 여론이 더 강하게 나타나며 “지역 정체성 훼손과 행정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론조사와 세대별 인식 차이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전·충남 주민의 약 65%가 통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찬성 이유는 ‘지역 경쟁력 강화’와 ‘행정 효율성’에 집중된 반면, 반대 이유로는 ‘지역 정체성 훼손’과 ‘행정 혼란’이 많았다.
연령별로는 50대(58.6%)와 70세 이상(55.6%)에서 찬성 비율이 높았고, 20대는 찬성 35.8%, 반대 51.2%로 절반 이상이 반대했다. 이는 세대별로 통합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뚜렷하게 갈리는 양상을 보여준다.
전문가의 조언: 통합은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어야
충남대학교 행정학과 김재훈 교수는 “통합은 이상적일 수 있으나 현실은 복잡하다”며 “성공적인 통합을 위해서는 주민 공론화, 권한 조정, 서비스 설계 등 다층적인 조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법안 통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후 발생할 행정 혼선과 지역 간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론: 누구를 위한 통합인가
통합 추진 과정에서 가장 큰 과제는 ‘누구를 위한 통합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다. 정치권의 이해관계, 행정 권한 조정, 주민 정체성, 서비스 격차 등 다양한 요소가 얽혀 있는 만큼, 통합은 단순한 구조 조정이 아니라 사회적 합의의 결과물이 되어야 한다.
다음 편에서는 통합이 현실화될 경우 주민들의 삶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교육, 복지, 교통 등 생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타 지역 통합 사례를 통해 대전·충남의 미래를 전망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