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 호 등
신 호 등
  • 최원창 기자
  • 승인 2021.03.29 08: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른을 위한 감성동화

   

사진=장인수박사(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사진=장인수 박사(전 대전과학기술대학교 교수,시인)

소경 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짐작하겠지만 그의 가장 큰 소원은 눈을 떠서 세상의 광명을 보는 것이었습니다. 과학과 의술이 발달하였기에 그는 다른 사람의 눈을 이식받을 수 있었고 그리하여 그는 평생의 소원이었던 밝은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하늘도 올려보고 땅도 내려다보고, 보고 싶었던 가족들의 얼굴을 대할 수 있었습니다.

그의 생각으로는 이것이 진짜 살아가는 진정한 의미로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글을 익히고, 공부도 하고 친구도 사귈 수가 있었습니다. 본래, 눈만 멀었을 뿐이었지 훤칠한 키에 얼굴도 호남형이었기에 눈을 뜬 이후에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개안 수술에 성공한 몇 안 되는 경우이었기에 이곳저곳에서 관심을 보였고, 여기저기서 강연도 요청하여 일약 유명인사가 되어버렸습니다.

신문을 읽을 수 있었고 텔레비전을 관람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하나 둘씩 세상에 드리워진 그림자를 보고 느껴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눈을 뜨면 밝은 빛만이 그를 기다릴 것으로 생각했었는데 눈뜨기 전과는 조금씩 또 다른 어둠의 그림자가 밝은 세상의 뒤편에 자리하고 있음을 그는 알아채기 시작했습니다.

신문을 펼쳐 들 때마다 서로의 비리를 폭로하고, 말로 싸우고 칼로 싸우는 현실을 볼 수 있었고, 강도와 살인과 패륜의 기사가 눈에 읽혀지기 시작했습니다.

아버지가 용돈을 주지 않는다고 자식이 부모를 때리고, 같은 또래의 학생들이 돈을 뜯어내려 동료 학생들을 때리고 협박하며, 연약한 아이들에게 빵셔틀을 시킨다는 이야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중상과 모략이 넘쳐나는 사회의 모습과 성추행과 성희롱이 이곳저곳에서 행해지는 상황을 눈 뜬 상황에서 목도하게 되었습니다. 사랑스러운 자신의 아이를 키울 수 없다는 명분으로 거리낌 없이 내버리거나 살해하는 부모의 얼굴을 마주 대해야 했고 듣기만 해도 소름 끼칠 것 같은 폭력조직의 이름을 수없이 들어야 했습니다. 유흥가 골목에서는 야타의 고함과 나타의 대답이 메아리치면서 성 윤리가 무너진 상황이 고층 빌딩의 골목 사이를 오가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비틀거리는 술 취한 사람들과 그들을 부축하는 배꼽티의 아가씨들을 만나야 했습니다.

이제 그는 자신의 과거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소경의 상황으로 고뇌하고 절망했던, 어제의 자신이 서 있던 그 깊은 어둠의 세계를 회상해 보았습니다. 아무것도 보이는 것은 없었지만 그 진한 검은색은 티 없이 맑은 하늘이었다는 사실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나만이 간직할 수 있는 고귀한 하늘이 거기에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눈을 다시 크게 뜨고 다시 앞을 내다보았습니다. 건널목에 세워진 신호등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빨간 불에는 차도 사람도 가던 길을 중단하고 제자리에 멈추어서 있었습니다. 소리도 고함도 절규도 없었지만, 사람들은 모두 제자리에 서 있었고 차들도 나란히 질서를 지키며 도열한 채 그 자리에 멈춰있었습니다. 이윽고 초록색 신호등이 들어왔습니다. 사람들은 서시히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누구의 명령이나 지시가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의 움직임이 있을 때는 차들은 움직이지 않았고, 차들의 움직임이 있을 때는 사람들은 모두 제자리에 서 있었습니다.

 다시 그는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속에 신호등 하나를 달아보았습니다. 붉은 신호등을 생각하면서 그는 제자리에 서 보았습니다. 초록색 신호가 들어오자 다시 걸음을 옮겼고 좌회전 화살표를 생각하면서는 집 쪽을 향해 돌아서 걸음을 계속했습니다.

그리고는 마음속으로 결심을 굳혔습니다.

세상의 유혹과 무너진 도덕과 윤리 앞에서는 붉은 신호등을 밝힐 것이고, 낭비와 무절제에서는 노란색 신호등을 켜고는 잠시 스스로를 돌이킬 여유를 가져보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자기 앞으로 밀물처럼 다가오는 돈과 명예와 권력의 유혹에는 좌회전 신호로 이를 비켜 가리라. 때 묻지 않은 삶과 청빈한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초록색 신호등을 밝히고는 앞으로만 전진해 갈 것이라 다짐해 보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마지막으로 이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자기만의 신호등을 마음속에 하나씩 간직하고 그 순리대로 살아가면 좋으리라 생각해 보았습니다.

글쓴이:장인수

 

퍼스트뉴스를 응원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이 퍼스트뉴스에 큰 힘이 됩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본사주소 : 서울특별시 송파구 위례성대로16길 18 실버빌타운 503호
  • 전화번호 : 010-6866-9289
  • 등록번호 : 서울 아04093
  • 등록 게제일 : 2013.8.9
  • 광주본부주소 : 광주 광역시 북구 서하로213.3F(오치동947-17)
  • 대표전화 : 062-371-1400
  • 팩스 : 062-371-7100
  • 등록번호 : 광주 다 00257, 광주 아 00146
  • 법인명 : 주식회사 퍼스트미드어그룹
  • 제호 : 퍼스트뉴스 통신
  • 명예회장 : 이종걸
  • 회장 : 한진섭
  • 발행,편집인 : 박채수
  • 청소년보호책임자 : 대표 박채수
  • 김경은 변호사
  • 퍼스트뉴스 통신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퍼스트뉴스 통신. All rights reserved. mail to firstnews@firstnews.co.kr
ND소프트